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플레이위드 햄릿>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을 동시대의 청년들에게 투영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다락방에서 햄릿은 4명으로 분열되고 분열된 네 자아가 아버지의 살해에 얽힌 진실을 듣고 복수에 대한 열망에 휩싸인다. 불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4인의 햄릿들은 무엇이 진실이냐 거짓이냐를 알아내기 위해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 <플레이위드 햄릿> 소개 中
햄릿은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다. 필수 고전 중 하나라며 많은 이에게 필수 도서로 손꼽히며 여러 예술의 모티브로 삼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문학적으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의외로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어보지 않은 작품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런 이들을 위해 고전을 쉽게 이해할수록 개정된 작품이 여러 등장하기도 한다.
햄릿은 셰익스피어가 지은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으로, 여러 전설과 구전들을 바탕으로 창작된 문학이다. <햄릿>은 덴마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클로디어스 왕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에 다녀온 연극인 <플레이위드 햄릿>은 이런 고전 문학인 <햄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하여 꽤나 기대하며 연극을 보러 갔다 왔다. 연극은 소극장 산울림에서 진행되었는데, 도착해서 티켓을 발급받으려 기다릴 때 다 회차를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 연극이 얼마나 인기 있는 연극인지를 알 수 있었다.
지하 극장에 들어가자 신기하게도 공연 전인데 배우들이 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딱히, 관객들과 소통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들끼리 체스를 두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본격적으로 연극이 시작되기 전에 햄릿의 자아들이 생활하는 모습인 것 같아 시작 전부터 연극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 신기한 마음으로 배우들을 구경했다.
연극 <플레이위드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뒤를 이은 어머니와 삼촌의 결혼 소식으로 절망에 빠진 채 혼자 다락방에서 추억을 곱씹던 햄릿 왕자에게 의문의 전화벨이 울리면서 시작된다. 아버지와 만의 비밀이었던 울릴 수 없는 전화기에 벨이 울리고,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2달 전에 장례를 치른 덴마크의 왕, 햄릿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햄릿은 아버지의 영혼이 남긴 말을 들은 후 복수를 맹세하는데, 작품은 ‘햄릿’을 동시대의 청년들에게 투영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다락방에서 햄릿은 4명으로 분열되고 분열된 4인의 햄릿들은 불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달린다.
‘햄릿’이란 인물을 인격으로 분열하여 표현한 방식은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는데, 연극을 보면서 이러한 표현 방식에 감탄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공통적으로 주인공이 성격적 결함을 갖고 있고 이 결함으로 초래된 비극을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우유부단한 햄릿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이 방식이 정말 탁월했기 때문이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고민되는 햄릿의 갈등을 네 명의 인격이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풀어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햄릿이 왜 그렇게 주저하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연극의 스토리는 원작 ‘햄릿’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독창적이고 신선한 연출로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스니커즈를 신은 햄릿이 기타 치고 멜로디언을 불며 팝페라 가수가 되는가 하면, 칼 대신 젬베를 들고 결투에 임한다. 오늘의 오필리어가 내일의 레이티즈가 되고 또 다른 내일의 클로디어스가 된다. 관객들은 햄릿의 이야기를 듣는 호레이쇼가 되어 햄릿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매력이 바로 사람들이 연극을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네 명의 배우만으로 어떻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또 분열된 네 개의 자아인 햄릿을 연극 할 수 있나 싶지만, 배우들은 연기 하나만으로 연극을 성공시킨다. 연기하는 인물을 바꾸기 위해 많은 장치를 쓰는 것이 아닌, 모자를 쓰거나 지팡이 드는 것 하나만으로도 연기하는 인물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개인적으로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을 정하는 방식이 정말 기억에 남았는데, 실제로 사전에 연습하고 합을 맞췄는지 아니면 즉석에서 결정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소품을 던져서 역할을 결정 하는게 정말 재미있었다. 오필리어를 연기하는 사람을 결정하기 위해 여성 모자를 서로에게 던지거나 피하기도 하고, 클로디어스 역할을 정하기 위해 지팡이를 서로 주고받기도 한다.
이번 연극인 <플레이위드 햄릿>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에너지가 압도하는 연극’이라 말할 수 있다. 연극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매력은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 흐름이 끊기지 않고 끊임없이 지속 되는데,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춤으로 이를 표현하니 그 에너지에 휩쓸려 연극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연극 도중 햄릿이 자신의 고뇌를 이야기할 때 관객들에게 이 힘든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극에 몰입하고 있어서 이걸 대답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빵 터지기도 했다.
연극의 마지막에 와서는 마지막 곡부터 커튼콜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이를 사전에 듣고서 꼭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마지막 곡이 시작되자 연극을 관통하는 대사와 신나는 음악 소리에 이를 즐기느라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이 돼서야 간신히 사진을 몇 장 남길 수 있었다. 약 100분간 진행된 연극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끝이 났었다. 시간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이런 말이 연극이 얼마나 잘 완성되어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여행 연극으로 잘 알려진 극단 플레이위드는 2006년 ‘햄릿’과 함께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한다. 이후 4편의 <플레이위드 햄릿>과 오픈리허설 연극 <햄릿 읽기 좋은 날>, 판소리극 <햄릿, 혼잣말> 등 오랜 시간 동안 ‘햄릿’을 연구하며 다양한 시도와 함께 여러 형태로 선보여 왔다. 그리고 2020년, 현재의 버전으로 초연된 <플레이위드 햄릿>은 연이은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2025년 다시 돌아온 <플레이위드 햄릿>은 더욱 다채로운 매력으로 ‘플레이위드’만이 할 수 있는 ‘햄릿’을 보여줄 예정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