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그린 영화 속 순간들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는 전시
글 입력 2023.07.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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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로 새롭게 리뉴얼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전시를 보고 왔다. 63빌딩 위 63아트에서 열린 전시답게 통창으로 내려다보이는 한강과 서울의 풍경이 꽤 아름다웠다.

1975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나고 자란 맥스 달튼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로서 이따금 뮤지션이나 작가로 활동하기도 하는 예술인이다. 20년 동안 영화, 음악, 책 등의 대중문화를 모티프로 빈티지한 색감과 함께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겐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익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음악과 영화가 그의 작품과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은, 그의 작품 몇 개만 들여다봐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섬세한 필체로 ‘그려진’ 영화들 속엔, 작품을 향한 그의 애정과 관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담을 수 있는 어떤 정성과 디테일이 작품들 하나하나에 담겨 있었다.
 
 
하루 세 편의 영화, 일주일에 세 권의 책,
그리고 훌륭한 음악 레코드만 있다면
내가 죽는 날까지 행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 프랑수아 트뤼포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선명한 색감의 전시들이 이어졌다.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체로 재탄생한 영화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 같기도 했는데, 내가 아는 영화가 나오면 어쩐지 반가운 마음에, 조금 낯설지만 어디선가 이름 한 번 들어본 것 같은 영화가 나오면 호기심에 유심히 관찰하게 되는 매력이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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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클래식 명작인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명장면, 이른 아침 택시에서 내린 오드리 햅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서 보석을 바라보며 봉투에서 꺼낸 빵을 먹는 이 장면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영화가 나온지 무려 6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이코닉하고 세련된 이 장면, ‘우린 서로를 소유하지 않아요’로 시작된 전시에 처음부터 시네마천국 입구에 들어선 것 같은 감상이 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 특유의 세심한 필체가 특히나 눈에 띄었는데, 손톱만하게 그려진 사람들조차 하나 허투루 그려진 법 없이 생생히 살아있어서 유심히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sf 장르인 스타워즈부터 판타지 영화인 반지의 제왕, 지브리, 호러와 미스테리 장르,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다페스트까지 다채롭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졌다. 

무엇보다 한국의 대표적인 감독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그려낸 부분에선 많은 반가움이 느껴졌다.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옥자’,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작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영화 속 한 장면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특히나 긴 열차 형식으로 그려진 ‘설국열차’ 작품에선 18칸 속에 기차와 영화 속 장면들을 나열했는데, 작가의 의도에 따라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전진하는 방향으로 관람하다보면 어느새 영화 한 편을 온전히 본 것 같은 감상이 가능했다. 

마블의 아버지, 스탠리 감독의 클래식 슈퍼히어로들 시리즈에서는 평소 즐겨 보던 마블 속 영웅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영화 ‘레옹’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층계를 올라가는 구조로 한 나열되어 있는 레옹과 마틸다의 모습들, 장면들에 영화 한 편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 장면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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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다페스트호텔’ 작품에선 우아하고 환상적이며 아름다운, 영화 특유의 색감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호텔 내부의 장면들부터 반짝이는 부다페스트 호텔의 외관까지,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이면 창문 하나하나에서 각자 할 일들을 하고 있는 - 전화를 받거나 총을 겨누거나 정면을 응시하며 – 디테일이 살아있는 인물들까지 흥미롭고 즐거웠다. 낮과 밤의 호텔 일러스트가 둘 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가는 길에 부다페스트 호텔 엽서와 굿즈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달까. 

전시장 입구를 나서면서, 마치 시네마천국 관람을 마치고 나온 듯한 감상이 들었다. 맥스 달튼이 그려낸 영화들 속엔 분명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주목했고 열광했으며 때론 매료되었던 사랑스러운 구석들이 담겨 있다. 영화 뿐 아니라 음악과 음반, 작가들까지 우리가 사랑했고 또 어쩌면 영원히 사랑할 작품의 매력들을 전시를 통해 되새기게 된다. 

무언가를 지극히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면 우린 어떤 식으로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맥스 달튼의 경우 일러스트이자 그림이 그가 사랑하는 영화와 음악, 책과 소설을 기억하고 또 되새기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아닌, 유에서 유를 재해석하여 창조한다는, 어떤 면에선 ‘2차 창작’이나 오마주와도 닮아있는 맥스 달튼의 이번 전시는 처음 입장했을 때부터 내게 신선했으며 동시에 그만큼 즐거웠다. 이미 알고 있는 ‘클래식’의 즐거움이란, 익숙함의 반가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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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호텔 섹션 이외에도 중간중간 63빌딩 통창을 배경으로 꾸며진 포토존들도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경우 정말 진짜 ‘한강’을 배경으로 괴물과의 포토타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다는 감상마저 들었다. 

이번 맥스 달튼 개인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은 에피소드 2로 새롭게 리뉴얼되며 11월 26일까지 연장 전시한다. 올 여름 영화를 좋아한다면 몇 배는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맥스 달튼 전시를 추천하고 싶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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