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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어른들도 크리스마스는 중요해

그러니,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by 유민재 에디터
2024.12.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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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다. 예능 <알쓸인잡>에 나온 말이다. 정말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오랫 동안이나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진짜라고 믿도록 만든다.

 

희한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을 위한 사기극임은 그렇다 쳐도, 어른들마저 서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심지어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아이들보다 성대하다. 커플들은 하룻밤을, 친구와는 맛있는 식사를, 티비 속 연예인들은 캐롤로 분위기를 띄운다. 더는 산타에게 축하를 받을 수 없는 어른들은 이제 서로를 축하한다.

 

왜일까? 나는 나의 경우에서 나름의 답을 떠올렸다. 산타가 네모난 상자를 건내기만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산타의 손편지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기분 최고조였다. 왜인지 아빠의 필기체와 닮아 있었지만 별로 중요치 않았다. 나의 어릴 적, 가장 멍청하고 순수했던 시기. 그 땐 그랬다.


그리고 현재에도 나는 선물을 받는다. 다른 점이라면 마냥 기쁘지 않다. 성인인 내가 염치없이 받아도 될까 하는 불안이 나를 엄습해온다. 연인과의 선물도 편하지만은 않다. 선물을 고를 때면 계산적인 생각을 서둘러 마음 깊숙한 곳으로 집어넣는 나를 발견하고 만다. 비슷한 금액대의 선물인가? 작년보다 값싼 선물이면 마음이 줄어든 건가? 상대방은 의무적으로 건낼까? 아무런 걱정없이 순수했던 나는 마치 네모난 상자에 갇혀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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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소중한 이에게 선물을 받으면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행복하다. 어느덧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면 성대한 분위기에 쓸데없는 고민은 사라지고 벅찬 웃음을 짓고야 만다.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고백 같은 되도 않는 고백도 성공시킬 수 있을 것만 같고 <폴라 익스프레스>의 기차를 타 훌쩍 떠나야만 할 듯 하며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을 꿈꾼다. 동심이란 것이 조금이라도 내게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쩌면 어느새 나는 사회라는 차가운 현실에 찌들어버려 이날만이라도 전처럼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 마음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야 황금빛이 아른거리는 거리에 반짝이는 소원을 꿈꾸는 행위는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어릴 적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스스로가 소원을 이루려 앞장선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고 선물을 먼저 고르기도 하며,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상대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용기 내어 전하기도 한다. 나는 그리고 어른들은 산타이길 자처한다.

 

물론 어른들은 점점 산타의 선물을 받을 자격을 잃는 중일 테다. 산타도 이를 알아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간 산타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받았다. 선물을 받을 때의 기쁨이라는 선물을. 어른들은 이미 수없이 겪어봐서 그때의 표정을 기억한다. 그래서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선물로 같은 표정을 짓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또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크리스마스가 사기극임을 알아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는 이유일 테다.

 

하늘은 흰 눈으로, 거리는 황금으로 물드는 크리스마스. 사랑으로 가득 채워 각자의 낭만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똘똘 뭉쳐 쓸쓸함을 달래고 다같이 못난이 스웨터를 입은 채 서로를 이끈다. 그것이 더는 산타가 찾아오지 않는 우리가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일 테다. 그러니,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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