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가 여전히 프렌즈를 사랑하는 이유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09.02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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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개, 각 시즌 당 약 25편, 한 편당 약 25분.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이 시트콤을 난 자그마치 6번째 돌려보는 중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역시 옆에 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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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나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영상물을 보기 꺼려졌다. 열심히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던가,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던가, 혹은 사회의 중요한 현안들을 다룬다던가.

 

한동안 이런 영상물들에 꽂혀 온종일 보고 생각하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시간이 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를 형성하는 것 같았다.

 

밥 먹으면서 봐도, 이동하면서 잠깐씩 봐도, 내용을 조금 놓쳐도 상관없는 그런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렇게 빠지게 된 것이 바로 ‘프렌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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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는 대외적인 일들에 지친 나에게 주어지는 처방전과도 같았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면 무겁게 느껴지는 일들도, 어렵게 여겨지던 것들도 가볍게 넘겨버릴 수 있었다.

 

회사 일이든, 학교 일이든, 인간관계든 종종 지칠 때가 오기 마련이다. 종종 문제의 원인을 사태에서 찾지 않고 나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할 때가 온다. 정말 내가 지쳤다는 증거다. 나의 모든 구석이 맘에 들 수는 없지만 유독 그런 구석이 과대 되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프렌즈를 보면 신기하게도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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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하나 완벽한 인물들이 없다. (그러니까 시트콤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겠지만.)

 

모니카는 청소와 관련해서 지나치게 깐깐하게 굴지만, 모두에게 다정하고 베푸는 것을 좋아한다. 로스는 종종 찌질하게 굴 때가 있지만 자기 일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돌본다. 레이첼은 가끔 철이 없는 면모를 보이지만 사랑스럽고 당당하다.

 

피비는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여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마저도 매력적이다. 챈들러는 비아냥거릴 때가 종종 있으나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다. 조이는 바람둥이 같은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다.

 

이 여섯 명의 친구들 모두 사랑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서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서로의 사랑과 꿈을 응원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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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단점을 약점으로 만들어 모멸감을 주거나 과하게 지적하지 않는다.

 

이를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얻고 나름의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도 나의 단점을 약점으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그마저도 사랑스러운 구석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결국 시선의 차이다. 단점을 애써 부정하기보단 나만의 특징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길이 아닐까?

 

나와 나의 관계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에서도 유의미한 지점들이 많다. 사람들의 좋은 면만 보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가끔 내가 싫어하는 구석이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완벽하겠어. 그냥 그 사람으로 받아들이자. 이런 생각으로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유독 인간관계를 각박하게 관리하던 시절의 내가 살짝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결점 하나 안 비치려 노력했다. 이는 강박감이 되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러나 프렌즈라는 처방전은 더 이상 내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오히려 나의 결점도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라고. 그러다 보면 당신도 자연스레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나의 모든 면을 사랑스럽게 봐주는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장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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