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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딱 이맘때쯤이다. 내가 미친 듯이 고민하고 있었던 시기. 작년 2월, 나는 ‘휴학’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다. 할지, 말지…. 만약 한다면 휴학 기간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분명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와 같은 이유로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휴학’이라는 공통 분모로 함께 고민하고 있을 터이니 오늘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진행한 인터뷰 하나를 공개하고자 한다. 이 인터뷰가 조금이나마 여러분의 두통을 덜어주었으면 좋겠다.

 

*


-휴학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우선 ‘쉼’의 정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 당신에게 ‘쉼’이란 무엇인가?

 

N : 나에게 ‘쉼’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시간을 흘려보낸다’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휴학도 당신에게는 ‘쉼’의 일종이었나?

 

N : 처음의 다짐은 그랬다. 온전히 쉬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나는 지금 정말 쉬는 중인가?’, ’그런데 마냥 쉬기에는 취업 전 주어진 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진 않을까?’, ‘하지만 쉬려고 한 게 휴학 아니었던가?’ 등등….아무래도 나는 너무 멋진 휴학 생활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쉬는 것도 잘 쉬면서, 챙길 것도 다 챙기고 싶었던 거겠지. 그렇게 머릿속에 양가적인 생각과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휴학이 다 끝나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돌아보았을 때 내가 경험한 ‘휴학’은 쉼 50%, 방황 50%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처음 ‘휴학’을 선택하게 된 순간과 그 계기는 무엇인가?

 

N : 시험 기간이었다. 공부하던 중, ‘내가 이 공부를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물론 누구는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서 애써 이유를 찾으려 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정말 큰 충격이었다. 오직 그 생각만이 내 뇌를 가득 채울 정도였으니까.


나는 항상 목표가 있어야지 무얼 하는 사람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달리는 과정이 삶이었고. 그런데, 공부하면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달리기만 하는 나와 마주했고 순간 삐끗해 버린 것이다. 번아웃이 왔다. 나의 삶에.


다시 내 원래의 삶을 되찾고 싶었다. 삶의 정확한 목표가 뭔지, 난 뭐가 되고 싶은 건지, 뭘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건지.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고작 2개월(방학)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게 나의 휴학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N : 어른들은 생각보다 휴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내가 선택한 일이라면, 뭐든 ‘오케이!’를 외치며 응원해 줬던 둘이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1년씩이나 되는 시간을 들여 가면서까지 학교를 쉬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졸업과 취업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했으면 하는 마음과 1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나 또한 물러날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 봤자였다. 바퀴에 구멍 난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일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마음을 굳게 먹고, 그런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결국 직접 ‘휴학 계획’ PPT를 제작해 부모님께 PT를 하고 나서야 난 성공적으로 휴학을 진행할 수 있었다.

 

 

-PT까지 진행했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휴학 전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휴학 중 가장 힘들었다거나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N : 위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시피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 머릿속이 참 복잡한 시기가 있었다.

 

나는 왜인지, ‘휴학’이라는 단어 자체에 조금 오랫동안 집착했던 것 같다.

 

‘분명 휴학인데 왜 쉬는 것 같지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일종의 강박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즐기지 못하지 않을까?’, ‘조금 더 여유를 부려야 하지 않을까?’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무언가를 진행한다거나, ‘척’을 했다. ‘행복한 척’, ‘여유로운 척’….또, 다른 친구들의 SNS를 너무 열심히 챙겨봤다. ‘다들 바쁘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며 항상 나의 휴학 생활과 다른 친구들의 휴학 생활을 비교하려 들었다. 괜히 뒤처질까? 두렵고, 다른 친구들이 나도 모르는 새 너무 앞서나갈까 두렵고.


이렇게 아예 상반된 생각 두 개가 맞물리니 잘 굴러가던 톱니바퀴가 자꾸만 끽- 끽- 멈추려고 했다.


