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국 힙합의 새로운 대안 "Moldy" [음악]

그게 그거인 요즘 힙합에 신물이 난다면,
글 입력 2021.12.11 14:2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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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열며,



집에서 주로 디깅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경로는 다양하다. 웹진을 볼 때도 있고, 사운드 클라우드의 재생 목록을 이용하기도 하며, 애플 뮤직의 에디터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힙합플레이야의 라디오 콘텐츠를 듣는다. VMC의 넉살과 던밀스가 진행했던 황치와 넉치 그리고 리짓군즈의 뱃사공과 블랭이 진행했던 내일의 숙취는 현재 내 음악 취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디를 알게 된 것도 그것의 일환인 '몽구스라디오'에서다. 당시 몰디는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주목한 차세대 래퍼로 선정되었고, 몽구스 라디오의 KHA NEXT 특집에 출연했었다. 영상에서는 몰디와 그의 크루 그랙 다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랬다니….

 

 

▲ (영상) 귀에 좋은 곰팡이의 큰 그림

 

 

덧말)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몰디와 그랙 다니의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름에 관한 썰들은 우습기까지 하다. 혹시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초반 10분 정도까지만 들어보자.

 

 

 

그랙 다니와 몰디


 

▲ (영상) Grack Thany, 'Team'

 

 

군산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그랙 다니는 대안적 힙합을 주창하며 힙합씬에 등장했다. 그랙 다니는 쉬지 않고 꾸준히 컴필레이션 앨범과 합작앨범을 발매하고 서로의 앨범에 특별히 참여하며 그들만의 특색을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Take from the Internet"이라는 팀 슬로건에 걸맞게도 많은 실험적 장르를 차용하며 음악에 재미를 더한다. 대표적으로는 phonk가 있다.

 

Phonk는 90년대와 00년대 이후 사장되었지만, 몇 년 새에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대세로 재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트랩의 하위 장르로, 주로 갱스터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멤피스 랩과 지 펑크의 일부를 따와서, 전자 음악 사운드와 섞는다. 주로, 주류 문화에서보다는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이 애용하는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음악 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 (영상) MoldyㆍBlack AC, '3019 Cyperphonk'

 

 

 

몰디의 지난 앨범 톺아보기



앞서 그랙 다니는 힙합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랙 다니는 대부분이 프로듀서로 구성된 팀이기에, 랩을 하는 몰디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험 음악의 특성상 박자를 타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영상) 수록곡, Juggling

 

 

[Nature Boy]는 몰디의 첫 EP 앨범이다. 앨범은 주로 빠른 속도로 두들겨 대는 정글 비트로 구성되어 있다. 몰디는 그에 지지 않고, 그 비트와 나란히 혹은 더 앞서 나가며 랩을 뱉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떠한 기믹도 없는 순수 힙합을 말한다. 이는 한국 힙합의 주류인 붐뱁이나 트랩 비트와 괴리가 있다.

 

[Internet kid]에서 몰디는 인터넷의 이중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 (영상) 수록곡, [Wi-Fi]

   

 

나의 기쁨에 눈물 흘리겠지

나의 눈물에 행복을 느껴

나의 분노에 희열을 느껴

나의 미래에 흥미를 느껴

여유를 위해 여유를 팔아 난

 

 

인터넷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현실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터넷 속 현상에만 주목할 뿐이지 그 뒤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주고받는 듯한 효과음을 연상케 하는 수록곡 'Wi-Fi'에서는 그것에 대한 몰디의 냉소적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음악적 면에서도 인정받아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과소평가된 앨범으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VMC의 래퍼 오디와 서리의 프로듀서 비앙의 합작앨범 'Open Monday'가 수상했다.

 

같은 크루의 사일러 밤과 합작한 앨범 [Sci-fi short flim]은 주제적인 면에서 [Internet kid]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특기할 사항이라면, 새로이 떠오르는 현상인 비트코인을 다룬다는 점이다.

 

 

▲ 수록곡, 'bet777.kr'

 

 

수록곡 'bet777.kr'에서 몰디는 코인에 관해 이야기한다. 비트코인은 앞서 말한 인터넷과 유사한 이중성을 가진다. 코인은 그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특성을 더 가진다. 사행성이 짙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멍청해도 일곱까지 나는 세지

아무리 가득해도 일곱까지 나는 차지

아무리 기억해도 일곱 이상은 무리지

 

 

곡은 슬롯 머신이 돌아가는 소리로 시작한다. 도박의 끝은 두 가지다. 돈을 따서 벼락부자가 되거나, 돈을 모두 잃어서 빈털터리가 되거나. 그러나, 손가락질 한 번으로 일확천금을 얻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아무리 멍청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똑똑해도 그 중독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드디어 정규가…. [GodSpeed Love]



앨범은 그것의 배꼽인 6번 트랙 여행을 기준으로 확실하게 구분된다. (이때, 편의상 1~5번 트랙을 side A로 6~12번 트랙을 side B로 쓰고자 한다.)

 

side A에서 몰디는 파란약과 빨간약 중 빨간약을 선택한다. 그리고 랜선 속을 미친듯한 속도로 여행하며, 신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몰디의 발이 다시 땅에 닿았을 때, 그는 빨간약을 먹고 랜선 사이를 오가는 네오도 아니었으며, 자연과 사랑을 주창하던 소년도 아니었다. 그는 한 사람의 인간이자 어른이 돼 있었다. 앨범의 side b는 이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온도 차는 앨범의 타이틀 곡인 'VOLKSWAGEN GOLF'와 '여행'을 비교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 수록곡, 'VOLKSWAGEN GOLF'

 

▲ 수록곡, '여행'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비트의 분위기다. 'VOLKSWAGEN GOLF'는 전자음을 활용한 다층적이고 날 것의 비트를 바탕으로 한다면, '여행'은 편안하고 칠한 분위기의 Lo-Fi에 기반한다. 이러한 차이는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side a와 side b의 간극이 너무 커서, 두 개의 다른 ep앨범을 합쳐 구색만 갖춘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덥고 습한 여름을 날려줄 통쾌함을 기대하고 틀었지만, side b의 경우는 다소 심심했다. 디스코그래피에서 의미가 큰 정규 1집이었던 만큼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옳다고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100여 일이 지난 겨울 앨범을 다시 들었다. 처음 들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side b가 더욱 다가왔다. 겨울이 남겨진 앙금의 계절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람이란 동물은 그리고 그 내면은 단순하지 않다. 그 동물은 한편으로는 폭력, 섹스, 술과 같은 자극을 닥치는 대로 탐닉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몰디의 [GodSpeed Love]가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이중성에 대해 깨우치게 만든 것이다.

 

 

▲ 몰디ㆍ션만, 'Dryice'

   

 

 

신동하.jpg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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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쟁글이
    • 좋은 리뷰 매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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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ght Cruising
    • 확실히 기존 아티스트들보다 색깔이 독특하네요 앞으로 행보가 기대되는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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