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봤다. 의학 드라마는 병원을 배경으로 환자의 생명과 의사들의 삶을 그려내며 깊은 감동과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는 언제나 눈길을 끈다. 인간을 극한까지 몰아넣고 서로를 해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이야기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는 의학 드라마를 좋아한다. 2016년, <낭만닥터 김사부>를 정주행한 것이 내 의학 드라마 덕질의 시작이었다. 지금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한때는 의학 드라마에 빠져 응급구조사를 꿈꾸기도 했다.
혹시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다른 의학 드라마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학창 시절, 밤을 새우면서까지 빠져들었던 몇 편의 의학 드라마를 소개한다. 각 드라마마다 초점을 맞추는 지점이 다르기에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이 드라마는 내가 의학 드라마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방의 허름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최고의 외과 의사이자 신념이 확고한 ‘김사부’는 가장 낭만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학병원의 거대 시스템에서 밀려난 레지던트들이 김사부 밑에서 의술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매 회 등장하는 외과 수술 장면은 현실적인 묘사와 긴장감을 더하며, 환자를 대하는 김사부의 침착한 태도와 뛰어난 실력이 드라마에 한층 더 몰입하게 만든다. 또한, 돌담병원과 본원인 거대병원의 대립 구도가 극을 이끌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는 윤나무가 연기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인수’다. 외과장이나 수간호사, 병원장 등 시니어 라인은 초반부터 김사부의 신념에 동조하며 한 팀을 이루지만, 정인수는 본원에서 쫓겨나 돌담병원에서 일하게 되며 점점 김사부의 철학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다. 특히 시즌 3에서 환자 때문에 자책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시즌 1과 비교해 완전히 변화한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목처럼 다소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시각에서 의료 현장을 그린다. 자신의 사정과 트라우마를 뒤로하고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에만 몰두하는 의사는 현실에서는 드물지만, 그런 이상적인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기대하는 의료인의 모습 아닐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낭만닥터 김사부>가 완벽한 의사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인간적인 의사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 드라마는 20년 지기 다섯 명의 의사 친구들이 같은 병원에서 일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은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해 연주하며, 병원 안팎에서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의사로서의 고민, 환자와의 관계, 교수와 레지던트 간의 관계 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드라마적 요소로 인해 주인공들의 능력치는 이상적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다른 의학 드라마에 비해 인간관계와 일상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조명한다.
또한, 매 회 등장하는 밴드 연주는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다섯 친구의 우정과 연대감을 더욱 강조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또 다른 특징은 각 분야 교수와 전공의들의 케미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과에서 일하며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병원이라는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Scrubs
Scrubs는 미국의 의학 시트콤으로, 병원물과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J.D.가 인턴으로 병원에 들어와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며, 동료들과 함께 유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간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전개와 독특한 연출 방식이다. 주인공의 상상 속 장면이 현실과 교차되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단순한 코미디에 그치지 않고, 의사로서 마주하는 생과 사, 환자와의 관계 등 진지한 주제도 다뤄 감동을 준다. 의학 드라마가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여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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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이야기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몇 해 전, 의학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의대 지원율이 높아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 의대는 언제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헌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조명되고, 그러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의료 환경이 더욱 나아지길 바라며, 앞으로도 좋은 의학 드라마들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