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돌고래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너’를 발견하다 -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히사와 타케, 다시 만나자!
글 입력 2023.06.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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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아이가 있다.”

 

사십 줄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대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 남자. 일도 삶도 무엇 하나 안 풀리는 그가 문득 고등어 통조림을 보며 다시금 펜을 든다.

 

부메랑 섬, 탄탄 바위, 자전거, 돌고래, 그리고 고등어 통조림...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바다를 앞에 두고 ‘히사’와 ‘타케’가 처음 친구가 되었던 1986년 그해 여름.

 

돌아갈 수는 없어도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자리하는 어떤 순간이 있다. 지금, 그 시절로 떠나는 추억 여행이 시작된다!

 


 

#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우정을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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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와 타케,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른 소년이었다. 히사는 주변에 친구가 많고, 두 부모님과 동생과 티격태격하며 행복하게 일상을 보냈다. 그에 반해 타케,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엿보였다. 어머니는 혼자서 무려 5남매를 돌보시고, 타케는 그중 장남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하였다.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을 주는 법부터 깨달았던 소년, 타케. 그렇기에 친구들의 사랑과 애정을 받는 방법을 잘 몰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타케, 그 소년에게도 작은 꿈이 있었으니 바로 돌고래를 직접 보고 교감을 하는 것이었다. 타케가 그토록 돌고래를 좋아한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생략되었지만 돌고래의 자유롭고 아름다운 헤엄침이 타케에게는 존재하지 않기에 돌고래가 타케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열망이 담긴 그 꿈은 혼자 이룰 수 없었다. 그에겐 자전거도 없었다. 맞다 자전거! 우연히 자전거가 있는 히사가 생각났다. 히사에게 다가가 협박한다.

 

 
“나랑 같이 가지 않는다면, 네가 어떻게 될지 자세히 설명해 줄게.”
 

 

세상에.. 귀여운 얼굴에서 나온 귀여운 협박이지만 제대로 되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관객은 타케가 돌고래를 얼마나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반강제로 타케와 여행을 떠나게 된 히사. 그는 엄마, 아빠 몰래 멀리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수동적이다. 들킬까봐 두려워하고, 쉽게 하던 일을 포기한다. 귤 농장 할아버지를 맞닥뜨려 도망을 칠 때도 히사는 일찍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타케의 큰 응원의 한 마디에 힘을 입어 달리기 시작했다.

 

수동적이고 소심한 히사와 적극적이지만 어딘가 삐뚤어져 있는 타케의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처음엔 예상이 가는 스토리와 전개에 영화의 영상미를 위주로 봐야 하나 싶었지만 히사와 타케의 이 대사를 듣고 생각의 변환점을 마주치게 되었다. 히사와 타케의 신비하고도 애정이 넘치는 여행이 끝난 뒤, 히사의 집 앞에서 그들은 헤어진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 그들은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또 만나!”
 

 

그들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매일 학교에 나시를 입고 와 놀림당하던 타케에게 친구가 생긴 순간이자, 소심했던 히사에게 적극적인 요소가 흘러 들어가게 된 순간이었다. 좋은 친구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나도 모르게 나의 몰랐던 모습들을 발견하게 하는 사람. 나에게 좋은 친구란 그런 것이기에 히사와 타케는 분명히 좋은 친구였다. 너무나도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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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는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 히사를 초대했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던 타케의 집에 들어선 순간 타케의 동생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타케는 이를 말렸다. 그 후 히사에게 ‘고등어 통조림 초밥’을 만들어준다. ‘고등어 통조림 초밥’은 타케에게 있어 돌아가신 ‘아버지’ 그 자체이다. 과거 아버지가 만들어주셨던 ‘고등어 통조림 초밥’을 먹던 추억을 반찬 삼아 히사와 타케는 고등어 통조림 초밥을 맛있게 먹었다.

 

히사의 도움으로 동생들도 방에서 나오게 되었다. 엄격했던 형이 온화하게 풀리는 순간, 동생들은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 모두 거실에서 나와 함께 ‘고등어 통조림 초밥’을 먹었다. 타케가 모르던 진정한 기쁨. 추억을 함께 나누고 함께 맛보는 것, 맏아들이던 타케에게는 쉽지 않은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고 있었기에 그동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히사’라는 친구를 통해 그 짐의 일부분은 내려놓을 수 있었던 타케의 모습이었다.

 

그 이후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갈등 상황이 조성되지만 나는 관객으로서 조금도 불안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서로를 발견하게 해준 친구 이상의 존재였으며, 진정한 우정을 일깨워준 ‘돌고래’였다.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차마 보지 못했던 존재. 하지만 결국엔 나와 너를 깨닫게 해준, 히사와 타케는 서로가 서로에게 돌고래였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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