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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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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EMORY는 실비아와 사울의 사랑 이야기다.
 
실비아는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과거의 씻지 못할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하루하루 일과 아이만 보며 살아가는 실비아는 어느날 파티에 가게 되고 거기서 우연히 사울을 만나게 된다. 실비아의 옆에 앉아 있던 사울이 불편했던 그녀는 서둘러 파티장을 나와 집을 가는데, 사울은 그녀를 따라간다. 사울은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다.
 
실비아의 아픈 과거와 함께 오해가 생긴 사울에 대한 경계심에서 그 오해가 풀리고 점차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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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실비아는 과거의 기억들이 몸속에 물들여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사는 사람같이 보였다. 과거의 아픔때문에 엄마와의 인연을 끊고 실비아의 주변에 있는 사람은 그녀의 딸 애나와 동생 뿐. 타인에게 무조건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마음을 쉽게 주지도, 받지도 않던 그녀였지만 사울이 그녀의 마음을 열었을 때 종잡을 수 없이 사울에게 물들어지게 된다.

사울은 치매라는 것이 오기엔 많지 않은 나이에 기억을 점차 잃어가 혼자 외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증상까지 오게 되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픔이 시작되었을 때 우연히 실비아를 마주치게 되었고, 사울의 곁에서 도움을 주고 함께 있어주었던 실비아를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매일매일 그녀를 노트에 기록한다.

그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여러 고난과 역경, 시련을 겪게 되지만 딸 애나 덕분에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실비아와 사울의 관계는 처음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과거를,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들을 함께했다. 하지만 실비아의 과거의 아픔은 사울이 큰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었고, 사울의 기억을 잃어가는 아픔은 실비아가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줄 수 있었다.
 
만약 파티에 가지 않았다면, 사울이 아픈 상태에서 실비아를 따라가지 않았다면, 실비아가 사울에게 생긴 오해로 그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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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시작된 운명같은 작은 만남들이 하나씩 이어지며 서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생전 서로 남이였다가 실비아와 사울처럼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주는 관계가 되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참 신기한 경험이다. 실비아와 사울이 서로의 삶에 물들여지면서 일어나는 큰 행동이나 변화, 사건은 없었다. 그냥 묵묵히 서로의 곁에 있어주었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깊어져갔다.

영화는 실비아와 사울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서로를 꽉 안아주면서 끝이 난다. 그렇게 미래에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은 다르지만 ‘현재’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들의 관계가 깊어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회복하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는 실비아와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미래를 생각하기 보단 현재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울은 이유는 다르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한 그들이였다.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누가 내 옆에 있느냐에 따라 아픔이 더 커질 수도, 옅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운명같은 시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제가 될 수 있었던 실비아와 사울의 이야기는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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