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QWER을 잘 모른다. 처음에 그룹명을 들었을 때도 “엥, 무슨 그런 그룹이 있어?” 하는 반응이었고, 심지어 데뷔곡이 “Discord”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게임 좋아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하는 그룹이겠거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의외로 노래가 좋아 반복해서 듣긴 했지만, 팬이 될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긴 해도 덕질은 멀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한 40대 아저씨 팬이 QWER을 좋아하게 된 계기와 덕질기를 읽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사실, 특정 그룹의 팬임을 공개하면 그 그룹에 이슈가 생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책을 낼 정도라면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좋아서일 것이다.
“왜 그렇게 QWER에 빠지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어 내려갔다.
1. 서브컬처를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한 아이돌 - QWER은 이름부터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킬 키를 뜻한다. 팬덤명인 ‘바위게’ 역시 해당 게임에서 따온 것이다. 데뷔곡 “Discord”는 게임 음성 채팅 프로그램의 이름이고, 멤버 쵸단과 마젠타는 인터넷 방송에 익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히나(냥뇽녕냥)는 4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코스프레 틱톡커이며, 시요밍은 일본 아이돌 그룹 NHB48 출신이다.
프로듀서 김계란이 QWER을 기획하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그는 ‘최애의 아이’와 ‘봇치 더 록!’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걸밴드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일본 서브컬처와 다양한 인터넷 밈을 녹여낸 아이돌은 QWER이 처음일 것이다.
인터넷 밈이나 특정 서브컬처에 해박한 멤버들은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젠타는 매일 팬들과 소통하며 밤마다 개인 방송을 진행해 친근한 매력을 발산한다. 쵸단은 드럼 전공을 살려 QWER의 음악적 숙련도를 높이고, 운동 능력을 활용해 멤버들과의 재미있는 관계성을 보여준다. 시요밍은 일본 아이돌 경력을 살려 탄탄한 보컬을 선보이며, 히나는 애니메이션과 드립을 활용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아이돌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고 멋지다.
3. 그냥 노래가 좋다 - QWER의 노래는 정말 좋다. 글을 쓰는 내내 QWER의 앨범을 반복 재생하며 들었다. 가사는 서정적이고 예쁜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고, 멜로디는 신기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팬이 아니더라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곡들이다.
특히 최근 앨범의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은 최고다. 이전 곡 “고민중독”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해 두근거리던 소녀의 마음을 노래했다면, “내 이름 맑음”에서는 짝사랑의 마음이 커져 결국 들키고 만다. 친구조차 되지 못해 슬프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처럼 맑게 살겠다는 10대 소녀의 감성을 귀엽고 서정적인 단어와 멜로디로 이어가고 있다.
노래방에서 부를 때도 적당히 신나고, 음이 높아 힘들지만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곡이라서 좋다.
결국 나는 잔잔하게 QWER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별히 덕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매력과 음악은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