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올해의 글쓰기를 되돌아보기

나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쓰는가
글 입력 2021.12.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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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도 절반을 막 지나치고 있다. 이렇게 꼭 연말에 다다르면 아쉬워지곤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록이다. 습관적으로 매일 무언가를 기록하지만 어떤 날은 귀찮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건너뛰기도 하는데 한 해가 끝날 때쯤 되면 그런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아쉬워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날은 없는 것, 살지 않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아트인사이트에 23개의 글을 업로드했고, 개인 블로그에 150개 이상의 게시글을 올렸다. 또 고요히 마음을 쏟아낼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구매한 일기장도 어느 덧 절반이 넘게 빼곡한 글자로 채워졌다. 인스타그램과 메모노트에도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짧은 감상을 틈틈이 적어 두었고, 독서모임을 시작하며 새롭게 독서노트도 쓰기 시작했으니 그야말로 일상 곳곳에 나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해도 무방하다.

 

여기까지는 다른 해와 거의 다를 바 없다. 미래의 언젠가 쉽게 지워버리기 위해서 줄곧 디지털 매체에 기록해왔던 것을 이제는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종이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등의 사소한 변화는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글을 쓰면서 감추고 싶은 것은 감추고, 버리고 싶은 것은 버리며,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늘 엇비슷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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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 들어 새롭게 도전해야 했던 일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내가 쓴 글을 타인과 나누는 것. 본래 나의 기록은 넝쿨처럼 얽힌 채 내 발 밑 땅 속에 깊이 잠들어 있는 모양새였다. 나는 이것들을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묶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나눠야 했다. 물론 이 수업을 선택한 것도,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얼굴을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내 글과 나의 속내를 드러내야 하는 게 단번에 쉬워질 리는 없었다.

 

수업은 격주로 자신의 작업물을 공개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내 글을 제출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글 한편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복잡한 일처럼 느껴졌다.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숨겨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한 편의 글을 쓸 때마다 며칠, 몇 주가 소모되었다. 한 두 번 지나고 나면 이런 부담도 내려놓게 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는데 다 끝날 때까지 그런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한 한기도 마무리되어가고, 고작 삼 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날 괴롭혔던 에세이 과제도 막을 내렸다. 동시에 대략 서른 일곱 페이지 정도 분량의 에세이가 내 손안에 남았다. 여전히 날것의 느낌이 여실히 드러나는 글도, 경계심을 누르지 못해 자기검열에 무참히 구겨져버린 글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만족한다. 언제든 그만두려면 그만둘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끝끝내 마침표를 찍은 것에 안도한다.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의 기록은 오직 나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나날을 손쉽게 뒤집어버린 수업 하나를 계기로 되묻는다. 내가 쓴 글 뿐만 아니라 내가 알면서도 알지 못했던 다른 누군가의 작업물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공감과 연대, 이해의 과정이 올해 최대의 수확이라 보아도 될 듯 싶다.

 

나에게 기록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나와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을 그것이 있어야 할 시간과 공간에 고이 묻어두는 일 같다. 도망치듯 남겨두는 게 아니라 공들여 묻어두는 일, 그 위를 토닥이며 내게 남은 것들을 확인하고 이어지는 길을 향해 방향을 트는 일, 그럼으로써 너무 많이 돌아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일 말이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고귀한 일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무엇도 쌓으려 하지 않는 무관심한 태도를 더 경계하면서 이번 연말도 잘 보내 주려 한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는 어떤 내가 쌓이게 될까? 또 내년에는 어떤 날들이 다가오게 될까?

 

 

[고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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