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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 같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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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상경한 지 어느덧 4주 째다. 평일엔 회사에서, 주말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휴일 없는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아직 내가 젊어서일까, 지치지 않고 오히려 회사생활이 즐겁게 다니고 있다. 팀원분들에게 말을 거는 게 어렵고 비즈니스 관계에서 오는 압박감을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 매일 다른 일을 하면서 사람과 일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보다 일을 하는 시간 속에서 더 큰 희열을 느낀다.

 

일에 몰두한 하루가 있는가 하면 지루한 하루를 보낼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나름 두 달 치의 계획을 세웠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학습하는 것. -꿈을 위해 콘텐츠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핑계대는 것이니 가볍게 읽고 넘어가주시길.-

 

2025년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에 크고 작은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 특히나 자격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취득해야만 한다. 반드시. 또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는데 아직까진 비밀로 해야하는 것들도 있어서 커밍아웃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분명 실체를 만들어내리라.

 

나는 감정 표현에 매우 서투르다. 정확히는 말하는 법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말을 많이 하는 애는 아니어서였을까. 말을 나서서 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또 말을 안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신나면 구구저절 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건 순발력은 없는 편이다. 몸도 생각 회로도. 그래서 토론 대회에서 대차게 망했던 기억도 있고, 내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오해를 사거나 억울했던 기억도 있고, 스피킹을 하는 수업이나 시험에서는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스피치 학원을 다닌 적도 있었다. 좀 더 꾸준히 다녀볼 걸, 하는 후회도 했다. 듣는 이가 잘 알아듣게 조리있게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글쓰는 일에 더 애착이 생긴 것일까. 글로는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무궁무진했다.

 

열한 살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이유도 바로 다채로운 글의 매력에 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언제까지 감정을 숨기고만 살 수는 없다. 어차피 감정은 표정으로 다 드러난다. 그걸 단지 상상하고 부단히 연습했던 말만큼 정확하게 발화되지 않을 뿐. 성장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말할 때이다.

 

 

스물 넷, 이십 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다. 마냥 어리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적절한 긴장감이 필요한 나이. (적어도 지금의 난 그렇게 느껴진다)

 

홍보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한 지 4주. 일 할만 하다고 묻는다면 괜찮다고 답할 것 같다. 인턴이 할 만한 일을 주셔서 조금만 고민하면 할 수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가 인턴 기회를 잡아서 일을 하고 있는 시간들이 감사한 요즘이다. 인턴 경험이 없었더라면 실무 경험없이 사회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매일 실습일지를 작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따로 노션에 요청받아 수행한 업무들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있다. 두달 후 노션 페이지를 열었을 때 한눈에쉽게 확인하기 위해서.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난 검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꽤나 큰 단점이자 구멍이라고 생각한다. 압박감이 없으면 퇴고를 등한시하는 자세는 글을 쓸 때나 공부나 일을 할 때 등 좋지 않다. 어떤 업무가 주워지든 간에 그 일이 완전히 내 것임을 체득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부제에 적었던 것처럼, 2025년은 잊을 수 없는 2024년의 해보다도 더 가치있고 중요한 해가 될 것만 같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이루고 싶은(이뤄야만 하는) 꿈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야한다.

 

설연휴 끝나고 다시 출근하는 날 상상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매번 힘들고 익숙해지지 않지만, 기억하 것이다. 집에서 나와 회사까지 걸어가는 길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이어폰에서 흐러나오는 파이팅 넘치는 출근길 노래들, 사람인지 동물인지 가끔 분간이 안 가는 길거리 비둘기들, 출근해서 따듯한 차를 마시며 하루의 업무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들 전부. 이 기억들이 모여 내일의 나를 상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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