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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안녕 마이럽. 이 글은 너에게 링크만 달랑 보낼 거야. 그러면 너는 최소 29시간 뒤에 문자를 확인하고, ‘ㅋ’만이 가득한 문자를 보내오겠지. 나는 최대 3.8분 만에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낼 거야.

 

처음 서로를 인식한 날, 이렇게 달라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며 서로를 싫어했고. 공동의 적이 생겨 서로의 말을 듣기 시작했고. 약 6년이 지난 지금 서로를 존중하는 우리가 되었어.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지도, 마주 보지도 않을걸 알지만, 서로를 존중할 거라는 마음은 확실해. 세상에 딱 하나 남아야 하는 이치가 있다면 고민 없이 ‘존중’을 말할 너와 나는 어쩌면 서로에게 존중 그 자체가 되어주고 있을지도 몰라.

 

영원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 우리이기에, 언젠가 우리가 연락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우리의 모든 것을 드러냈던 썰물 같은 순간을, 서로가 서로를 가득 채운 밀물 같은 순간을 우리는 기억할 거야. 노란색 옷을 입고 만나자 했을 때 정말 노란색 옷을 입고 나온 너를, 유명한 떡볶이집에 하루전날 혼자 가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쓰고 온 너를, 내 큰 슬픔을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주는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기억할 거야. 너의 기억에도 나라는 순간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있잖아. 언젠가 지구에서 달을 바라볼 수 없는 날이 와도 지구인이 달에 남겨둔 발자국만큼 딱 그만큼 서로를 생각하자. 세상 어지러운 내 머릿속을 정리해 준 너이고, 세상 단조로운 너의 세상을 다양하게 물들인 나이기에. 우리 딱 그만큼만 서로를 생각하자. 달에 무언이 있을 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발자국을 남긴 것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희망과 기대로 남아있자.

 

지구에서는 달의 한 면만을 볼 수 있고, 달에서는 지구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데. 우리는 서로에게 달일까 지구일까? 어렵다. 나는 제주도 한 달 살기 한다는 소식을 일주일 전에 말하는 너를 아직 이해하긴 어려워. 너도 하루 만에 수술을 정하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근데 하나 알겠는건 서로에게 재밌는 존재인 거는 확실하다는거야.

 

우리 앞으로도 유치하게 한강 도시락 싸기 콘테스트 같은 거 하자. 수고스럽게, 굳이, 시간 내서 추억을 쌓는 그런 거 하자. 재밌잖아. 다음에는 뭐 하지? 계곡 가서 돗자리피고 멍 때리기 콘테스트 하자. 먼저 몸에 잠자리 앉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재밌겠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하는 그 이야기야. 갑자기 예술병에 걸려 예술을 하겠다 했던 고등학교 3학년의 내가, 같은 예술대학교를 지원한다던 너의 말을 믿고, 용기 냈던 그 순간. 합격하고 보니, 너는 원서를 취소한 그 순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평생 이 이야기하고 다닐 거야. 영원히 기억하고 영원히 사랑할 거야.

 

좀 징그러운 말이지만. 너는 나의 유일한 영원이 될 거야. (몇시간 뒤에는 아닐 듯)

 

 

 

에디터_차윤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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