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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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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빌 워: 분열의 시대>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모종의 이유로 내전이 발발한 미국에서, 베테랑 종군기자와 막 꿈을 안고 발을 딛은 어린 종군기자의 이야기였다.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띤 작품으로, 기자들은 잔잔한 풍경 속 살벌한 총성과 함께 움직였으며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남겨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보면서 'Shoot'이라는 영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보았다. 군인이 총을 들면 '쏘다'라는 뜻의 Shoot이 되고, 기자가 카메라를 들면 '찍다'라는 뜻의 Shoot이 됐다. 그러니까, 쏘고 찍는 것의 본질은 같은 셈이다.

 

생각해 보면 두 동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순간과 영원이라는 속성을 달고 있다. 총을 쏘면 사람은 영원히 죽는다. 사진을 찍으면 사람은 영원히 남는다. 그리고 이 둘 다 찰나의 시간에 이루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영원한. 순간적인. 군인. 사진가. 상반되는 것들이 사실은 닮은 꼴임을 알게 됐을 때, 마침 국내에서 다시 한번 <퓰리처상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당 전시를 본 건 처음이 아니다. COVID-19의 대유행과 함께 모두의 일상이 마비되었을 때, 친구와 함께 간신히 미술관을 둘러본 적이 있다. 당시엔 작품 설명이 상세하지 않아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진행되는 전시는 자세한 상황 설명이 적혀있었다.

 

사진전을 둘러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관람 일이 주말이라 인파가 북적이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간의 역사를 자랑하듯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수많은 사연의 사진들을 담고 있었다. 그것들을 모두 읽고 감상하는 데 약 90분은 소요가 되었던 것 같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의 스펙트럼은 꽤 넓었다. 어떤 작품은 벅찰 만큼 환희에 차 있었고, 따뜻함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또 어떤 작품은 도저히 잔인해 공포로 심장이 쿵쿵댈 지경이었고, 조금은 소박해 웃음이 났다.

 

그럼에도 역사의 변곡점 내지 상징은 하나의 비극이나 장대한 성공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특히나 비극의 힘은 커서, 인생은 고통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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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수상작 <피켓 라인 (THE PICKET LINE)>

사진: Alamy Stock Photo

 

 

극단주의 무리로부터 마구잡이로 얻어맞는 남자, 네이팜탄을 피해 울면서 달려가는 아이, 나뒹구는 시체들과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아래로 갓난아기를 밀어 넣는 여자.

 

그 모든 비극은 역사를 바꾸거나 상황을 알리는 조명탄이 되었을 테다. 혹은 적어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교훈을 후대에 남겨줄 수라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사진이 된 개개인의 인생과 그것을 찍은 작가들에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었을지 생각해 보면, 씁쓸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악화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없는 기자들에겐 더욱이 좌절감을 안겨주겠지.

 

<수단의 굶주린 소녀>라는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 카터는 심리적 고통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다 결국 생활고 등 문제가 겹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수많은 살육, 시체, 고통과 분노, 슬픔을 '전문적'으로 따라다니며 생긴 무력감과 충격이 그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오로지 관찰자로 남아있을 것을 원칙으로 하는 보도 윤리와 타인의 고통을 모르는 체할 수 없는 본성 속 인도주의,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의 비극을 팔아 어떤 행동이 일어나도록 기다리는 것뿐. 어쩌면 사진기자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를 난도질하는 것과 가까울지도 모른다.

 

사진에 찍힌 대상도, 사진을 찍고 있는 기자도. 그들의 고통을 우리는 완벽히 헤아릴 수 없다. 전시에 걸린 하나의 프레임으로 아주 약간, 감각할 뿐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퓰리처상을 수여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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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전시다. 삶의 다방면을 돌아보고 싶을 때, 그리고 역사의 순간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세상을 촉구하고 만들어내고 싶을 때.

 

<퓰리처상 사진전>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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