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승전결이 완벽했던 드라마, 작은아씨들 [드라마/예능]

살인과 폭력이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글 입력 2022.10.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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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드디어 <작은아씨들>이 종영했다. 정서경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 김희원 PD가 제작하고 김고은, 남지현, 엄지원이 출연한다는데 무조건 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방영 이전에 공개된 티저를 보고 그때부터 기대하고 시청했는데, 1화를 본방으로 시청하자마자 이 드라마는 좋은 의미로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과 연출이 굉장히 수려했음은 물론이며 배우들의 연기합과 스토리 진행속도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보통 기대감을 가지고 시청하면 기대보다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작은아씨들>은 처음부터 텐션을 놓치지 않으며 손에 땀을 쥐고 시청하게 하였다.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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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씨들>을 이야기하려면 이 자매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작 <작은아씨들>처럼 이들도 원래 네 자매였으나 셋째가 희귀병이 있었으나 가난하여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어렸을 때 죽은 설정으로 나왔다.

 

첫째 오인주는 이 모든 일을 보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자매들 중에 돈에 대한 집착과 열망이 가장 큰 캐릭터이다. 또한 장녀로서, 언니로서의 의무에 충실하고 얽매여 있는 인물로 동생들을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둘째 오인경은 셋 째가 죽은 후에 부유한 고모할머니 댁에서 자라 오인주보다 상대적으로 돈에 대한 집착은 덜하고 사회 정의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달리는 인물이었다. 막내인 오인혜는 막내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언니들 덕분에 형편에 비해 많은 것을 받으며 자랐지만, 언니들에게 고마워하면서도 보답하지 못할까봐 부담스러워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이렇게 모든 자매들이 처한 상황과 성격에 따라 캐릭터가 뚜렷했지만 딱 하나 공통점이 있었다. 세 자매 모두가 무모했다.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저 자매들은 대체 무엇을 믿고 저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하게 행동하는 지점이 있었다. 극중 최종 흑막인 원령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오인주, 오인경은 물론이고 원상아, 박재상 부부와 한 집안에 머무르며 맞대면하는 오인혜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령가와 정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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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최종 흑막이자 극중 대한민국 사회를 뒤에서 움직이고자 하는 거대 조직이다. 정란회는 원기선 장군이 만든 조직으로 푸른 난초가 상징이다. 정란회는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여기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생과 사를 조직에 맡길 것을 요구하고, 사회적 명예와 부를 포함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시청하면서 사이비 종교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으며, 사람이 죽을 때마다 등장하는 푸른 난초는 향을 맡으면 그 사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푸른 난초는 사람이 죽을 때마다 그 자리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죽음의 상징이자, 욕망의 상징으로 그려졌으며 드라마 분위기를 미스터리하게 끌고 가는데 그 역할을 하였다.

 

원상아의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정란회 사람들을 생과 사를 조종하고 자신들의 비리와 어두운 면을 낱낱이 파헤치려는 오인주, 오인경 자매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자신의 완벽한 연극을 위해 필요 없어진 인물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본인과 가까웠던 인물이 죽으면 본인이 짠 판에서 제거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한다는 점이 정말 무서웠다.

 

또한 넘치는 재력과 인맥으로 한국과 싱가포르를 넘나들며 오직 자신의 재미를 위해 연극을 꾸며낸다는 점도 특이점이었다. 극작에서 살인 방법을 착안한다는 점에서 <구경이>의 K가 떠오르기도 했으나 원상아는 본인이 연극 판을 짜고 배우들까지 고용하여 진짜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K보다 한 수 위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작은아씨들>은 늘어지지 않게 극을 촘촘하게 끌고 가면서도 뿌려둔 복선을 모두 회수하면서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막을 내렸다.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모두 본방으로 시청했고 러닝타임 내내 반전의 반전과 빠른 전개로 휘몰아쳐서인지 늘 한 화가 끝날 때마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다른 시청자들의 해석과 예측을 찾아보기도 했다.

 

결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편이었는데, 나 또한 마지막에 700억 엔딩에 물음표를 띄우기도 했다. 그런데 오인경의 화면에 수락/거절 메시지가 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가난한 가정에서 세 자매 모두가 이제는 부채감과 억압 없이 각자 갈 길로 나아가며 독립한다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늘 동생들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지 하던 첫 째 오인주는 이제 자신만을 위한 집에서 본인을 위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며, 돈 때문에 하고 싶어 하던 공부를 못했던 둘 째 오인경은 더 큰 세계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정의를 좇으며 살아갈 것이다. 늘 언니들의 사랑을 사랑만으로 받지 못하고 부채로 느꼈던 막내 오인혜는 이제는 언니들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으며 부채감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나는 드라마의 기승전결이 완벽하지 않으면 인물들의 이후 얘기가 너무 궁금하여 늘 드라마의 완결이 찝찝하게 느꼈었다. 그런데 <작은아씨들>은 드라마의 기승전결과 복선 회수가 잘 이루어져서 세 자매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았고 딱 12화 완결과 함께 드라마를 보내주게 되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드라마도 결국 콘텐츠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점은 스토리의 전개와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래간만에 정말로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시청했다. 뻔하지 않고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시청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자신 있게 <작은아씨들>을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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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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