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 쓰는 사람의 고충 [사람]

글 입력 2024.02.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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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이 다가왔다. 나는 4개월 동안 정말 단편적으로나마 에디터의 삶을 체험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가는 작업은 대게는 즐거웠지만, 당연히 모든 일이 그렇듯 힘든 점도 따라왔다. 오늘은 글 쓰는 일을 하며 느꼈던 고충을 솔직하게 풀어내 보고자 한다.

 

 

 

나를 소진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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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주마다 어떤 소재로 글을 쓸지 고민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나게 머릿속을 비워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글 한 편을 완성하면, 기쁘고 후련했던 감정에 더 이상 이 소재로 글을 쓸 수는 없겠다는 섭섭함이 추가된 것이다. 단연 소재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새로운 경험을 해도,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나다. 그렇다 보니, 문장을 써 내려갈 때마다, 예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게 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의 성격, 가치관 등이 조금씩 혹은 어떤 계기로 크게 바뀌기도 하지만,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180도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십센치 콘서트를 리뷰 글에 이미 나는 이런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그때의 나는 자주 듣던 노래가 감상마다 느껴지는 바는 항상 다르듯, 과거와 비슷한 소재를 활용한 나의 글도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지만, 때로는 그 모든 것을 잊은 듯, 똑같은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보통 처음은 ‘그래도 만약에’로 시작된다. 이를테면, “그래도 만약에 정말로, 진짜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지면 어떡해”와 같은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한다. “그럼, 뭐 어떡하나, 안 쓰면 되지. 그러다 또 뭐가 생각나면 쓰면 되고. 아니면 말고.” 이렇게 단순한 생각들을 뱉어내고 보면 또다시 마음이 편해진다.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은 의외로 단순한 생각만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다시금 다른 글에 언급했던 소재를 활용했음에도, 마음에 불편함이 없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본질적으로는 같지만, 이렇게 또 다른 글로 완성되는 중이다.


사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기에, 이런 고민은 어떻게 보면 나의 작은 투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크게 투정을 부리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글을 쓸 힘이 생긴다.

 

 

 

이게 맞는 문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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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종이책이나, 웹툰 등을 볼 때 문장에 어색함이 있으면,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수십 번의 검수 과정에서 발견되지 못한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글을 써보면서 의문점이 풀렸다.

 

나는 글을 다 쓰고 나면, 내가 쓴 글을 여러 번 읽어본다. 그런데, 반복해서 읽다 보면, 특히 피곤한 상태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는 물론, 가끔은 상황에 적절한 단어를 쓰고 있는 것인지, 문법에 맞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냅다 주변 사람에게 달려가, 문장을 점검받는다. 이런 표현을 진짜 실생활에서 쓰는지, 문장에 어색함이 없는지 물어보곤 한다. 누구에게 물어볼 상황이 되지 않거나, 혹은 브레이크가 걸리듯, 몇 번이나 문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휴식을 가진다. 정말 신기하게도, 10분 내지 15분의 짧은 휴식 시간에도 정신이 다시 맑아진다. 그러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문장을 다듬어 나간다.

 

 

 

글을 쓰기위해 생각하는지, 생각을 글로 담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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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이나 전시 소식을 들으면, 놓칠 수가 없기에, 방학 기간 아트인사이트의 문화 초대를 적극 활용했다. 어쩌다 신청했던 행사가 연달아 있으면, 일주일에 써야 하는 글이 한 개에서 두 개 혹은 세 개까지도 늘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경험한 부작용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자연스러운 글이다. 내가 일상을 살아가며, 혹은 어떠한 특별한 경험을 하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풀어내서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했던 생각들은 내가 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들이었다.

 

그날은 내가 보고 싶은 전시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입구까지 들어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이제 글을 쓸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또 뭐를 하면 글을 쓸만한 소재가 생길까 고민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생각해 보았다. 원래 쓰던 빈도보다 늘려서 글을 쓰다 보니, 일주일 내내 글에 관한 것들이 내 생각의 대부분을 지배했고, 그것이 나의 일상에도 침범해, 나는 나의 모든 경험을 글로 풀어내야겠다는 일종의 강박을 가진 것 같다. 그 강박은 급기야, 글을 쓰기 위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후, 나는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차의 글들을 정성 들여 마무리한 후, 나는 다시 나의 일상 경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방학 때 헬스장에서 pt를 받았었는데, 내가 신청한 회차가 모두 끝나 마지막 수업을 받는 날이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했다는 뿌듯함과 운동하면서 좋았던 점을 즐거운 마음으로 담아냈다.

 

근육도 부족하고, 체력도 약했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오면 며칠씩 몸살이 난 적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엄마한테 “나 내일 운동 못 간다고 연락드릴까?”라고 말을 건네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운동해서 피곤한 거는 운동으로 풀어야지!” 이 말은 절대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몸 상태에도 무리해서 운동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몸이 안 좋다면, 운동은 물론 다른 무리한 활동도 하지 말고, 쉬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힘들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운동을 하면서도 근육량을 늘리고,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 조금씩 자신의 한계보다 높은 수준에 도전한다. 엄마가 하고 싶었던 말은 운동할 수 있는 몸 상태라면, 조금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한계에 도전해 보라는 응원이었을 것이다.

 

나는 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힘들다고 혼자 끙끙대기보다, 글에 대한 고민을 다시 글로 풀어낸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비로소 나의 정리된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이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면 더욱더 환영이다.

 

글을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고민도 궁금해졌다.

 

 

“글을 쓰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글을 글로 풀어낸 글입니다-

 

 

원정민 에디터.jpg

 

 

[원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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