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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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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한 사람의 삶에서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은 생계를 유지하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데, 무슨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지 설명하는 것이 바로 '직업'이다. 작가는 글을 쓰고 그것을 팔아 돈을 벌고,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에게 솔루션이라는 이름의 아이디어를 팔아 돈을 벌고, 빵집 종업원은 사람을 응대하고 계산하는 능력을 팔아 돈을 번다.

 

교환경제의 논리로 도식화하기 참 쉽지만, 정말 직업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납작하게만 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오히려,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가 곧 그 사람이 사는 삶의 질을 결정 짓는다고 믿는 게 더 대중적인 시선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좋은 삶을 위해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좋은 직업이 과연 무엇일까?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삶


 

어릴 때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읽으며 자랐다. 저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들의 직업은 마치 천직(天職) 같았다. 말 그대로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과학에 몰두해 대단한 발견·발명을 해낸 학자 아인슈타인이나 마리 퀴리는 끈질긴 탐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위하는 대단한 충성심이 있었다. 그 대단한 파블로 피카소는 3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다고 했다.

 

나는 뭘 좋아하지?

 

그들을 보면서 나도 인생을 헌신할 수 있을 만큼 좋아하는 걸 찾으면, 당연히 그만큼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좋아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무얼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보는 것, 듣는 것 그 이상으로 내가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라면 뭐든. 좋아하면 잘해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내가 못하면 좋아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이제 와서 말해보는데, 나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리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잘하는 걸 하면서 사는 삶


 

그렇게 머리가 조금 크고 나서부터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잘하는 걸 찾으라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한 번은 그래도 용기 내서 음악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건 나중에 취미로나 배우라고 했다. (이렇게 말한 주인공은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교류하던 젊은 윤리 선생님이었는데, 열여덟살에 용기 내서 신청한 상담에 이런 말을 듣고 적잖은 배신감을 느꼈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대학 가려고 공부하는 분위기인데 나에게 다른 말을 했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려 하는 감당 불가능한 행동을 하면 어떻게 책임지나- 싶은 마음에서 안전한 답변을 주셨을 수도 있겠다.)

 

이제 질문이 바뀌었다. 내가 잘하는 건 뭐지?

 

사실 질문이 바뀌면서 더 어려워졌다. 얼마나 잘해야 잘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나는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5년째 써오고 있지만 어디 가서 당당하게 글을 잘 쓴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냥 글을 꾸준히 쓴다' 정도가 부담스럽지 않은 표현일 듯하다. 좋아하는 건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아무도 반박할 수 없지만, 잘하는 걸 찾으려니 비교군이 세상에 너무 많았다. 게다가 무언가를 좋아하지 않을 핑계는, 그걸 직접 해보고 연습할 기회조차 멀어지게 만들었다.

 

 

 

직업에도 목적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이 없으니 갈림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나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재능으로 일할 수 있을까? 조금 더 뾰족하게 표현해 보자면, 어떤 산업에서 어떤 직무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늦여름에 이런 고민이 깊어질 때쯤, 또 주변인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의도나 뉘앙스는 전혀 다르지만, 막상 떠올리니 의미는 같아 나란히 적어본다.

 

"자아실현 하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니잖아. 그냥 아무거나 되는 거 해!"

 

"어느 길로 가도 네가 만족감을 얻지 못할 거 같다면, 네가 찾는 건 직업에 있지 않은 거 아닐까?

회사 밖에서 찾아볼 수도 있잖아."

 

그래, 나는 직업을 통해 '꿈'을 실현하려고 했나보다. 그렇다면 왜? 왜 그랬을까? 왜 직업을 가지려고 하고, 왜 꿈을 실현하고 싶어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나는 지금 (연장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하루 8시간, 주 5번을 일하면서 지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8시간이면 하루의 1/3이고, 잠자는 시간 7시간 정도를 빼면 1/2 수준이다. 경제 활동을 하는 내 삶의 절반을 직업에 쏟는다는 뜻이다. 인생의 절반동안 보고 느끼고 듣고 사고하는, 그러한 분야와 방식을 결정하는 직업이 내게 아무런 가치도 없고, 개인적인 효용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그러니까 더 치열하게, 나에게 필요한 걸 찾고 있는 중이다. 커다란 관점에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방향성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배우며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적 안정감을 얻고 싶다. 억만장자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시켜만 준다면 거절하지 않겠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눌 수 있고, 또 내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정도, 아플 때 부족함 없이 지원할 수 있을 수준의 안정감. 다시 그걸 위해서 일하면서, 회사에서는 내가 나의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도 느끼고 싶다. 심리적 만족감과 경제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직업, 그게 나에게는 가장 좋은 삶을 살게 해줄 좋은 직업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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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아직까지 모르겠다는 거다. 여전히 내 앞에 놓인 길은 갈림길이고, 걷고는 있지만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인턴으로서 일을 배우고 있는 분야도,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한 산업이라 앞으로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이 상태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직업이라는 것도 계속 바뀔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기꺼이 발걸음이 가는 대로 걷다가, 언젠가 내가 남긴 발자취를 거꾸로 따라가볼 생각이다. 그러면 적어도 내가 어디를 걸었는지는 알게 되지 않을까. 발자국들이 유독 모인 곳이 있다면 재미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방황한 만큼 내 땅이다." 내 세계를 넓히려면 부지런히 방황해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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