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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방구석 올해의 예능상 수상작 [예능]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서바이벌 장르의 새 가능성

by 이예리 에디터
2024.11.14 01:21

 

 

벌써 오늘이 수능이라니. 유독 안온한 날씨에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2024년도 다 가고 연말 시즌이 훌쩍 와버렸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르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놓은 곳들도 눈에 띈다.

 

연말에 빼놓을 수 없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방송국에서 하는 각종 시상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연예대상이나 연기대상을 시청하며 그 해를 마무리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졌다. 수상 발표 전에 이 작품이 상을 받겠네, 이 사람이 상을 받아야 하네 옥신각신하는 건 보너스.

 

아무튼 이렇게 매해 꼬박꼬박 각종 시상식을 보며 추리해 온 이 안목을 바탕으로, 나만의 방구석 시상식을 해보려 한다. 올해 내가 꼽은 최고의 예능 콘텐츠는 바로바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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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의 가치는 서바이벌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데 있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12명이 9일 동안 합숙하며 리더를 선발하고 상금을 분배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서바이벌 장르의 고장이나 마찬가지인 tvN의 ‘더 지니어스’ 속 두뇌 게임, ‘소사이어티 게임’ 속 모의사회 포맷에 더해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만의 독창적인 기획에 성공했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의 특별함은 출연자의 가치관을 정치, 계급, 젠더, 개방성 4개 영역으로 나눠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과 익명과 실명의 공론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나온다.

 

이러한 기획에서의 차별 지점은 우리가 그동안의 서바이벌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을 연출했다. 일반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게임에서 우승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 날것의 인간 본성을 있는 그대로 표출한다. 거짓말과 속임수, 정치질로 경쟁자를 견제하기에 바쁘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이 숨기고 싶어 하는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절묘하게 포착된다.

 

하지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출연자들은 정반대로, 가면 아래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출연자는 4개 영역에 관한 사전 테스트에서 사상 점수를 부여받는데, 합숙 기간 언행으로 사상이 유추되면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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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테스트로 규정된 출연자들의 성향이 합숙 동안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서 보이는 성향과 일치하지 않는 순간들도 재밌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인간의 '위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바이벌임에도 공동체 전체가 탈락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주민을 위해 전체 상금 중 큰 금액을 사용하는 등 출연자들은 투명한 욕심보다 대외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한다. 상금을 더 많이 남기려, 다른 사람을 더 빨리 떨어뜨리려 하는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가치관을 남들 앞에 드러내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어 공동체에 관한 더욱 현실적인 질문들을 남겼다.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방영 이후 뒤늦게 기대 없이 시청한 콘텐츠였다. 몰아보기를 끝내고 내게 너무나 많은 고민과 짙은 여운을 안겨줬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좋았던 부분이 훨씬 많기에 올해 내 삶을 빛내준 최고의 예능 콘텐츠로 선정하고 싶다.

 

내년에도 이런 실험적인 콘텐츠가 쏟아져나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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