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나는 계속 쓰고 싶다

문화예술과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 돌아보기
글 입력 2023.10.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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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고소하고 싶다.’

 

연말이 다가오면 입버릇처럼 내뱉는 문장이다. 올해도 내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야속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그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돌이켜 보는 과정은 받아쓰기를 0점 맞은 아이가 되는 것과 같다. 부끄러움이 한가득 몰려온다.

 

그래도 올해 내게 까임 방지권이 2장 생겼는데, 하나는 드디어 사회인이 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전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으니 해내야만 하는, 당위성이 가득한 일이라면 후자는 오로지 나의 의지로만 이뤄진 일이라 더욱 뜻깊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는 이유에 답하고자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지원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최혜진 에디터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에디터는 잡음 속 신호를 잡는 사람으로, 다양한 정보를 재구성해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었었다. 아울러 내가 문화예술 콘텐츠로부터 받은 위로 또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며 그 과정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에디터를 동경한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일상에 지칠 때면, 책이나 영화 같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비하며 마음을 달랜다.

 

변한 부분도 있다. 당시의 나는 문화예술을 호캉스라고 일컬으며 문화예술 콘텐츠 안에는 우리의 일상 속 과제가 담겨 있지 않아 편안하고 좋다고 평했다. 하지만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하며 접했던 콘텐츠를 곱씹는 과정이 심화해서 그런지 생각이 바뀌었다. 문화예술 콘텐츠 안에도 우리의 일상 속 아픔이 담겨 있었다.

 

연극 ‘밀정리스트’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로 우리의 일상과 멀어 보이지만, 지금도 우리가 느끼곤 하는 동료 사이의 의심, 도덕적 딜레마 또한 담겨 있었다. 도서 ‘컬러 인사이드’에는 매일 같이 접하는 색상들이 있었고, ‘1cm+’에는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게 표현돼 있었다.

 

이렇듯 문화예술에는 우리의 일상이 담겨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상이 아예 담겨 있지 않을 경우, 오히려 사람들은 그것을 낯설어하리라 생각한다. 문화예술에 일상이 녹아져 있으면,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 그 안에 감정과 의미가 채워질 수 있다.

 

따라서 나에게 문화예술이란 무엇인지 재정의하자면, ‘카메라 필터’ 같다. 카메라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을 담되 약간의 왜곡이나 특별한 장치가 더해져 공감되면서도 새롭다. 편안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마성의 존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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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며 문화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문화예술이 좀 더 좋아졌다. 대신 글쓰기는 더 어려워졌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진 만큼, 더 예쁘게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쓴다. 한글을 알고 활자를 적을 줄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진입장벽이 어느 것보다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 쓰고 싶어지는 순간 난도가 한없이 올라간다. 나름대로 경험과 인사이트를 담아 글을 완성해도 어딘가 엉성해 보이고 왜 나는 남들처럼 울림 있는 글을 쓰지 못할까 자책하곤 한다.

 

종종 어쩌면 나는 쓰는 사람이 되기엔 자격 미달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빠진다. 그런데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쓰고 싶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아트인사이트를 하며 조금 보완됐다.

 

기존에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글이 완성됐을 때의 보람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지금은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아직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내 욕심만큼 글의 완성도가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아 슬픈 것도 잠시, 하나의 글을 완성하면 다음 글은 어떤 주제로 쓰지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다.

 

‘아, 저번에 웹툰 가비지타임 보면서 이런 거 인상 깊었는데’, ‘맞다, 올해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엘리멘탈 후기는 지각이어도 꼭 쓸 거야’ 등 앞으로 쓸 수 있는 이야깃거리 목록을 추가할 때마다 내 안에 여전히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아 공허하지 않고 든든하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문화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직함과 다루는 주제가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라 행복하다.

 

 

[이도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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