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울 뒤피(Raoul Dufy), 바다를 품고 자란 화가 -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뒤피의 그림에서 출발한 행복이 무한대로 퍼지기를
글 입력 2023.09.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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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의 전시 포스터를 보았다. 밝고 경쾌한 색감의 마티스가 연상되는 그림이었다. 내게는 낯선 이름의 화가였는데 전시 정보를 찾아보니 같은 시기에 서울에서만 두 곳에서 라울 뒤피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더현대서울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전 라울 뒤피"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 한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두 곳에서 열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라울 뒤피 그림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매혹시켰는지 궁금했다.

 

두 전시는 모두 가지 못했지만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생애와 작품을 만났다. 이소영 작가는 라울 뒤피가 한국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화가이기 때문에 책을 썼다고 했다.

 

나 또한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동네방네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좋은 건 세상 사람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알아서 다 같이 행복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

 

책을 읽으며 작가가 얼마나 진심으로 라울 뒤피를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는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은 쉽게 전염된다. 나 또한 라울 뒤피의 그림들과 사랑에 빠졌으니까.

 

 

뒤피는 삶이 고뇌에 찰지라도 스스로의 예술에 그 고통을 절대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처한 현실이 어둡고 힘들 때마다 뒤피의 작품을 바라보면 삶에 긍정의 시선을 던질 수 있게 된다.

 

이미 사랑받고 있는 화가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파티를 끝내고 집에 돌아간 후에도 혼자 그 장소에 남아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발견하지 않은 그의 매력을 계속 더 채굴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시간과 깊은 애정으로 더 격렬하게 이 화가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라울 뒤피를 좋아하지만, 그가 이룬 것들 중 세상이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이소영, 3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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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는 프랑스의 두 번째로 큰 항구도시 르아브르(Le Havre)에서 태어났다.

 

르아브르라는 도시 이름은 프랑스어로 "항구" 또는 "항만"이라는 뜻이다. 뒤피는 14살부터 커피 수입 상사에서 일하면서 커피를 실은 배가 항구를 드나드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시립 미술학교에서 야간 수업을 들었다. 그 뒤 실력을 인정받아 파리의 미술학교에 입학한다.

 

뒤피는 르아브르를 배경으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큰 항구도시에서 태어난 화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본다.

 

14살 뒤피는 바다에서 일을 하면서 바다 저 넘어 세상을 꿈꾼다. 바다를 통해서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고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뒤부터 야간 미술 수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린다. 낮 온종일 일을 해서 피곤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은 행복하다. 그의 월등한 실력은 주변의 인정을 받아 그를 파리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바다를 보며 자란 아이의 그림에는 평생 동안 바다가 가득하다.

 

 

"나는 배들의 갑판 위에서 늘 살았다. 이는 화가에게는 이상적인 교육이다. 난 화물창에서 새어 나오는 온갖 향기를 들이마셨다. 나는 냄새로 그 배가 텍사스에서 왔는지 인도에서 왔는지 혹은 아조레스에서 왔는지 알았고 이는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_ 라울 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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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피의 작품세계는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그의 화풍은 인상파, 입체파, 야수파를 경계를 넘나든다. 활동 분야도 회화, 삽화가, 텍스타일 디자이너, 가구 디자인 등 다양했다. 그의 작품에는 바다, 꽃, 인물, 경마, 음악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하는데 특히 음악을 사랑한 뒤피는 모차르트, 바흐, 쇼팽, 드뷔시와 같은 음악가들에게 헌정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유년기에 나를 키운 것은 음악과 바다였다." _ 라울 뒤피

 

 

음악을 들으며 뒤피가 느낀 행복감이 그림에도 녹아있다. <바흐에 대한 경의> 그림에는 알록달록한 배경 위로 하늘을 나는 여신의 모습, 항해하는 배, 뒤피의 팔레트, 바흐의 이름이 적힌 간판, 바이올린, 개선문이 그려져있다. 그 그림을 보니 갑자기 바흐의 음악이 듣고 싶어져 평균율 중 가장 좋아하는 Bach: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1, 1.Prelude C Major, BWV 846을 재생했다. 역시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이 강하다.


사랑하는 예술에 대해서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놀라운 일이다. 돈이나 시간처럼 나눈다고 반으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라 나눌수록 무한대로 커진다.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책의 저자의 마음에서도, 뒤피의 그림에서도 살뜰히 녹아있다. 책을 통해 뒤피의 작품 세계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된 나 또한 이렇게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이 글을 읽을 사람들과 나눈다. 뒤피의 그림에서 출발한 행복이 무한대로 퍼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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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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