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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네덜란드를 생각하면 몇 가지 키워드가 떠오른다. 풍차와 치즈의 나라.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빈센트 반 고흐도 함께 떠올릴 것이다. 네덜란드는 고흐의 나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고흐의 팬이라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방문할 곳은 아마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일 것이다. 이름부터 ‘반 고흐’를 달고 있는 이 미술관은 반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이니까.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3박 이상을 하는 고흐의 팬이라면, 아니 고흐를 잘 모르더라도 가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크륄러뮐러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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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기업가 부부인 안톤과 헬렌 크륄러뮐러가 기부한 개인 미술 컬렉션을 토대로 해서 1938년에 세워졌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와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며 2시간을 넘게 가다 보면 더 호에 벨루(Do Hoge Veluwe) 국립공원이 나온다. 공원 입장료를 내고 입구에 위치한 흰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뮤지엄 산에 설치된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해진, 마크 디 수베로의 조각상이 반겨주는 크륄러뮐러 미술관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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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보니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주변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하러 온 학생들로 붐빈다. 밖의 공원에서는 학생들이 조각상을 스케치하고 있고, 잔디밭에서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미술관에 들어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따라서 가장 안쪽까지 걷다 보면 반 고흐의 작품들이 나온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밤의 카페 테라스>, <우체푸 조셉룰랭 초상화>, <감자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그 외에도 <해바라기> 등 우리가 미술책에서 한 번쯤 접해봤을 작품들이 모여 있다.

 

사람들에 치이는 반 고흐 미술관을 방문한 후 이 미술관을 둘러보다 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전시관 하나에 혼자만 있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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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고흐의 작품뿐만 아니라 모네, 세잔, 피카소, 몬드리안, 쇠라 등 많은 거장의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는 이 미술관을 천천히 둘러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들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유리창 밖의 풍경과 거장들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면서 자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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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륄러뮐러 미술관을 관람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국립공원을 돌아다녀 보길 권한다. 네덜란드의 지형을 반영하듯이 끝없이 넓고, 굴곡 없는 땅을 다녀보자.

 

흰 자전거에 타서 사람들을 마주치기 어려운, 영원히 평탄할 것만 같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원을 돌다 보면 당신의 마음도 조금은 더 평안해질 거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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