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숨은 아이 찾기 -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글 입력 2023.06.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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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2.jpg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과 더 현대서울, 지엔씨미디어가 주최하고, 주한프랑스대사관이 후원하는 금번 전시는, 20세기 주요 예술가 중의 한 명인 라울 뒤피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선보인다. 라울 뒤피 작품의 최대 소장처인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며,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뒤피의 예술세계를 총망라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는 뒤피의 최대 역작이자, 전기와 빛의 시대에 대한 경외와 찬사를 환상적인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 “전기 요정”의 연작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된다. 총 130여 점의 작품을 12개 주제로 구성하였으며,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공간 연출과 함께, 축복과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의 예술적 여정을 살펴볼 것이다.

 

 

 

# 숨은 아이 찾기


 

라울 뒤피, 그리도 유명한 이름 뒤에는 아름다움만 있을 줄 알았다. 난 이 전시를 통해 다른 이들이 보지 못했던 어두운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어두운 아름다움이라.. 다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 전시회를 통해 확실히 여러분에게 내 감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전시에 관한 감상을 전달하기 전, 라울 뒤피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기쁨의 화가로 불리는 라울 뒤피는 1877년,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과 예술을 매우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성장했다.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뒤피는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으며, 인상주의에 심취했으나, 이후 마티스 작품에 깊게 매료되어 야수파 대열에 합류한다. 이후 뒤피는 밝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창적인 화풍으로 일평생 삶이 주는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오늘날에도 뒤피의 밝고 화려한 작품들은 그 앞에 선 관람객들로 하여금 근심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세상의 축복과 기쁨을 느끼게 한다. 이른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기에 미술을 늦게 배운 뒤피, 그런 사이 이미 철이 들어버리진 않았을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바로 누군가에게는 밝아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작은 어린아이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나에겐 그런 모습이 뒤피의 그림에서도 보였다. 당신은 발견했는가. 밝은 색채 뒤에 숨어 있는 소심한 라울 뒤피의 뒷모습이. 지금부터 내가 혹은 그 누군가가 발견했을 라울 뒤피의 작은 아이를 작품을 통해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내가 라울 뒤피의 어른 아이를 발견한 작품은 바로 이것이다. 

 

 

L'estacade à Sainte-Adresse, 1902.jpg
(L'estacade à Sainte-Adresse, 1902)

 

 

너무 시원하다. 넓은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가에서는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여러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가득 차 있다. 천막이 가득 들어서 있고, 바다의 풍경이 주가 되어 보이는 게 아닌 다양한 건축물과 사람들의 북적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시원하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조화롭게 어울려 바닷가의 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한 점은 따로 있다. 질감이 거친 탓일까. 작품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서늘하게 느껴진다. 하얀 백사장과 대조되어 그림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서늘하고 냉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싼다. 에어컨 때문은 아닐 터, 무엇이 이 그림을 그토록 차갑게 만든 것일까.

 

뒤피의 그림에는 참으로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되었다. 인상주의에서 야수파 대열에 이르기까지 바로 그 과도기 가운데의 뒤피의 고민이 작품 한가운데 잘 드러난다. 즉, 나는 이 작품도 같은 계열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무언가를 위해 나아가기 위해 이성적으로 사고하길 원한다.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시선만이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걸까.

 

뒤피도 그 고민 가운데서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닐까.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이 나아갈 방향성과 화풍을 고민하는 뒤피의 머릿속에는 온통 차가운 이성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토록 추웠구나, 그래서 그가 매우 이성적이었구나. 그래서 그런지 이 그림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를 그려넣는 방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그림은 아래를 봐주겠는가. 

 

 

Autoportrait, 1898.jpg
(Autoportrait, 1898)

 

 

자화상이다. 뒤피의 자화상. 자화상 속 소년의 모습은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는 과연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보통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자화상은 작가들의 카리스마를 과시하고 싶어서 그렸다고 한다. 뒤피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어린 소년이지만 그때부터 강인함이 넘치고 싶었던 뒤피는 굵은 자화상을 그려내었다. 하지만 아무리 굵고, 강하게 그려낸다 하더라도 소년은 소년이다. 그는 상황에 의해 일찍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어린 화가였고, 그런 그의 눈빛에는 여리여리함을 속일 수 없었다. 미묘하게 느껴지는 그의 짝눈을 통해서 그의 부족함을 메우는 것이 미술에 대한 애정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히려 강인함이 여림을 부각하는 효과로 작용했달까. 따뜻하고 굵은 색감과 필체로 그린 자신의 모습은 실제의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라기보다는 자신이 되고 싶은, 자신이 되어야만 하는 본인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 뒤피가 아무리 속이려고 했어도 나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어떤가, 여러분도 뒤피의 소중한 어린아이를 잘 발견했는가. 물론 지금 이 글에서는 두 개의 작품에서만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실제로 전시회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분도 직접 와서 뒤피만의 어린아이를 그리고 나의 어린아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길 원한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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