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표 없는 편지를 계속해서 쓰자 -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도서]

다음은 언제나 온다
글 입력 2022.11.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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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서 작가가 첫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는 시인을 꿈꾸는 김해서 작가의 산문을 담고 있는 산문집이다. 김해서 작가는 최근 몇 년 써낸 산문을 동명의 브런치북으로 발행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산문을 선별하고, 새로 쓴 글을 보태어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를 완성했다. 자신을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과정이 담긴 산문은 독자로 하여금 김해서라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해서 작가는 이 산문집을 과거의 자신에게 편지를 띄우는 기분으로 썼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비키지 않은 채, 자신의 다음 페이지를 기다릴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으로 남느라 자주 외로웠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그래서 외로웠음에도 아직 자기 자신으로 남지 못한 나는 그 문장이 어쩐지 조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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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는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파트인 <시와 슬픔 사이>에서는 김해서 작가의 인생에서 시가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두 번째 파트인 <슬픔과 나 사이>는 김해서 작가가 슬픔과 어떻게 공존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 번째 파트 <나와 당신 사이>에서는 작가 주변을 채운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에서 슬픔, 슬픔에서 나, 나에서 당신. 이렇게 이어지는 흐름의 이야기는 작가의 성장을 의미한다. 슬픔 사이에서 김해서 작가는 시와 글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도약했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슬픔을 지나왔고, 스스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슬픔과 스스로의 관계를 마주한다. 아팠던 그 시간은 켜켜이 쌓여서 여러 감정을 분출해냈다. 김해서 작가는 그 시간 속 고독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슬픔과 자신 사이에 숨어 있는 희망과 사랑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어서 김해서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다정하게 풀어낸다. 연인과 가족, 친구와 동료 등 마주치는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의 산문 안에 녹아 있다.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사랑이,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한 관계를 김해서 작가는 섬세하게 이해하고, 그 흉터에 연고를 발라준다.


김해서 작가는 여러 시간을 지나오면서 그간의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마냥 쉽지만은 않았던 그 과정 속에서 그는 꾸준히 썼다.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 썼다. 등단하기 위해 썼다. 그리고 이제는 잘 살기 위해 쓴다. 김해서의 시간을 써온 것이다. 그 시간들을 솔직하고 면밀하게 드러낸 이 산문집은 꼭 김해서 작가의 일기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김해서 작가의 이야기는 결국 독자, 즉 우리에게 닿는다. 김해서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문장들은 김해서 작가의 시간을 관통함과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의 시간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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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는 시를 쓰는 사람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전부 예뻤다. 그저 읽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꾸며낸 어여쁨이 아니라, 속성 자체가 예쁘게 태어난 문장 같았다. 예쁜 문장들 안에 묵직한 진심이 담겨 있어서 손으로 그 활자를 직접 써서 마음에 새기고 싶었다.


나는 필사를 즐기지 않는다. 어떠한 활자를 읽어 내려갈 때 흐름이 끊기는 것을 싫어해서 독서 중에 필사를 하지 않는다. 물론 필사가 가지는 의미와 그 힘을 알기에 책을 훌륭하게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내 급한 천성 탓에 할 수가 없다. 그 다음 내용을 빨리 읽고 싶어서 도저히 다른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는 정말 필사를 해보고 싶은 책이었다. 글이 산문의 형식을 하고 있는 한 조각의 시 같아서, 종이에 써 내려가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은유를 할 수 있는지 감탄하며 읽어나간 문장들 속에는 선선한 슬픔과 담백한 위로, 텁텁한 자아성찰이 담겨 있었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이 표면에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김해서 작가는 언젠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물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를 닮았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의 병을 앓느라고 그를 오해하고 과한 기대를 하고 탓하고 실망해서, 먼저 배신감을 느껴서 그를 떠났고, 결국 버려진 김해서 역시 고작 숨만 붙은 물거품일 뿐임에도 나중에서야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고.


