극단 숨다의 ‘농업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연극 <페이백>이 2026년 9월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극 <페이백>은 육식문화와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율되는지를 다룬다.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오르는 생명을 무대 위에 소환함으로써,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성찰을 담는다.
삼대의 은혜와 복수 주고 받기

연극 <페이백>은 노동과 도축, 그리고 생명을 둘러싼 삼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만, 흑이, 제원 삼대에 걸친 인물들은 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세계 속에서 고함을 지른다.
두만은 60대 양계농으로 자신이 키우는 닭이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최선을 다하여 닭을 키우기와 키운 닭을 먹기는 두만에게 모순된 장면이 아니다. 흑이는 두만의 아들로 아버지와 함께 도축업에도 종사했지만 동물권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농업 방식을 개발하고 공동체를 구성는 활동에 집중한다. 제원은 두만의 손녀이자 흑이의 딸이다. 아버지 흑이의 영향으로 내내 비건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두만과 흑이의 갈등 속에 제원은 아버지의 동물권 활동에 의구심을 바탕으로 육식을 다시 시도하고, 두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연극의 제목이기도 한 ‘페이백(payback)’의 중의성은 흥미롭다. 페이백은 보상과 보복을 모두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치, 은혜와 복수 모두 ‘갚을 대상’인 것과 마찬가지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흑이는 자연농법에서 발생하는 손실률을 페이백이라고 의미 부여한다. 흑이에게 낮은 수확률은 가진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자연과 땅이 돌려받아야 하는 몫을 돌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흑이가 도축업을 그만두고, 육식을 멈추고,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 모두가 흑이에게는 페이백이다.
자신의 입으로 페이백을 설명하는 것은 흑이 뿐이지만, 두만과 제원에게도 페이백이 있다. 두만에게 육식하기란 야만성이 아닌 자신의 노동이자, 가족 부양의 방법이었다. 깔끔하게 포장된 고기 덩어리를 마트에서 집어가는 도시의 인간들과 달리 두만은 가장 가까이에서 육식을 이해한다. 그에게 닭을 키워 잡아 파는 것, 또한 그것을 먹는 것은 일종의 자연화된 현상이다.
한편 제원의 페이백은 육식 그 자체보다 삼대의 관계에 기반한다. 제원은 자신의 결정이란 것이 부재한 채로 고기를 먹지 않은 채 자랐고, 그런 삶을 준 아버지에 대한 울분이 있다. 더욱이 아버지 흑이가 할아버지인 두만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아들 노릇 하나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흑이의 실천을 의심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연극은 몇 가지 박스를 통해 두만의 양계장과 흑이의 농장을 오간다. 각자의 이야기를 커다랗게 말하는 가운데에 실제로 발생되는 이해와 소통은 없다. 그렇기에 연극의 제목 페이백은 흑이가 의미부여한 내용보다, 삼대 간의 복수와 원한, 은혜를 의미하지 않을까.
한편 과거 도축 노동자였다는 사실이 흑이가 해온 윤리적 시도에 대한 사람들의 실망을 야기한다는 설정이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 세대인 두만과 같은 직업 경험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와 권리를 발견하게 된 셈인데, 그것이 흑이의 활동을 의심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셈에서 연극에서 주인공 가족 외에도, 모든 인물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내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윤리와 실천, 공동체라는 진동속에 연극 <페이백>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극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