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처음의 시작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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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니버스 만화 <아따맘마>의 ’처음의 시작’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의 유래를 이야기해주는, 흥미롭고 유익한 만화 속 코너이다.
우리가 흔히 먹고 쓰고, 또는 누리고, 당연케 생각하는(개념) 것들은 분명, 그 ‘시작’이 있었다.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시작 그 당시엔 굉장히 놀랍고 충격적이었을 것이며, 지금과는 많이, 아니 완전히 달랐는지도 모른다.
무언가의 시초, 유래, 탄생, 역사 스토리는 솔직히 알아봤자 별 도움이 되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런 만큼)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왜일까? 사람 사는 것한테서 나온 이야기여서일까?
학창 시절, 역사 공부가 유난히 즐거웠던 이유도, 사람 사는 것으로 부터 나온 내용과 스토리 형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책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은, 현재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건, 사물의 그 ‘시작'과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모습을 하기까지의 여러 ‘순간’을 이야기해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애초에 ‘왜?’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도, 모두 그럴 말한 ‘순간’이 있었다. 그것을 이 책은 쉽고 재밌게 알려준다.
책을 읽다 보면 다소 잡다한 지식 사전이라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앞서 말했듯,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더 흥미롭다.
미처 몰랐던, 새로운 순간
일상은 발명과 혁신과 같은 것에 의해, 의도적이고 진보적으로 변화를 맡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자연스럽게 변화하거나, 때론 퇴보하기도 한다.
시작은 늘 욕심과 호기심, 또는 실수나 우연 등으로 시작하고, 그렇게 우리의 눈에 발견된 것들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사용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상도, 먼 미래에 가서는 “과거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냉동하지 않고 태우거나 그대로 땅에 묻었다고 합니다.”라며 신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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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으로 식사의 순간, 유행의 순간, 쓸모의 순간, 혁명의 순간으로 구성되어있는 책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단순히 다양한 소재들의 역사를 알려주는 책이라 하기엔, 경제와 철학 또한 가볍게 다루고 있으며, 그저 선형적인 스토리 구성이라 하기엔, 저자의 호기심과 집착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 있게 그것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하지만 절대, 내용이 어렵거나 그렇지 않으며, 바로 옆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그것들을 들려준다.
저자 이현민은, 평소 잡다한 지식과 에피소드를 알려주는 <티슈박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그간 부족한 실력과 영상 길이의 한계로,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 아쉬워하였다.
그래서 그는 그 부족함과 아쉬움을 이 책을 통해 채우고자 하였고, 또한 그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소재와 지식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독자에게 이 하나의 잡다한 상식 사전이 언제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나는 책을 읽는 도중, '이걸 알아서 뭐 하지?', '이런 것까지? 여기까지? 파헤쳤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잡다한 지식이 있다고 해서 나쁜 것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내용만큼이나 저자의 호기심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기 전, 책 부제인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상식과 만나는 시간’을 보자마자 나는, “이건 상식이지.”라는 말을 받아본 기억과 상식이란 기본 중의 기본이기에 모르면 멍청하다는 관념에 고개 숙이며 책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정말 말 그대로, ‘우리 삶 속 깊숙이 스며든 것’들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히 일상을 구성했던 것들이기에, 아무도 몰랐던 상식들(?)인 것 같다.
한 번쯤 들어본 내용도 있었고, 작가의 호기심이 대단할 정도로 새로운 내용도 있었는데, 아마 저자만큼의 호기심이 없는 이상 책이 담고 있는 내용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가끔 찾아오는 지겨움에 대해 고민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는 건 어떠한가?
1장 식사의 순간
케첩에 꼭 ‘토마토’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 이유
나폴레옹의 사전에 통조림이란 단어를 만들어라
KFC와 양념치킨
햄버거 전쟁을 종결시킬 자는 누구인가
라면 : 교도소의 사회학
빨대는 맥주를 먹기 위해 탄생했다
2장 유행의 순간
역사의 아이러니 한가운데서 좀비가 탄생하다
비키니와 스폰지밥 그리고 고지라
수족관에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임
충전기가 뜨거워지는 이유는 에디슨과 테슬라 때문이다
기술과 함께 발전하는 기억의 크기
3장 쓸모의 순간
쿼티의 세 가지 탄생 설화
베트남 전쟁에서 사람을 살린 순간접착제
남자들이 드디어 면도하다가 죽지 않게 되었다
빛을 찍으면 발생하는 일
한국산 티비를 미국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이유
세계 4대 성인 윌리스 캐리어가 발명한 에어컨4장 혁명의 순간
모두에게 평등한 죽음을 제공하다
라듐과 달러의 관계
미터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재다
우연의 발견, 혈액형
미국의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핵실험
우주로 간 동물들
알파고와 딥페이크
전설의 4번 타자와 냉동인간제목만 봐도 벌써 흥미롭지 않은가?
하나의 사건이 쌓여 우리 삶의 상식이 되었다.
우리가 시초, 탄생, 유래, 역사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사람 사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그런게 아닐까.
하나의 순간이 쌓여, 어려 순간이 모여, 지금의 일상이 된 것들. 그 '당연함' 만큼 '순간순간'의 위력을 알려준 책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이러한 사건 사물에 대한 역사의 순간처럼, 우리(개인) 삶에도 분명 현재를 구성하는 (알고 보니 그것이 결정적이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매 순간을 인지하기란 힘들 뿐 아니라,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기억은 매우 단순해지지만 말이다.
[김소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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