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문과 출신 컴퓨터 공학도에게 쓰는 편지

조금 구체적이고 많이 평범한 이야기
글 입력 2022.04.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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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 컴퓨터 공학도분들, 안녕하신가요? 요새 한창 시험기간이라 다들 바쁜 나날을 보내시겠군요. 저는 현재 컴퓨터 공학을 4년째 공부하고 있고, 철학을 부전공하고 있답니다. 졸업 전까지 부족한 공부를 채워넣고 제대로 공부하는 게 목표예요.

 

사실 저도 여러분처럼 고등학교에서 ‘생활과 윤리’나 ‘법과 정치’ 등의 과목을 공부했어요. 그런데 운 좋게 자유전공학부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한 해 동안 다양한 전공을 탐색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을 줄 알았으나 오히려 늘어난 자유도에 갈팡질팡하며 맨날 누워서 넷플릭스만 봤고요. 학과 공부에도 어려움을 느껴 굉장히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20대 초반의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난 후 되돌아보니, 그 시절에 제가 미리 알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하게 문과 출신이면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적어요. 사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전공 공부, 마음 가짐, 취업 분야까지 쭉 얘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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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공부 관련


 

가장 먼저 전공기초 과목을 꼭 미리 공부하고 입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1학년 때 전공기초로 수학과 물리를 배웁니다. 코딩만 잘하면 되지 왜 굳이 이런 걸 배워야 하냐?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알고리즘을 짤 때 여러 케이스를 고려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수학 지식이 많이 동원됩니다. 물리 지식은 직접적인 관련성은 조금 떨어질 수 있으나 모델링 할 때 쓰인다고 해요. EBS나 무료인강을 많이 활용하세요.

 

이를 위해서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졸업까지 전공 커리큘럼을 한번 살펴보셔요. 처음 보신다면 눈에도 안 들어오고 이해도 안 가시겠지만 일단 과목명이라도 쭉 읽어보세요. 그리고 강의 계획서에 나와 있는 선수 지식과 강의의 진행 방향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컴퓨터 공학 역시 왕도가 없고 기초부터 심화까지 전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탄탄히 공부하셔서 나중에 구멍을 메꾸는 일을 줄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요.


아마 컴퓨터 언어를 하나 이상 배우실 거예요. 문법을 배운 후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심화 강의를 찾아 들으시면서 지식을 확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어를 활용해서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강의도 요즘엔 많더라고요. 검색창에 ‘코딩 인강’만 검색하셔도 여러 군데 나온답니다.

 

나중에 기업에 취직하려면 코딩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시간이 나시면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에서 미리 코딩 테스트 문제를 풀어보면 나중에 알고리즘 공부할 때 유용할 거예요. 동아리에 들어가셔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련 공부를 이어나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우리는 조금 강제성이 부여되어야 제대로 일을 하잖아요? 친구들과 함께 목표를 갖고 하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마음가짐


 

공부하시다 보면 생각보다 문과 공부 방식과 달라서 놀라실 수도 있어요. 문과에서는 보통 오랜 시간과 검증을 통해 인증받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컴퓨터공학에서는 가장 정확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어요. 책도 물론 유효한 지식을 전달하지만 계속 기술이 변화하고 추가/삭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편찬한 책보다는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 문서가 낫답니다.

 

그래서 정보를 잘 검색할 줄 알아야 해요. 발생하는 문제들을 검색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다 보면 해외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어가게 될 거예요. 처음엔 힘들겠지만 번역기도 돌리고 머리를 싸매다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결국은 에러를 해결하는 기쁨을 맛보는 날도 분명 올 거랍니다.


학과 공부를 하다 보면 숱한 어려움을 겪으실 텐데요, 존버하며 기꺼이 물음표 살인마가 되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존버는 존중하며 버티기의 줄임말이죠. 당장은 힘드시겠지만 일단 버티면서 수업을 들으세요. 그리고 질문하는 걸 절대 주저하지 마세요. 교수님이 어려우시다면 조교분들을 괴롭히면서라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답변을 들으셔요. 취직한 이후에는 질문을 하는 것이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학생의 열성과 흥미를 나타내는 시기잖아요. 어쩌면 질문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마지막 때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교수님은 저희를 가르치는 일을 하시는 분이니 답변할 의무가 있기도 하고요. “이것도 모른다고? 이것까지 물어본다고?” 싶은 질문까지 주저 말고 하시면 분명 배워가는 것이 많을 거예요. 사실 교수님들도 저희에게 큰 기대가 없으신 것 같아요. 예의만 지키면 되니까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거리낌없이 물어보시길 바라요.


 

 

취업과 경험


 

취업 분야도 미리 고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죠.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쿠팡, 라인플러스, 배달의민족)와 같이 유명한 IT 플랫폼 기업이나 게임 회사도 있고요. 그 외에도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얼마든지 진출 가능한 것 같습니다. 패션 분야에서는 ‘무신사’와 같은 기업도 개발자 채용을 하더군요.

 

이렇게 개발을 하면서 특정 분야에 몸담고 싶다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공부해야 하잖아요. ‘잡코리아’나 ‘사람인’ 등의 채용 사이트나 ‘링크드인’처럼 이력서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자주 들여다보세요. 채용 공고와 남의 이력서를 참고해서 앞으로 어떤 언어를 공부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결정하시고 그 방향으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언어 간 차이점이나 전공지식을 잘 설명해 주는 영상도 많아요. 심심하실 때 영상 찾아보시면서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지식들을 쌓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딩도 중요하고 구글링을 하며 지식을 쌓아가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경험이 저희를 완성하는 것 같아요. 사람 많이 만나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덕질도 해보세요. 내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해서 결국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하시면 좋겠어요. 나의 평소의 관심사와 전공 지식을 잇는 시도를 계속하는 거랍니다. 스티븐 잡스의 유명한 연설 ‘Connecting the dots(경험들을 연결하라)’가 있죠. 의미 없는 경험은 없으며 모든 경험들은 연결되어서 우리에게 차별성을 확보해줄 겁니다. 전공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취미와 경험, 당신의 다른 장점들도 이어가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문과 출신이라는 걸 너무 의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저는 이 함정에 빠져서 학과 생활 내내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거든요. 출발점은 조금 뒤쳐졌더라도 열심히 꾸준히 하면 결국은 따라잡을 수 있더라고요. 오히려 인문학과 소통으로 무장한 문과의 감성까지 갖췄다는 걸 장점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라요.

 

아직 제가 취업을 한 것도 아니라서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교 공부에만 머무르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내가 아는 영역을 차츰 늘려가면 분명 천천히 성장하는 걸 느끼실 거예요. 다양한 테크 캠프와 인턴십들을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이 배워가며 열심히 공부해요.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을 우리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스티븐 잡스 - Connecting the dots

"길을 따라 점들이 연결될 거라는 믿음"



 

[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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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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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브그린
    • 먼저 이길을 가고 있는 공학도 선배의 따수운 충고 + 스티브잡스의 울림있는 연설. 많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인생에 버릴 경험이란 없군요~ 지금은 알수없지만 훗날 이 모든게 점과 점으로 연결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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