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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겨울을 밝히는 불 [영화]

by 김예은 에디터
2025.01.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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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와 독립을 위해 싸웠던 이 땅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그려낸 영화이다. 영화는 겨울의 한가운데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리고 그 겨울 속에서 불을 들고 움직이려는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찬찬히 드러낸다.

 

얼어붙은 땅과 눈으로 뒤덮인 나무, 드넓은 사막 등 영화는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중력 같은 힘, 광활한 자연. 그러한 자연의 땅 위에서 인물들은 그저 묵묵히 걸어간다. 바람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꿋꿋하게 걷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향할 미지의 땅,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은 땅을 밟고 산다. 땅은 사람의 터이고 그곳을 잃어버리면 그들이 살 곳은 사라진다. 그렇기에 일제가 식민지화한 대한의 땅은 독립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독립운동가들이 밟고 지나간 땅 위에선 죽은 자와 산 자가 극명히 나뉜다. 영화에서 산 자는 안중근 의사이다. 다만 이미 죽은 독립운동가들은 그 땅에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안중근 의사의 뒤로는 무수히 많은 동지들이 존재하고 그 역시 그들의 존재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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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는가?

 

현 상황에도, 영화 <하얼빈>에서도 물을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을 먼저 떠난 이들이 살아있는 이들을 구할 수 있는가. 죽은 동지들이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다양한 인물 군상이 나온다. 독립을 위해 움직이는 독립운동가와 이미 그들을 떠나간 독립운동가, 그리고 그들을 배신한 채 살아남기 위한 밀정……. <하얼빈>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밀정이 된 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줌으로써 그가 밝힌 불을 조명했다는 것이었다.

 

영화에서 안중근 의사는 쉽게 목숨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동지들의 불만이 있음에도 일본인을 살려두고 밀정을 죽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결정에 의문이 들었다. 밀정 ‘김상현’에게 기회를 주자는 말이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말을 보고 ‘김상현’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독립운동가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자연히 갖는 두려움, 극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졌다고 느꼈다. 만약에 나였다면, 저 상황에 부닥쳤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김상현’이 마지막에 했던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더욱 인상 깊었다. 김상현에게 기회를 준 것은 안중근 의사의 결정이었고 김상현이 행동하게 만든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이었다.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진 이 땅 위에서 살아간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겨눴던 총, 그 총의 방아쇠를 당긴 건 안중근 의사 한 명이지만 그러한 순간을 만든 것은 그 땅을 밟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었다. 그가 외쳤던 ‘코레아 우라’는 하늘에서 듣고 있을 독립운동가를 위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또한 하늘로 떠난 독립운동가를 위한 총성은 아직 숨이 붙어있는 독립운동가들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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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은 빨갛다. 그리고 밝다. 어둠 속에서 눈에 들어오고 불을 쫓아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다. 불은 우리의 목소리이고 염원이다. 영화 <하얼빈>의 계절은 겨울이기 때문에 푸르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된다. 언제 그칠지 모르는 눈발 위에서 안중근의 총성은 그가 밝힌 불이 되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독립운동가들이 밝혔을 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2025년 1월도 <하얼빈>의 계절과 같은 겨울이다. 12월부터 시작된 눈발이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불을 들어 여전히 겨울을 밝히는 중이다. 하얼빈에도 봄이 찾아왔듯 우리에게도 봄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는다. 봄이 올 때까지 불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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