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맥스 달튼이 초대하는 영화의 세계로

글 입력 2023.01.0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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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또 다른 세계로의 순간 이동을 가능케 한다. 서울 여의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63빌딩 꼭대기에는 맥스 달튼의 시야로 재구성된 새로운 세계가 있었다.


입구부터 화려한 색감으로 꾸며진 전시장 내부는 마치 동화 속에 온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각 섹션이 지닌 다양한 색깔은 작품을 보는 동안 고루하지 않은 감상들을 불러일으켰다.

 

맥스 달튼은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의 일러스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의 몇몇 장면들과 인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마다 영화의 다양한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맥스 달튼의 그림은 단순하지 않았다. 수많은 인물들과 사물들이 작품 속에 등장했고, 이를 발견하는 재미는 꽤 컸다.

 

특히 지인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 나는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관람의 또 다른 흥밋거리였다. 덕분에 나는 끝까지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작은 점처럼 그려진 인물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했다.

 

물론 그 작은 점 크기의 인물을 그려내기 위해 공들인 맥스 달튼의 섬세한 붓놀림에 감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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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옆에는 영화의 대표적인 OST가 적혀 있었다. 지인과 사이좋게 이어폰을 나눠 꽂고는 그림을 한참 동안 응시했다.

 

처음 마주한 그림은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영화의 주제가인 'Moon River'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나는 한 쪽 벽면에 적힌 영화의 대사를 곱씹으며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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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마주한 작품은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일러스트였다.


해당 작품에는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조엘이 클레멘타인과의 사랑했던 기억을 지우는 장면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3층 집에는 두 사람의 만남, 사랑, 이별, 후회의 감정이 한데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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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그려진 또 다른 작품은 영화 <기생충>의 한 일러스트였다.


나는 약 4년 전 영화관에서 홀로 앉아 <기생충>을 봤던 당시의 전율을 잊지 못한다. 어딘가 기괴한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불편해 불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있던 반면, 나는 봉준호 감독이 주는 불편함이 영화를 한 번 더 떠올리게 만드는 그만의 매력이자 천재적인 재능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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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이 그린 <기생충>의 일러스트에는 영화에 나왔던 으리으리한 대저택이 그려져 있다. 동익(이선균 분)의 거주지인 그곳에는 기택(송강호 분)을 포함해 지하 방에서 모스부호를 보내는 근세(박명훈 분)까지 존재했다. 평면적인 그림으로 대저택의 구조를 한눈에 바라보니, 계급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다가왔다.


맥스 달튼의 그림 대부분에는 재치가 섞여 있었다. 해당 작품에서 예상치 못하게 유머를 일으켰던 부분은 대저택의 한 방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 다혜(정지소 분)와 민혁(박서준 분)이었다. 과외 선생과 제자 사이인 두 사람이 방에서 몰래 스킨십을 나누고 있는 자그마한 그림이 잊고 있던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다룬 섹션에서는 모스부호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조명까지 설치되어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대작 <설국열차>의 일러스트는 웅장함을 띠고 있었다. 맥스 달튼은 기나긴 설국열차 안에 영화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장면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덕분에 열차 칸에 그려진 장면들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맥스 달튼이 초대하는 <설국열차>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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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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