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벽 없는 공연예술을 위해서 - 연극, 뮤지컬의 배리어프리에 관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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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1년 동안 문학 행사 및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장애인은 전체 중 2.2%였으며, 그중에서도 연극과 뮤지컬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장애인은 1.2%에 불과했다.
연극 뮤지컬의 현장에 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대학로의 경우에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설도 거의 없을뿐더러, 공연을 본다고 하더라도 시각 장애인, 청각 장애인 등을 위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공연과 장애인 사이를 가로막는 큰 벽은, 결국 1.2%라는 통계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벽을 부수고자 하는 개념이 바로 배리어프리이다. 배리어프리는 말 그대로 장벽이 없는 환경을 뜻한다. 장애인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데 있어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 사회적 약자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이다.
공연 예술계에서는 자막, 수어 해설, 터치 투어와 같은 방식을 통해 장애인 관객들도 충분히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극 < BeingBeingBeing >의 공연 시작 전 사진
이러한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찾아보게 된 계기는 최근 연극 < BeingBeingBeing >을 보면서였다. 공연을 보러 간 이유는 단순히 객석의 형식이 특이해서였다. 무대와 객석을 크게 나누지 않는 방식의 연출이 신기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찾아갔던 공연에서, 배리어프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극장에서 티켓을 찾을 때, 티켓 안내원분이 친절하게 좌석을 안내해 주셨다. 어떤 좌석은 자막이 잘 보이는 위치이며, 어떤 좌석은 배우와의 상호작용이 많다고. 또 공연 중에도 자유롭게 극장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며, 다시 들어올 수도 있다는 안내가 이어졌다. 그렇게 공연을 관람했다.
그 경험이 필자에게는 독특한 기억으로 남았다. 작품 속 존재들의 꼬리가 관객들의 발밑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사방에 놓인 스피커를 통해 배우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등장인물의 대사와 음악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아주 자세하게 제공되었다. 평소에 공연을 볼 때는 사용하지 않는 감각을 통해 공연을 온몸으로 즐겼다.
공연을 관람한 후 카페에 앉아 후기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온몸의 감각을 활용하는 공연이 장애인 관객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궁금해졌다. 그 과정을 통해 배리어프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전에도 극장 예매 페이지에서 배리어프리나 접근성 회차를 본 적은 있었지만, 그 내용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찾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극 <스카팽>의 열린 객석 안내 - 출처 국립극단 공식 X(@NTCK_)
필자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많은 작품들이 접근성을 높이고자 여러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한글 자막을 제공하는 공연도 있었으며, 수어 통역사의 해설이 있는 공연도 있었다. <스카팽>과 같은 공연에서는 열린 객석을 통해 감각 자극을 완화해, 경직된 환경에서 관람하기 어려운 관객에게도 공연 관람의 기회를 주었다. 또는 아예 관객 모두의 시야를 일정 부분 차단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나로서는 공연 예술계의 배리어프리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배리어프리의 정의로 돌아와서, 온전히 장벽이 없애기 위해서는 물리적 장벽뿐만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도 제거해야 한다. 필자는 아직 극장이 온전히 열려있지 않다고 느낀다. 아직 대학로에는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극장들이 더 많다. 그리고 상업극으로 넘어갈수록 접근성을 고려한 작품의 수는 적어진다. 장애인 관객들의 선택지는 여전히 좁다.
연극 <로드킬 인 더 씨어터> 공연 사진 - 출처 국립극단 공식 X(@NTCK_)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관객이 접근성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접근성의 필요성에 대해 더 잘 인지하고, 목소리를 낼 수록 창작자들도 이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관객들의 배리어프리에 대해 더 이해해 보려는 자세가 장벽 없는 극장을 온전하게 실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접근성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으면 한다. 부딪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장벽 없는 극장을 위한 길이 아닐까.
[노미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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