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뚤어진 욕망이 터져나올 때, 뮤지컬 테레즈 라캥

주체성을 잃은 결핍은 파멸로 향한다.
글 입력 2022.10.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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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테레즈 라캥〉이 에밀 졸라의 프랑스 소설을 원작이 뮤지컬로 개막한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은 9월 2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테레즈 라캥〉은 육체적 욕망 그 이면에 인간의 억눌린 개인적인 욕망과 죄책감, 도덕성을 다루고 있다. 억눌린 욕망에 못 이겨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파멸시키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낯선 강렬함을 선사한다.

 

*

 

1860년대 프랑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고모에게 맡겨진 뒤, 병약한 사촌 카미유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테레즈. 테레즈는 고모와 함께 카미유를 돌보며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아버지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카미유와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는 테레즈.


무의미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카미유의 어린 시절 친구인 로랑이 그들을 찾아온다. 테레즈는 카미유와는 다르게 완숙한 남성미를 가진 로랑에게 순식간에 마음을 빼앗긴다. 두 사람은 곧 은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서로를 탐닉하는 밀회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둘은 그들에게 걸림돌인 카미유를 없애기로 계획한다.

 

한 치의 의심도 받지 않는 완전 범죄에 성공하지만, 이미 그들에게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는데…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는 본질적인 욕망이 불러온 파국이 휘몰아친다. - 테레즈 라캥 시놉시스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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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 라캥〉의 무대는 세 가족이 사는 집으로 꾸며져 있다. 집은 인간의 삶을 가장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딘가 침울하고 축축한 분위기의 극 중 집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아늑한 집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어두운 집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발생하는 만큼 극 중 인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테레즈’에게 집이란 자신의 의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달아나고 싶은 감옥이다. ‘카미유’에게는 당연한 자신의 소유물이며, ‘로랑’에게는 갖고 싶은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한편 ‘라캥 부인’에게는 가족을 위해 항상 잘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 공간이다. 이렇듯 라캥 식구의 집은 네 인물이 각자의 욕망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어긋나는 개인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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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짧게 소개했듯, 4명의 캐릭터는 각자 개인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다.

 

테레즈는 자신의 욕망은 억눌러진 채 무의미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다가 자신을 잃어버린 인물이다. 라캥 부인이 시키는 대로 집안일을 돕는 일이 지긋지긋해질 찰나 로랑이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로랑은 테레즈에게 육체적인 욕망을 내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 더 큰 욕망을 지니고 있다. 카미유가 가진 가족과 아름다운 집에 대한 욕망이 바로 세 가족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는 이유이다.

 

자유를 억압하는 집을 벗어나고 싶은 테레즈와 안정적인 집을 갖고 싶은 로랑은 본질적으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카미유를 살인한다. 카미유를 죽이고 나서 과연 환상 속 결혼생활을 실현할 수 있을까?

 

예상했듯이, 그 둘은 사랑의 방해꾼인 카미유를 살해하고도 행복한 생활을 꾸려나가지 못한다. 환청과 환시로 고통받는 테레즈, 그를 보며 화를 내고 폭력을 저지르는 로랑. 집을 떠나고 싶은 테레즈, 집에 대한 욕망을 내보이는 로랑. 둘의 욕망은 계속해서 엇갈리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카미유를 극진하게 돌보는 엄마 라캥 부인은 병약한 아들과 완벽한 집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일념을 지니고 있다.

 

테레즈의 남편인 카미유는 언뜻 보기엔 번듯한 가족과 집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약한 몸에 대해 지독한 열등감을 갖고 있어 외적으로 완벽한 친구 로랑을 시기한다.

 

카미유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라캥 부인이 이끄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이로 인해 테레즈와 함께 라캥 부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카미유는 라캥 부인과의 엇갈린 욕망으로 인해 테레즈에게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그러나 되려 그 제안으로 인해 로랑과 테레즈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서로는 서로를 욕망의 분출구로 삼았지만, 비뚤어진 욕망이 탈출하며 극은 파멸로 향한다. 극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관객은 강렬한 감정선을 느껴볼 수 있다.

 

 

 

타인이 채워준 개인의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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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절정에 다다를수록 결핍을 채우려는 개인의 욕망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중 눈에 띄는 인물은 주인공인 테레즈이다.

 

테레즈가 카미유를 죽이고도 달라진 게 없는 생활을 한탄하며 로랑을 원망하자, 로랑은 테레즈에게 집을 떠나 자유를 얻을 기회를 준다. 그러나 테레즈는 그토록 나가고 싶었던 집을 자기 발로 떠나지 못한다. 학습된 억압은 자기 자신을 집에 가두고 만다.

 

이렇듯 테레즈의 결핍은 온전히 로랑에게 기대어 있었다. 타인에 의해 채워진 결핍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주체성을 잃고 손쉽게 살인을 한 대가마저 혹독하게 돌아왔다.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과 절망, 스스로를 억누르는 욕망은 결국 자멸한다.

 

지금까지 본 뮤지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파멸로 가는 인간의 욕망이 궁금하다면, 소극장을 가득 메우는 배우들의 열연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테레즈 라캥〉을 추천한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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