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롯이 '나'를 위해서 관계의 무게 감당하기 -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

글 입력 2022.07.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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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나는 베스트프렌드가 없다’고 고백했었다. 계기가 있었다. ‘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준 사람들이 생겨서였다. 온갖 이야기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진심’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면 ‘관계’가 유지될 수 있구나.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옆에서 응원할게 식의 진심 어린 사람들.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또 얼마나 무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람마다 마음은 같아도 표현방식은 다를 수 있다. 이를 캐치하지 못한 채, 그 섬세함을 배우려고 이해하려고 애썼던 지난날의 나는 이제 ‘관계’를 다시 쌓으려고 한다. 그 적절한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나는 관계가 어려운 사람입니다』(김민경 저, 언더라인, 2022)


 

꽤 직설적인 타이틀이다. 김민경 작가의 이전 출간한 책 제목도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 보는 책>인 것 보면, 솔직하고 쉽게 이야기를 건네는 문체와 맞닿아 있는 듯 하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저자는 내담자와 대화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담자에게 그리고 관계가 어려운 독자들에게 필요하지만 따뜻한 말을 건넨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2장은 타인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장이고, 3, 4장은 상처받은 ‘나’를 지키고 치유하기 위한 실용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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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든 건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


 

책의 전반부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관계가 어렵거나 예민해서 휘둘리는 사람의 성향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이다. 잘 보이고 싶어서, 화를 내고 잘못된 표현으로 말이 툭 튀어나온다. 관계를 대하는 관점이 다르고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때문에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이지, 절대 성향 탓이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잘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마음 때문에 분노가 생기고 감정이 흘러넘친다면, 저자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보라고 권한다. 나의 몸 상태가 어떻고 마음의 여유가 어떠한지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이 힘들 때 의지박약의 문제라고 가깝게는 부모님으로부터 혹은 어른들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마음이 어려운 것이 왜 의지 부족의 문제인가? 체력도 멘탈싸움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물론, 지난 시대를 돌이켜보면 마음의 건강 따위 챙길 여력이 없던 시대라고는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뭔들 못해 라는 식의 방법이 지금 시대에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를 알아야 한다. ‘나’의 마음의 그릇은 크기가 어떠하고, 어떠할 때 스트레스를 받으며, 실은 분노라는 감정의 기원이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있지는 않은지. ‘내 탓’을 하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팩트와 감정을 분리하자. 객관적으로 나의 우울과 불안에 대해 마주할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이런 방식으로 나를 소중히 다뤄야겠구나. 조급해하지만 않으면 된다. 불안해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내 탓이 아니라는 점, 불안하면 내 마음부터 편안하게 만들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 그것만 기억하면 우리는 잘 보일 수 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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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유용했던 몇 가지 마음 다스리기 방법


  

3, 4장에서는 실용적인 해결책을 만날 수 있다. 당연해 보이지만,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방법들이다. 나를 위한 한 끼 제대로 챙기기, 말투 부드럽게 하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글쓰기 등. 그 중 세 가지 정도 내가 활용했던 방법을 추천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글로 풀어내는 방법은 꽤 유용하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끄적이기 시작했을 때는 중학교 시절이었다. 나름 계획형 인간이라, 계획을 세우기 위한 다이어리에 몇 자 적었던 것이 시작인 듯하다. 기성세대 부모님들의 감정표현이 미숙했던 것만큼 나 또한 감정에 대해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감정분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다이어리에 하소연했던 것 같다. 의식의 흐름으로 몇 자 적다 보면 속 시원한 마음이 들고 되려 차분해졌다. 머릿속 생각을 꺼내어 마주해보니, 왜 복잡했는지 실마리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2.

말투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가족 간의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나’를 되돌아보았다. 왜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소중히 대하지는 못할망정, 틱틱 말을 못되게 내뱉는가. 남동생한테는 더 심했던 것 같다. ‘나’를 들여다보니 남동생한테 알게 모르게 서운한 것이 많았고, 솔직히 대화할 용기는 못 내면서 화만 냈다. 그러니 당연히 남동생 또한 나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악순환이었다. 말투가 바뀌니, 남동생도 처음엔 오글거려했지만 이내 말투가 아닌 그 너머 마음을 봐주기 시작했다.


3.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책에서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언급한다)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모든 변수의 상황이 예견되기에 시작도 하기 전에 풀이 죽는다. 그리고 남의 인정과 말에 많이 휘둘린다. 하지만, 정확히 자신이 말하는 것에만 휘둘렸으면 좋겠다. 자기 암시, 최면이라고 하는 확신의 말을 반복하면, 생각보다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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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관계’를 다시 쌓기 시작한 시점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았다. 왜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가에 대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만 했던 부분을, 책에 언급되는 다양한 사례와 과학적 근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유익했다.

 

다만 내용구성에 있어서 내담자와 대화한 경력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단상을 나열했다는 인상이 강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보다 집약적인 내용으로 몇몇 사례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으면 더 재미있게 읽히지 않았을까. 기대했던 만큼 예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독자에게 대화를 건네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만큼은 여실히 느껴져 한 차례 상담받은 것처럼 마음이 훈훈해졌다.


글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대화 나눈 것 같은 선생님, 작가 ‘김민경’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더해졌다. 각 장 마지막에 ‘책으로 배우는 관계 수업’ 등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이 엿보여, 관계를 다루는 영화나 소설 등에 대한 감상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김민경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팬데믹 시기 상담자와 내담할 수 없어 답답했던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무언가 꽉 막혀 있다면, 인간이 꼴도 보기 싫다면 객관적으로 나의 마음과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지금 바로 펜을 들거나, 키보드로 힘들다. 짜증난다. 외롭다 등의 단어부터 적어보자. 그리고 단어의 실마리의 끝을 잡고 쭉 따라가 보자. 분명 어디선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건네보면,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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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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