모두가 인어공주의 아픔에 집중하는 우화의 내용 속에서, 차라리 인어공주가 되고 싶은 왕자에 자신을 빗댄 김해서 작가의 은유는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그가 느꼈을 상실과 괴로움이 어렴풋이 전해졌다. 그 속에서 김해서를 구해준 시라는 존재가 가진 의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를 구해주고, 때로는 절망하게 만들고, 괴롭게 하기도 했으나, 끝내 삶의 원동력과 이유가 된 시. 시인은 어떤 상태일 뿐 직업을 뜻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통해서 시가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김해서 작가, 아니, 김해서 시인은 유치하긴 해도 서로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과시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을 제대로 느끼려면 서로의 살갗을 사포처럼 쓸고 다니는 따끔한 사랑의 슬픔과 기쁨을 맛보아야 한다고 했다. 누가 먼저 시작해주길 기다리며 각자 울고 있을 게 아니라 먼저 안아버리고 같이 웃고 울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정말로 인상 깊었다.


이처럼 김해서 시인이 느껴온 삶의 가치가 자유롭게 빛나는 문장들 속에 간직되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모과처럼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문장들 속에. 그 문장들을 통해 나는 김해서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끝에서 나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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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가 좀 있는 편이지만, 감성적인 표지에 매료되어서 그런지 나는 왠지 모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카페 구석자리에서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를 펼쳐 한 장 한 장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카페 귀퉁이에서 책을 읽으면서 꼴사납게 훌쩍이는 사람이 됐다. 아이고, 내가 왜 이래. 하면서 눈물을 찍어낸 휴지가 하나둘 늘어가더니, 책을 덮고 나니 어느새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걸 버리고 오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요즘 김해서가 겪었던 어두운 시간을 거닐고 있는 중이다. 뭔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이 추락을 멈출 의지는 남아있지 않은 상태.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고, 이 상황을 타개할 에너지도 남김없이 소모해버렸다. 그런 나에게 김해서 시인은 삶의 좌절과 슬픔은 당연한 것이며, 그 사이에 희망과 기쁨이 공존함을 알려주고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그 슬픔을 마주한다면, 언제나 그 다음은 있다고 말한다.


‘언제나 다음은 있다.’ 그게 바로 이 책을 통해 김해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그러니 슬픔을 고이게 두지 말고, 흘러가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당부한다. 김해서 시인은 다음의 순간을 상상하고, 글을 쓰고, 일을 하면서 슬픔을 나아가게 했고, 평범하지만 구체적인 행복을 하나씩 찾아냈다. 용기가 가치 있는 건 두려운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를 전부 읽은 이 시점에도, 나는 내가 이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김해서 시인처럼 자신을 인정할 용기는 없고, 욕심만 가득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그 욕심을 향해 발돋움할 자신이 아직은 없다. 그래서 김해서 시인의 산문은, 무조건적인 위로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나에게 닿았다.


김해서 같은 사람이 있다. 그가 지나온 시간이 있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도, 지금 내가 놓인 시간도 있을 수 있다. 아직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 그쳤지만, 언젠가 나도 슬픔 다음에 있을 기쁨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때가 온다면, 그 때 다시 이 책을 꺼내 읽고 싶다. 그때가 온다면 그럴 때도 있었지, 하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다시 내 앞의 시간을 살아내야지.


슬픔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 시간들이 잘못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답장이 없는 편지를 계속 보내도 좋다. 내가 그 편지를 써 내려간 시간이 더욱 중요할 테니. 김해서 시인의 부친에 의하면, 믿는다는 것은 기대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떤 결과에 이르든 항상 그 곁에 있겠다는 뜻이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스스로를 믿고 있는가?


순간의 삶이 버거운 사람에게, 혹은 과거를 곱씹을 용기가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수록된 산문을 하나씩 차분하게 읽으면서 편지를 썼으면 좋겠다. 수신인이 누군지 알 수 없더라도, 설령 그 편지에 우표가 없더라도. 그래서 답장을 받을 수 없더라도.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우리는 계속 살아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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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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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산사나무
    • 귀한 책 소개 감사합니다!
      서점에 가서 한 권 구입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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