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알려진 명화의 이면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존재한다. 『더 기묘한 미술관』은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 ‘진병관’이 명화 속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잘 알려진 화가의 숨겨진 이야기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새로운 이야기 같이, 흥미롭지만 비교적 덜 알려진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비하인드를 통해 다시 느끼는 작품의 깊이
명화를 감상하는 경험은 단순히 작품의 색채와 분위기, 구도 등 시각적 요소만 보고 판단하는 것 이상이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까지 함께 들었을 때 비로소 그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와 작가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 『더 기묘한 미술관』은 나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해 줬다. 명화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작품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느껴지지 않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작품을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지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작품 설명을 듣기 전후 감상의 깊이 차이를 느껴보고 싶어서 내용을 보기 전 작품만 먼저 봤었다. 그중 ‘명화 이면의 이야기가 작품 감상에 굉장한 차이를 주는구나’하는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받았던 것은 ‘2관. 어둠의 방 – 누구나 죽음의 섬으로 떠난다’ 부분이었다. 해당 챕터에서는 아르놀트 뵈클린이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중 뵈클린의 <죽음의 섬>이라는 작품에 대한 감상이 그의 삶을 알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났었다.
아르놀트 뵈클린, <죽음의 섬>, 캔버스에 유화, 110.9 X 156.4cm, 1880년, 바젤 미술관
아무 정보도 없이 <죽음의 섬>이라는 작품을 봤을 때는 그저 어두운 색감의, 어딘가 우울감이 묻어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나아간 생각으로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삼도천과 같은 공간을 그려낸 건가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작가의 삶 속에 죽음이 얼마나 밀접했는지를 알고 나니, 이 그림이 그가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뵈클린은 그의 첫 약혼녀를 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이후 평생을 함께할 연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으나 그녀의 집안은 그가 개신교 신자라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사랑하는 아이 다섯을 전염병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다. 그의 삶에 연이어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는 작품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됐고, 1880년 그의 대표작 <죽음의 섬>이 탄생하게 된다. <죽음의 섬>은 우연히 타인의 죽음에 공감하며 탄생된 작품이었다. ‘마리 베르나’라는 여인이 뵈클린에게 세상을 떠난 전 남편을 기리는 작품 한 점을 그려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그에게도 죽음은 가까운 일이었기에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며 작품을 그리게 된 것이다.
비록 이 <죽음의 섬>이 그가 떠나보낸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탄생하게 된 것은 아닐 수 있으나, 작품을 완성하는 시간 동안 먼저 보낸 이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의 삶 속에서 죽음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알고 난 후 그림에서 느껴지는 어둠과 고요함은 우울함을 넘어서, 죽음을 직면한 작가의 복잡한 경험과 감정의 응축된 상징적인 작품으로 다가왔다. 아마 이런 배경을 알지 못했다면 이 작품을 이렇게 깊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더 기묘한 미술관』의 숨겨진 뒷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름의 상상으로 그때를 그리다 보면 마치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한 편을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은 작가가 삶을 살아가며 어떤 사건을 겪었고, 그의 경험과 서사가 녹아 있는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그 당시의 상황과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흥미로운 드라마로 다가왔다.
특히 ‘4관. 선택의 방 – 이루지 못한 사랑이 남긴 것들’ 부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챕터에서는 <절규>라는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뭉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가 가진 사랑의 상처와 그것이 어떻게 그림으로 승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마치 ‘서프라이즈’처럼 극적인 이야기가 되어 머릿속에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재생이 되었다.
에드바르 뭉크, <마라의 죽음>, 패널에 유화, 150.5 X 199.5cm, 1907년, 뭉크 미술관
뭉크의 인생은 시작부터 죽음과 불안이 함께했다고 한다. 그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돌아가셨고, 열세 살에는 누이가, 남동생마저도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다 보니 뭉크는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을 바랐지만, 사랑은 구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불안에 기인한 사랑의 갈구는 그를 단 한 번도 사랑에 성공하지 못하게 했으며,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었다.
뭉크의 <마라의 죽음>이라는 작품이 그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툴라’에게 정서적으로 살해당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되어있는데, 그의 지치고 불안했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목도했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에게 ‘사랑’과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한다. 책은 뭉크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절규>라는 작품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 역시 그의 트라우마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는 50대의 나이가 되어서야 세상과 거리를 두기 위해 은둔 생활을 택했으며, 비로소 평온한 그림을 그려냈다고 한다. 아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 기묘한 미술관』은 단순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와 역사적 배경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그를 통해 명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아갈수록, 그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책 덕분에 명화는 수많은 감정과 역사가 얽혀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다가왔고, 앞으로 어떤 미술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그 이면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