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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노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언어 [공연]

연극 <붉은 머리 안>, <비클래스>, <흑백다방>을 통해 연극 속 노래 알아보기

by 노미란 에디터
2024.11.07 13:44

 

 

연극은 대본, 조명, 무대, 무용 등등 다양한 예술이 모여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이다. 그만큼 연극이 관객에게 주제를 전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대사뿐만 아니라 무대, 조명, 무용, 음악까지 수많은 방식으로 관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중 배우가 직접 부르는 노래는 대사를 보완하거나, 감정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때로는 한 마디 대사보다 더 큰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연극 속에서 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붉은 머리 안>, <비클래스>, <흑백다방> 세 작품을 통해 연극 속 노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저희 세계로 초대합니다 - 음악극 <붉은 머리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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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엠비제트컴퍼니 인스타그램

 

 

<붉은 머리 안>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유명한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원작으로 하는 음악극이다. 극의 줄거리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이 초록 지붕 집 안으로 들어와 가족이 되고,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까지의 이야기.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데에는 작품만의 특별한 연출 방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안 역할을 맡는 ’안 1‘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의 배우가 각자 10개 이상의 배역을 해낸다는 점이다.


극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반주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며 시작한다.

 

보통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배우 자신이 아닌, 배역으로 등장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멜로디에 맞춰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소개한다. 배우 ‘본체’의 등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배우들은 소대로 나가지 않고 무대 뒤편에서 땀을 닦고,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그렇기에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하면서도 무대 위 배우를 배역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로 보게 된다. <붉은 머리 안>의 감동은 배우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신나는 멜로디와 함께 시작된 극의 마지막은 안이 초록 지붕 집을 떠나, 안 자신으로 살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자신의 힘만으로 안에서 밖으로 나온 안. 배우들은 배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눈물이 흐른다면 흐르는 대로 장면을 이어 나간다. 안의 이야기를 배우와 같이 따라온 관객은, 그 장면에서 배우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멜로디에 맞춰 다 같이 신나게 시작해 끝나기까지, 지금 극장에 모인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공감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그래도 괜찮다.” - 연극 <비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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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골든에이지 컴퍼니 인스타그램

 

 

‘a’클래스가 아닌 ‘b’ 클래스. 비클래스는 봉선예술학원의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서는 합동공연에서 패스를 얻어야했던 학생들. 각자의 사정을 안고 모인 네 명의 학생들은 패스를 위해 삐걱거리지만, 같이 힘을 모아 합동공연을 향해 나아간다.


예체능계 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3학년은 불안정한 시기이다. 과거의 상처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을 안고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 비클래스 학생들 또한 그랬다. 과거가 부끄러웠고, 미래가 불안했기에 비클래스의 학생들은 처음에는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택상은 다른 아이들을 설득했고, 그렇게 연습이 시작된다.


네 사람의 연습 역시 쉽지만은 않다. 자신이 써온 노래를 택상이 안되는 노래로 열심히 열창하기도 하고, 어설프게 피아노를 치기도 한다. 정말 패스를 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면서도 세 사람은 서로를 믿으며 공연을 만들어 나간다. 관객들 또한 네 사람이 만들어낼 공연을 기대하며, 불안전하지만 뜨거운 공연 연습을 지켜본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연에 사실 택상은 등장하지 않는다. 상급 클래스의 빈자리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택상은 불완전한 미래에 흔들리기보다는 확실한 미래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나머지 세 아이는 남아서 공연을 마무리한다.

 

극의 시점은 어른이 된 현재의 택상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 후 비클래스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택상도, 관객도 알 수 없다. 아마 지금의 택상처럼, 그리고 관객처럼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흔들리며 살고 있지 않을까. 흔들리는 모두에게 과거 학생들의 공연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 공연 장면은 “그래도 괜찮다”는 말을 전한 데 의미가 있었다. 흔들림 속에서도 만들어낸 멋진 공연처럼, 우리의 인생도, 흔들리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그런 게 아닐까?


 

 

과거의 끝, 현재의 시작 - 연극 <흑백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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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에디터가  직접 공연을 보러 가서 찍은 사진이다.

 

 

다방, 카페는 사람과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대화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신뢰일 것이다. 서로를, 서로의 말을, 그리고 서로의 경청을 믿기에 대화는 성립된다. 그리고 <흑백다방>은 신뢰를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방 주인, 그리고 손님은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이다. 과거 다방 주인의 폭력으로 손님은 청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와 두 사람은 시대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상처로 얼룩진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흘러 다방에서 다시 한번 대화의 기회를 얻게 된다.


<흑백다방>의 특징은 마지막 엔딩을 제외하고는 음향 효과가 단 한 번도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방 주인이 LP를 틀 때에도, 전화기가 울릴 때도 관객들에게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다방 주인의 말을 통해서 상황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게 극은 60분간 무대를 오로지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로 채워나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대의 의도는 신뢰에 있다.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물은 다방 주인뿐이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는 손님처럼, 관객들도 사실 다방 주인의 말을 모두 믿기는 힘들다. 이는 손님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 사람 전부 서로를 믿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다방에서 과거 폭력의 현장이 재현된다.

 

다방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된 것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완전히 신뢰하는 상태가 되어서야 무대는 정적이 아닌 두 사람의 노래, 음악으로 가득 찬다. 그 후 둘의 대화를 관객은 알 수는 없지만, 두 사람에게 다시 한번 믿을 기회가 주어졌듯, 화해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


이처럼 연극 속 노래는 단순한 부가적 요소를 넘어 이야기를 강화하고,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장치로 쓰이기도 한다. 연극 속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여러 요소가 모여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의 매력이 더욱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대본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요소가 모여 만들어내는 연극, 이것이 또 연극만의 매력이 아닐까? 대본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연극, 이것이 연극만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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