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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24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고전을 해석하다

선율에 귀를 기울이다

by 유다연 에디터
2024.11.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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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갖는 깊이감이 있다. 인생을 음악에 바친 예술가의 영혼이 담긴 선율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은 그러므로 관객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그저 피아노 한 대가 조명을 받게 될지라도 말이다.


경건하고 고상하게, 또는 고함치듯 손뼉을 치며. 모든 반응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는 그곳에서 나는 일리야 슈무클러의 연주를 만났다.


내가 클래식에 대해 아는 바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나마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앨범 하나를 우연히 알게 되어 수록된 곡들을 수면의 수단으로 썼을 뿐이다. 그가 20세기의 위대한 첼리스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조차, 나는 이름의 표기를 확인하려다 알게 되었다.


슈베르트의 가곡같이,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몇 곡을 제외하곤 평범한 문외한인 내게 일리야의 공연은 관람 전부터 큰 기대를 일으켰다.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을 뜯으며 잔뜩 기대하듯, 피아노 리사이틀이란 미지의 경험을 그를 통해 처음으로 열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표정을 보았다. 찌푸리다 즐거워하다 슬퍼하는, 세상의 모든 감정을 순식간에 거쳐 가는 그 얼굴을. 그리고 건반을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또 마지막으론 숙련된 움직임으로 페달을 밟는 구둣발을 지켜보았다. 아예 눈을 감고 그를 감상하기도 했다.


공간은 소란한 듯 조용했다. 기침 소리는 자리를 바꿔가며 작고 크게 끊길 듯 끊기지 않았고, 뒷좌석에 앉았던 아이 둘은 서로 키들대다 작은 야단을 맞고 이내 입을 닫았다. 핸드폰으로 검색하는가 하면, 공연 안내서를 유심히 지켜보거나 그저 차분히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부산스러움과 가지런함 사이에서, 나는 제목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음악을 헤맸다. 그것은 조금 지루하기도, 또 너무나 화려하기도 했고, 가슴을 벅차게 하기도 했다가 순식간에 소름이 돋게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는 무언가를 안다는 듯 음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말하자면 해석이었다.


모두에게 객관적인 분명하고 확실한 하나의 '사실'이란 것은 과학을 제외하곤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과학조차도 완벽하지 못하다. 달의 중력은 지구와 다르고, 종종 과학자와 수학자가 새로운 법칙을 들고 와 세상을 놀라게 하곤 하므로.


그렇다면 음악은 무엇일까. 어떤 원리로 사람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하는가.


내가 일리야의 감정을 곧이곧대로 따라갔을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정반대일 수도 있다. 그의 표정, 손, 발끝마저 지켜보았으나 정작 나의 것을 지켜보진 않았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해체하고, 합치고, 또 흐르도록 내버려두며 나만의 감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연주자마다 곡을 연주하는 방식이 다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멜로디와 강세를 해석하는 데에서도 차이가 나 결국은 같은 곡을 연주해도 미묘하게, 또는 아주 크게 다른 곡이 되어버리고 만다.

 

일리야는 고전을 해석하고 있었다. 나는 일리야가 해석하는 고전을 해석하고 있었다. 그러니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 다른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이 간극에서 오는 공연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다를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만족했을까, 즐거웠을까. 이 고전을 통해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관객인 나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만 했다.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A장조]와 [리스트: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중 장송곡], 집으로 돌아와 알아낸 두 곡은 정말이지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악기 하나로 그 모든 감정과 선율을 만들어내고, 또 전달할 수 있음을 나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충격적으로 완벽한 기교가 보였고, 또 어떤 부분에선 멜로디의 감동과 폭발적인 힘을, 또 막다른 곳에선 연주하는 젊은 음악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석이 전혀 달랐을지언정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에게서 얻어가는 힘은 비슷할 테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몸과 마음이 혹독함을 겪어낼 어두운 계절,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풍요를 쌓아두고자 관람하게 된 <2024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는 큰 영감을 주었다.


음악의 선율 그 자체는 아름답지 않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해석할 뿐이다. 그리고 그 해석이 연주자와 관객 사이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때의 즐거움을, 나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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