휴학은 사실상 그냥 보너스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 시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알아서 채워나가는 것이고. 나처럼 ‘휴학’이라는 단어에 집착해서는 안 됐다. 괜스레 괴리감을 느껴 현실을 깨닫게 된다거나 의욕을 잃는 등 더는 안타까운 사례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 단어와 다른 친구들의 휴학 생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알아서, 나만의 휴학 생활을 잘 채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휴학 생활의 가장 중요한 점은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목표가 다르고, 꿈꾸는 것이 다른데 어떻게 모두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달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휴학하는 이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것은?

 

N : 우선, 첫 번째는 각종 공연 감상이다. 나는 2024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페스티벌과 콘서트를 보러 다녔다. 사실상 학기 중에는 돈도, 시간도, 심지어는 체력까지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휴학 기간에는 다르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날을 골라 갈 수 있고 심지어는 평일이라도 문제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휴학 기간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올해 총 5개의 평일 공연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공연들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는 다양한 대외 활동. 굳이 거창한 브랜드나 유명한 대외 활동이 아니어도 좋다. 네이밍보다 실제 그 ‘경험’에 집중해서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 보자. 그러한 대외 활동들도 나는 휴학 생활의 절반을 채웠고 그 과정에서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의 적성을 가장 찾기 좋은 경험 중 하나가 대외 활동인 것 같다.


세 번째는 국내 여행이다. 해외도 아니고, 국내라니 시시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해외여행은 학기 중 고생한 자신에게 보상처럼 주는 것이 좋고, 휴학 중에는 국내 여행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썩 내키지 않더라도 우선 시간이 있으니까 다녀와 보자. 그렇게 한두 번 국내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게 곧 취미가 될지도 모른다.

 

 

-참 좋은 보기들인 것 같다. 듣기만 해도 나까지 행복해지는 것만 같은데, 그렇게 행복한 만큼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N : 사실 휴학 전과 중, 내가 그 무엇보다 걱정했던 것 중 하나였다.


휴학은 거의 인생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다. 항상 주어진 학업 스케줄에 맞춰 살아온 15년과는 아예 다른 라이프 스타일. 모든 것이 자유롭다. 하지만, 그런 자유를 끝마친 후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정말 끔찍할 것만 같았다. 원래도 달갑지 않았는데, 자유의 맛을 한번 보고 나면 더더욱 최악일 것 같았달까.


그렇게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휴학을 이미 끝내고 복학한 언니에게 직접 물어본 적도 있었다. 복학이 너무 두렵다고, 어떻게 한 거냐고. 그러자 언니는 “그때쯤 되면 ‘아, 돌아갈 때 됐다’하는 생각이 들걸?”이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싫고 두렵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은 든다.


‘와, 아예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하나, 둘 필기구도 사고, 복학 기념 가방도 사고. 이러다 보니 꼭 새내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없는 사이에 졸업했을 동기들도, 군대 갔을 후배들도 다 사라지고 아예 새로운 모습이겠지? 확실히 돌아간다는 느낌보다는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어 신기한 요즘이다.



-휴학이 30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N : 휴학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새로운 해는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법 모순되고 애매한 시기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다.


만약 4월쯤 복학이었다면, 나는 막말로 3월에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해가 밝아 신년의 열정 마인드와 복학이 만나니 정말 이번 연도를 완벽한 복학으로 잘 살아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며칠 전, 홧김에 토익 학원도 등록했다. 신년의 힘은 참 대단하다.

 

 

-나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단골 질문 하나 던지며,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정한나, 너에게 휴학이란?

 

HN : 휴학이란, 인생이라는 게임 속 작전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감독은 당신이다. 만약 당신이 찬찬히 살펴보았을 때 나의 인생 속 모든 것이 적절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대로 끊임없이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면 그대로 게임을 멈추지 않고 진행해도 좋다. 분명 그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명확하게 게임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혹은, 게임을 해결하는 다른 방법을 알고 싶다면 잠시나마 ‘작전타임’을 외치는 것이다.


작전타임을 가진다고 뒤처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건 결과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 게임 중 꼭 필요한 찬스와도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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