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안에 맞설 단 한 사람 - 뮤지컬 '틱틱붐' [공연]

그건 다름 아닌 나였음을
글 입력 2025.01.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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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틱, 틱, 틱…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어디선가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은 쿵쾅거리고, 숨이 막혀온다. 영문 모를 불안감이 감돈다. 이 소리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쾅! 하고 모든 게 터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치 시한폭탄처럼 말이다. 타이머가 울리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지만,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향해 시간은 흐르고, 그에 따라 틱, 틱, 초침 소리가 멈추지 않는 이곳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존의 마음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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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존이거나, 존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뮤지컬 <틱틱붐>은 시계 소리로 구현되는 '존'의 불안과 조바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존은 브로드웨이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기를 꿈꾸며 바쁜 뉴욕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년으로, 낮에는 생계를 위해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의 작품에 열중하며 치열하게 꿈을 좇고 있다.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노력하는 존에게는 그 노력에 걸맞은 마땅한 성공과 보상이 주어져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연출가 지망생이며, 그의 작품을 공연으로 올려주겠다는 후원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슬프게도 '노력하는 사람'과 '나아가는 사람'은 동의어가 아니다.

 

분명 주어진 일들을 착실하게 해내고 뭐든지 열심히 하며 살아온 것 같은데, 막상 아무것도 이루어낸 게 없는 스스로에 실망하며 느끼는 착잡함은 나 또한 아는 것이기에, 무대 위의 그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한편, 곧 있을 워크샵에서 좋은 결과가 있길 간절히 바라며 몰두하는 존의 곁에는 두 명의 가까운 이들이 있다. 한 명은 존의 연인 '수잔', 다른 한 명은 오랜 친구 '마이클'이다. 한때 무용수였던 수잔은 '돈은 많은데 재능은 없는 꼬맹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마이클은 배우의 꿈은 접고 일명 '잘 나가는' 마케팅 회사에 취업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보다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연인을 보면 왠지 스스로가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고, 돈 걱정 없이 좋은 집에서 살며 좋은 차를 모는 친구의 모습은 조바심을 불러일으킨다. 누구보다 존을 사랑하는 두 명이니 이들의 말과 행동은 때로는 존에게 응원이 되지만, 또 때로는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에 꽂힌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시작을 듣게 되면 이 세 명의 인물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게 된다. <틱틱붐>은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렌트>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작품이며, 초기에는 1인극으로 구성되었다. 수잔과 마이클의 대사도 모두 존을 맡은 배우의 목소리로 공연되었다는 것이다.


추후 라슨의 친구들에 의해 공연이 재구성되면서 1인극이 아닌 3인극으로 바뀌었지만, 이러한 설정을 알고 공연을 보면 새로운 해석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들은 어쩌면 존이 선택할 수도 있었던 길이다.

 

꿈과 현실을 적당히 타협하여 선생님이 된 수잔처럼 존은 작곡이나 극작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었다. 어릴 적 꿈은 이제 접어두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로 선택한 마이클처럼 '취업'이라는 아예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었다. 마치 지금 당장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내가(혹은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셋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존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자신의 꿈을 선택했다.

 

 

 

불안에 맞설 수 있는 단 한 사람, 나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의 창작자를 알고 나면, 이 이야기의 결말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극 중에서 계속 고민하고 좌절하고 불안해하는 존은 먼 미래에 성공하게 된다. 비록 <렌트>가 개막하기 전에 조나단 라슨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노력은 결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으로 보답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이게 사실이라도 존이 그 작품에 대해 극찬을 받으며 <틱틱붐>이 끝을 맺었다면 오히려 허무했을지도 모르겠다. 노력했기에 성공했다는 말은 반대로 성공하지 않았으면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말로 뒤집힐 수 있기에 위험하다.

 

보상과 평가에서 아무리 자유로울 수 없더라도, 적어도 나만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나의 마음을 바라보아야 한다. 불안을 끌어안고도 놓을 수 없는 꿈이라면, 그에 대한 사랑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극중 존은 워크샵이 끝난 뒤 자신이 그렇게 동경해왔던 우상 '스티비'가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걸어온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계속 듣고 있었다면, 분명 스티비는 칭찬을 쏟아냈을 텐데도. 하지만 <틱틱붐> 속 존의 이이야기는 그 칭찬을 듣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된다.

 

그 누구의 인정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올곧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계속 흔들리더라도 불안에 끌려다니기보다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손에 꼭 쥘 것.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불안과 후회는 남을 테니, 그저 선택에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뮤지컬 <틱틱붐>이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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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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