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모두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

글 입력 2022.05.2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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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최종 표지).jpg

 

 

 

성소수자는 당신 옆자리에 있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동성애자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당시 '의견없음' 상태에 가까웠던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날 좋아하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지-' 라는 식의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러운 대화다. 부끄러움의 첫 번째 이유는 이 대화가 동성애자라면 모든 동성을 성애적으로 좋아할 거라는 편견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있고, 두 번째는 우리가 당연히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동성애자가 없을 거라고 전제했다는 데 있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실제로 일상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대화는 때때로 편견이 끼어드는 가운데 매우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태도로 이루어지곤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일이 아니라는 전제가 은연중에 깔려 있다. 그러나 그건 과연 '우리'의 일이 아닌가?


세상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물론 이 책에서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넘어서 좀 더 세부적인 용어를 제시한다)이 존재한다. '전형적이지 않은(=시스젠더 이성애자가 아닌)'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은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다. 이는 곧 우리가 언제든 친구, 자식, 선후배,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커밍아웃을 맞닥뜨리거나, 성소수자인 손님, 환자, 거래처 직원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극적인 혐오자가 아닌 이상, 상대방에게 일부러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 알지 못해서 실수를 하거나, 막연히 어색하고 두려울 뿐이다. 그렇다면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불편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책이 바로 『성소수자 지지자를 위한 동료 시민 안내서』이다.

 

 

 

앨라이(ally)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책을 읽기 시작하며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는 '앨라이(ally)'다. 앨라이란 특정 소수자 집단에 직접 속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 책에서 앨라이란  LGBTQ+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성소수자 당사자 역시 앨라이가 될 수 있다. LGBTQ+ 커뮤니티도 단일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시스젠더 게이 남성은 트랜스젠더 헤테로 여성의 앨라이가 될 수 있다.

 

앨라이는 지지자이지만 성소수자 당사자는 아니므로 당사자의 경험과 언어를 완전히 체화하기는 어렵다.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고, 이에 대해 순수한 의문을 품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대부분은 정규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다루거나 배워본 적이 손에 꼽는다.

 

저자는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1부에서 LGBTQ+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그 정의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 과정에서 LGBTQ+ 커뮤니티를 향하는 몇 가지 순진하지만 실례가 될 법한 질문들도 다룬다. 예를 들어 수많은 정체성 용어를 접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모두 그저 인간이고 인간은 모두 고유한 존재라는 걸 아는데, 성별이 무엇이고 누구를 사랑하는지 용어를 만들어 구별 짓는 게 굳이 필요할까?'

 

저자는 이 질문을 사회에서 주로 누가 던지는지 알아보자고 제안한다. "정체성을 이미 확립했고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가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률, 미디어,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값을 시스젠더 이성애자로 놓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므로 '모두가 자신을 그저 인간으로 정체화하는 일'은 더 이상 기본값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 세상에서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LGBTQ+를 향한 여러 가지 편견 섞인 질문은 새로운 단어와 개념을 배우고, 시스젠더 이성애자가 가진 기득권을 깨달으면서 해결이 된다.

 

 

 

꽤 그럴듯한 앨라이 되어보기


 

1부에서 앨라이가 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면 이어지는 2부와 3부, 그리고 4부에서는 실제로 앨라이로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을 소개한다. 앨라이는 LGBTQ+ 커뮤니티에 직접 속해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이해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해내곤 한다. 말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로 성소수자에게 안전하다거나 괜찮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그들이 가진 편견 중 하나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차별적인 공간이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관리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안할 수도 있다.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에 각 상황에 맞는 실전팁이 잘 나와 있으니 따라해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은 완벽한 앨라이가 되는 법이 아니라 꽤 그럴듯한 앨라이가 되는 법에 관한 책이다. -19쪽
 


물론 앨라이라고 해서 모든 차별과 부조리에 맞설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다. 때론 앨라이가 좋은 의도로 행한 일이 예상 밖의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실수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저자는 선의로 이 책을 집어들었을 독자를 꾸짖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앨라이 자체가 권력이 되거나 차별적 발언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는 걸 경계하되, 앨라이 스스로가 자신에게 과도하게 빡빡한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을 권하는 것이다.


 

'앨라이'라는 단어를 우리의 정체성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나 칭찬으로 생각하면 앨라이는 행동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 앨라이가 된다는 것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행하고 배우는 일이다. -249쪽

 

 

앨라이가 되기 위해 거창한 결심이나 엄청난 전문지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저자가 앨라이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되었을 때,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하던 시절 할머니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뭘 했냐고 질문하는 손녀 앞에서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 책을 기꺼이 펼쳐보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정도의 마음은 충분히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다가오는 6월은 성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이다. 이를 기념하며 '꽤 그럴듯한' 앨라이가 되기 위해 이 책으로 한 걸음을 떼보자.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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