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
덕분에 얀칼슨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 해에 8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했던 SAS는 불과 1년 만에 7100만 달려 흑자라는 엄청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MOT는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에게 서비스 품질을 보여 줄 수 있는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자사에 대한 고객의 인상을 좌우하는 극히 중요한 순간인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기업활동이나 서비스업에만 이런 MOT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인생의 매 순간이 어쩌면 안칼은 사경이 말한 항공기에 탑승한 손님에게 쟁반이 전달되는 순간인 때가 많습니다. 그때 그 순간을 얼마나 진심을 다해 성실하게 살펴 최선을 다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에 따라 이후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크게 달라지죠.
- 책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中
신인철 작가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서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사업군의 HR부문장으로 근무하면서도 전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를 따라 미술관에 다닌 경험을 통해 각 미술관과 그림에 대한 인사이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위 구절처럼 하예즈의 그림 ‘키스’를 통해, 기업의 ‘MOT(moment of truth)’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순간’을 포착한 그림 ’키스‘(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전시)를, ‘고객이 기업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과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MOT(moment of truth)’마케팅이란, 고객이 기업 서비스를 직, 간접적으로 처음 접하는 순간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전략을 말합니다. 이는 스웨덴의 마케팅학자인 리차드 노만이 서비스의 품질관리에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입니다. 미국의 리서치연구소인 마케팅 익스페리먼츠(Marketing Persuasion)의 연구보고서 속 “온라인 마케팅에서 첫 7초가 가장 중요하다”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입니다.
신인철 작가는 ‘MOT’마케팅의 가장 효괴적인 사례로 SAS항공사의 얀칼슨 사장을 들었습니다. 얀칼슨은 SAS항공사의 경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40대의 젊은 나이로 부임한 사장였습니다. 항공사 회사 내부에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으나, 얀칼슨이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오히려 ‘비행기에서 고객이 처음 서비스를 경험하는 순간인 물티슈, 쟁반, 음식 서비스 품질 등을 정비하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사소한 것들을 바꾸는 것에 대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SAS의 경영위기를 해결하고 고객의 리뷰 또한 좋아졌다고 합니다.
책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라는 부제목처럼, 미술관과 그림, 신인철 작가의 경험담 등을 경영 마케팅 개념과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 개념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에 비유하면서, 그림과 미술관의 정보들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로운 책입니다.
또 다른 내용의 예시로는 ’모리 미술관‘이 있습니다. 다른 미술관과 달리 모리 미술관은 상설 전시가 없는 100% 기획 전시만으로 운영됩니다. 언제 가더라도 늘 새로운 전시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면 시기가 맞지 않으면 원하는 미술품을 관람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전시 내용에 따라 개관시간, 관람료 등도 함께 바뀌는데, 이 미술관과 관련하여 신인철 작가는 '빌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모리 미술관이 '거미' 등 여러 유명 작품을 외부에서 엄선해 빌려오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던 것처럼, 자동차 산업이 다양한 분야를 '빌림'을 통해 성장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래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영역이었으나, 폴 갤빈은 자동차에 라디오라는 전기, 전자, 전파공학을 들여왔습니다. 폴 갤빈은 '이동하는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유명 축음기 회사 빅터의 고급 축음기 빅터롤라를 개발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세계적인 통신기기 기업 '모토로라(motorola)'의 탄생배경입니다. 자동차 산업에는 라디오뿐 아니라, 야간운행을 위한 조명 기술, 안전 차량 제어기술(ABS, ESC, HCU), 네비게이션, 디자인을 위한 미술심리학, 운동역학 기술 등이 더해져 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기술 '빌림'을 통해 자동차 산업은 고객의 다양화된 니즈 충족을 위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제 세상은 '잘 만드는 사람들'의 시대를 벗어나서 '잘 빌리는 사람들'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빌리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핵심기술, 핵심역량을 보유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는 계속하되, 조직에 필요한 것 중 보유하지 못하거나,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외부에서 빌릴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업조직을 보다 열려있는 형태로 운영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리미술관이 그러했듯이 일본의 최고경영자와 유망한 인재들이 퇴근 이후 지친 몸을 이끌고 도쿄 하늘 높이 솟아있는 모리 미술관을 자주 들르는 이유입니다.
- 책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中
책에서는 모리미술관,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외에도, 아르누보의 거장 '알폰소 무하'가 다른 화가들과 달리, 일의 귀천을 따지지 않아 연극 뒷배경 그림부터 상업 그림까지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임하면서 유명해졌다는 일화 등 다양한 미술 이야기들을 기업 경영과 연관짓고 있습니다. 미술과 경영 모두에 관심있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