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시독서, 사회학적 시선에서 바라보기 [도서/문학]

글 입력 2024.12.2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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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강 작가의 책은 삽시간에 품절되어 추가 인쇄에 들어갔으며, 독서하는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 있었던 서울국제도서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사전예매를 했음에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만큼 도서전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현대문화분석입문에서는 문화를 형성하는 행위의 동기와 욕구를 해명하는 이론적 틀에 대해 배웠다. 한 학기간 배운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독서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된 과정과 그것을 SNS에 과시하는 것이 유행하게 된 원인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 열풍과 독서를 SNS에 과시하는 현상은 단순히 문학적 관심 증가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사회적 상징과 문화적 소비로서의 독서, 그리고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미지가 갖는 역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적 문화 해석, 그람시의 헤게모니 그리고 장 보들리아르의 상징 가치 이론을 적용해보겠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문화는 계급적 성격을 지니며, 지배계급의 가치와 권위를 반영한다. 역사적으로 독서는 단순히 지식 습득의 행위를 넘어, 특정 계급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였다. 한국 사회에서 독서는 전통적으로 교육적 성공과 지적 엘리트의 상징으로 간주되었다. 한강 작가와 같은 문학적 권위를 지닌 작가의 책을 읽는 행위는 독서가 단순히 취미를 넘어, 특정한 문화적 자본을 축적하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독서 행위가 개인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는 보들리아르의 상징가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독서는 더 이상 사용가치에만 의존하지 않으며, 그것이 타인에게 보여지는 방식으로 의미를 갖는다. SNS에 독서 사진을 업로드하는 행위는 독서의 물리적 실천을 넘어, 자신이 교양 있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람임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욕구와 연결된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에 따르면, 지배계급은 자발적 동의를 통해 피지배계급에게 특정한 문화적 가치를 내면화시킨다. SNS에서 독서 열풍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교양과 지적 수준을 강조하는 문화적 헤게모니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지적이고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대중이 이러한 지배적 가치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다. 현대 사회에서 SNS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독서 이미지를 게시하는 행위는 단순한 자기 표현을 넘어, 사회적 인정과 타인의 시선을 얻기 위한 경쟁적 소비로 작동한다. 특히, 한강 작가의 책과 같이 문학적 권위가 인정된 책은 ‘고급 문화’로 분류되며, 이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엘리트적 취향을 가졌음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화된다.

 

현대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압력을 느낀다. 독서 이미지를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이러한 사회적 불안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독서를 통해 ‘나는 단순히 소비적 존재가 아니라, 지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자아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부르디외의 문화자본 개념은 이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독서 행위는 단순히 지식 습득이 아니라, 문화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도구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거나 특정 책을 읽고 이를 인증하는 행위는 개인이 문화적 자본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동이다. 이러한 상징자본은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독서를 과시적으로 활용하려는 현상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허위의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교양과 지성을 과시하려는 행위는 체제 내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반영하지만, 이러한 인정은 불평등한 문화적 권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편, 과시 독서는 독서라는 행위를 대중문화의 일부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국제도서전과 같은 이벤트에서 대중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독서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이는 독서가 엘리트 문화에서 벗어나 더 넓은 층위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과시 독서는 단순히 독서를 즐기는 행위를 넘어, 지배계급의 문화적 헤게모니와 현대소비사회의 상징 가치가 결합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현대 한국 사회의 사회적 불안, 정체성 추구, 그리고 문화적 자본 축적 욕구가 만들어낸 복합적 결과이다. 동시에, 독서 열풍은 독서를 대중문화로 확장시키는 긍정적 가능성을 내포하며, 이를 통해 독서가 단순한 과시의 도구를 넘어 모두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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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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