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에서조차 닿을 수 없던 꿈이 있나요? - The Color Spot : 꿈속의 자연 [전시]

글 입력 2022.05.0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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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두 가지 의미



한국어뿐만 아니라 여러 언어에서, 잘 때 꾸는 ‘꿈’과 이루고 싶은 소망을 뜻하는 ‘꿈’이 같은 모양의 단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면에서 비슷하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두 개의 의미이기 때문에, 같은 단어로 그 둘을 표현하는 언어들이 많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롭다.


꿈이 가진 두 가지 의미의 차이는 굉장히 묘하다. 자면서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도 없으면서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빈번히 나를 다녀간다. 언제나 나의 의지가 통하지 않는 독단적인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는 영영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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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내가 가진 희망과 소망을 의미하는 꿈은, 어쩌면 현실로 만들 수도, 내 곁에 머무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절로 찾아오지는 않으며, 그 꿈에 닿기 위해서는 숱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실패가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열정을 다해 치열하게 살기에는 지쳐버렸기 때문일까. 언제부턴가 나는 별다른 꿈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며 적당히 둘러대는 게 습관이 됐다. 이제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봐도 자연스레 ‘한밤중의 꿈’이라는 한 가지 의미만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런 나에게 [The Color Spot] 전시는 물었다.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순간에도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꿈은 무엇이었는지.

 

 

 

나의 모든 순간, 모든 바람



[The Color Spot : 꿈속의 자연]은 다양한 색채의 미디어아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들은 꿈속의 환상과 자연의 모습을 다루며, 자연 속에서 자신의 꿈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전시에서는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꿈의 여러 면모를 보게 된다. 두려움, 낯섦, 혼란과 같은 불안정한 감정부터 새로움과 기대, 빛의 이미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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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과 7번 전시실에서는 ‘유영’과 ‘우주의 순간’이라는 작품이 마주 보며 배치되어 있는데, 모든 감정과 이미지를 끌어안는 듯하다. 꿈이라는 바다에 잠겨 잔잔히 유영하는 사람의 모습은 고요하고 편안해 보이기도, 어딘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숨을 뱉으며 저편의 우주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 우주에서는 모든 것의 의미가 흐려지고, 존재와 가치만이 남는다. 후회와 괴로움, 슬픔, 용기, 의지, 기쁨은 한데 모여 우주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닌다. 내가 지나온 순간과 감정은 어떤 결을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모두 나를 이루는 일부이다.


바다를 유영하며 우주를 바라보던 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과거를 돌아보았다. 실패로 여겼던 순간, 포기라고 생각했던 선택들, 버리고만 싶었던 감정과 기억들. 나를 아프게 하던 그것들도 결국 내 삶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며, 여러 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정들, 선택한 삶의 방식, 그동안 겪어온 변화들에 대해서.


나는 그 속에서 애쓰고 있는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었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부터 진실된 우정과 사랑, 더 나은 인생,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 작은 기쁨, 소소한 목표들까지.

 

소망의 크기와 모양은 늘 달라졌어도 나는 늘 무언가를 바랐다. 그 모든 소망을, 한때 내가 가졌던 꿈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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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전시실에 들어서면 매일 낮과 밤의 변화를 겪는 사막이 보인다. 반복적인 일상은 사막을 더욱 메마르게 한다. 꿈에서조차 닿을 수 없는 그 꿈,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자의 바람은 다르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막의 중앙에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난 선인장의 모습이 강조되어 있다. 지친 일상이 반복될 때에도 마음 한편에 작게 자리 잡은 희망처럼.


우리는 꿈꾼다. 새로운 꿈을 찾으려 하고, 이뤄지기를 바라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때로는 그 꿈을 손에 넣기도 한다. 지금 자신이 어떤 단계에 있든, 힘차게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전시의 마지막 작품 ‘해몽’의 소개 문구를 통해 작은 응원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꿈은 나를 만들어간다.

두려웠던 어제의 꿈, 기대되는 내일의 꿈.

나는 꿈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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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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