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4번 정도, 귀신같이 분기마다 찾아오는 그놈이 또 찾아왔다. 인생 노잼시기이다.

나는 자극에 취약한 사람이라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컨디션이 쉽게 바뀌는데 이 시기에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이 시기를 벗어나기 위한 나의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화장실 청소하기

꽤 많은 사람들이 인생 노잼시기 극복 방법으로 청소를 꼽는다.

그런데 내가 굳이 집 안의 많은 장소 중 화장실을 꼽은 이유는 바로 청소를 했을 때 가장 변화가 뚜렷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 정리를 해도 좋다. 내 경우에는 늘 방 정리는 잘 되어 있는 편이고 그래서 찾은 것이 화장실 청소였다. 바닥부터 세면대, 변기, 거울까지 꼼꼼히 청소하고 나면 정말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고 성취감이 든다.

물을 쓰는 공간이라 물때 때문에 그런 것인지 청소를 하고 나면 유독 변화가 눈에 띄었고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복잡하거나 인생 노잼시기가 찾아왔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2. 햇빛 많이 보기

하루에 최소 10,000보씩 걷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 시기에는 낮 시간에 많이 걸으려고 한다.

평소에는 햇빛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낮보다는 밤에 더 길게 산책을 하지만 이때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공복에 한 번 가볍게 돌고, 낮에 1시간 이상 걸으며 일부러 햇빛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

낮 산책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걸으면 효과는 두 배이다.

3. 일단 써보기

마지막으로는 써보는 것이다. 노트도 좋지만 나는 주로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편이다.

일단 책상에 앉아서 현재 내 감정 상태와 그 이유, 처리해야 하는 것들과 미루고 있는 것들 등을 쭉 써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생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알맹이가 나온다. 그러면 그 알맹이를 깨뜨려 해소하기 위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방향성이 잡힐 것이다.

그 방향성을 바 탕으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해야 하는 것들을 리스트 업을 한다. 이때쯤 되면 목표와 방법이 설정되었기 때문에 다시 힘을 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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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3가지는 혼자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다.

사실 가장 빠르게 벗어나는 방법은 친한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밥을 먹고 한참 동안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인데, 이제는 다들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는 지역이 다양하다 보니 시간 내서 약속 잡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그래도 부족할 때는 전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인생 노잼시기를 지나고 있다. 위에 써둔 것들을 당장 내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일단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머리 질끈 묶고 밖으로 나가야지.

 

나는 조그맣게 꿈 꿔온 세상에다

힘 빠진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 최유리, <살아간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