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노래 - 이소라의 Track 9 [음악]

당연한 고독과 평범한 불행
글 입력 2023.09.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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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든 날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어떠한 자극도 마주하기 힘든,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날. 쉴 새 없이 몰아치듯 감정을 자극하는 노래도, 애써 힘을 불어넣어 주려는 위로의 노래도 마음이 힘든 날에는 섣불리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 날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적당한 온도에서 그저 가라앉아, 조용히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곡.


나에게는 그런 노래가 이소라의 'Track 9'이다.


'나'의 삶을 마치 타인이 관조하듯 읊조리는 노랫말은 결과적으로 '나'를 넘어 '인간'을 말한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서 살게 해

 

'당연한 고독'은 이 노래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타인에게 의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에도 결국에는 독립적인 개체인 인간에게 '고독'은 '당연'한 것이다. 그 고독은 부정적인 대상이라기에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것이어서, 미워하기에는 애틋하고, 사랑하기에는 아프다.


나를 화나게 하는 수많은 것들을 돌아보면, 대부분이 '이해'에서 온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행동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해의 사각지대에서 고립된 나는 당연한 고독과 마주한다.


그렇다고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없기에 인간은 계속해서 고독을 실감한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이번엔 나를 강하게 하는 것들을 돌아본다. 시련과 고난이 사람을 강하게 한다는 말은 진부하다. 시련과 고난 없이 살 수 있다면, 그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신화 속 인물은 절대자가 내린 시련을 극복하며 영웅성을 획득하지만, 우리는 신화 속 인물도, 더더군다나 영웅도 아니다. 강해지기 위해 시련을 필요로 하는 인물이 아니다.


한편, 절대자의 시험과 같은 시련은 아닐지언정, 삶은 순간순간 크고 작은 어려움을 선사한다. 그 어려움은 분명히 나를 힘들게 하지만, 나도, 너도, 모두가 겪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로 인한 불행은 비범하지 않고 '평범'하다.

 

그러나 모두가 겪는다는 것이, 평범하다는 것이 괴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 '평범한 불행'은 삶의 순간순간에 내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되고, 충분히 나를 강하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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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고독'과 '평범한 불행'이 가득한 삶은 썩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얼핏 비관적으로 보일 만큼 냉정한 시선에 머릿속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고독은 당연하고, 내게 주어진 불행은 평범하고, 나는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삶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 시선이 마냥 차갑지만은 않다.


게다가 상반되게 느껴질 만큼 따뜻한 멜로디, 그리고 목소리와 함께할 때 시린 노랫말은 담담한 읊조림이 되어 가라앉는다. 그렇게 이 노래의 온도는 적당해진다.


이 노래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휩쓸릴 만큼 격정적이지도, 아무런 울림도 주지 않을 만큼 얕지도 않다.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노래가 필요한 요즘, 이 노래가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해지는 나날이다.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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