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MBTI와 다른 당신의 진짜 모습이 궁금합니다. [사람]

'나'와 '너'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
글 입력 2021.12.0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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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와 다른 당신의 진짜 모습이 궁금합니다.

'나'와 '너'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



최근 MBTI에 푹 빠져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 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각자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사람의 유형을 몇 가지로 규정짓는다. 이 기묘한 성격 검사는 유튜브와 SNS를 타고 MBTI 별 추천, 궁합, 직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실 그 성격검사 그 자체보다는 MBTI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실제 사람들의 대화, 상황, 유형들이 재미있다. 실제로 찾아보면 이건 너무나 난데? 싶은 것들이 많아서 더 흥미를 끈다.

 

 

 

INTP의 MBTI 활용법


 

나는 INTP다. 낯을 가리는 것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INTP들은 낯선 자리에서 침묵을 택한다(조별과제 첫 모임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이후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지 않는 한). INTP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면서 MBTI를 활용하곤 한다. 날씨 얘기는 진부하고 그렇다고 에너지 넘치게 다른 주제로 계속해서 대화를 주도하기 힘들다면 MBTI 이야기를 꺼내보자. 자신의 MBTI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더라도,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관심이 있기 마련이므로 어렵지 않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MBTI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는 곧 취미나 관심사로 연결되기 마련이고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대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대화를 마치고 나면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MBTI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성격 유형을 가지고 이렇게 치밀하게 고민하는 성격은 정확히 INTP라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왜 사람들은 MBTI에 그렇게 열광하는지 궁금해진다. 이것도 다른 유형들은 차마 공감할 수 없는 INTP의 고질적인 특징일 것이다.

 

 


MBTI : '나'와 '너'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


 

'나'와 '너'에 대해 아는 건 쉽지 않지만 그것만큼 알고 싶은 것도 없다. 내가 알고 싶은 누군가의 성격을 MBTI 하나로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사람의 성격 유형을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비게이션 없이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지금 내비게이션 없이 도로에 나오면 미아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경로와 같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웬만한 길은 잘 찾아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길을 잘 안다는 사람들도 사실 모든 길을 꿰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 아마 그들은 도로표지판과 이정표로 어느 정도의 감을 찾고 세세한 길은 가서 찾아나가는 방법으로 운전을 했을 것이다.

 


도로표지판.png
도로표지판

 

 

그 사람을 파악하는 MBTI라는 방법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이 도로표지판에 가까울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MBTI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 사람의 자아나 성격, 취향에 도달하는 가장 처음 표지판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 행주대교를 건너면 고양시에 도착하겠구나'하고 대략의 길을 찾는 것처럼, 'INTP는 뭔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하면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MBTI를 통해 조금은 가볍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MZ세대가 MBTI에 열광하는 이유도 '사람'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적절한 자기소개서일까, 확증편향일까


 

2x2x2x2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60억 인구를 모두 규정지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의 일면을 나타내는 자기소개서임에는 분명하다. 자기소개서의 첫 줄에 들어가도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을 만큼 MBTI의 위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MBTI를 물어본 면접시험은 뉴스에도 등장하기도 하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과연 MBTI는 나를 소개해줄 수 있을까.

 

 

MBTI 면접.png
출처 : 조선일보

 

 

MBTI 이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정표를 세워두고 사람들과의 길을 찾았다. 일생을 축적한 관계의 빅데이터가 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관계, 취향, 대화에 대해서 익숙한 길을 따라 움직이게 만든다. MBTI 역시 너무나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그 이정표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16개의 이정표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그 사람의 '경향성'만을 나타낼 뿐, 한 사람의 인생에 나타나는 생각과 행동은 경향성과는 다른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P(인식형)와 J(판단형)에 대한 필자의 사례를 들자면, 분 단위의 행동은 즉흥에 맡기는 사람이지만 일이나 자산 관리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MBTI를 우선에 두고 보면 여러 방면에서 이러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MBTI로 상대에 대한 확증편향을 가진다면 그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심심찮게 '나는 XXXX와는 정말 맞지 않는 것 같아' 하는 사례를 보고 듣게 된다. MBTI 역시 그 사람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가설일 뿐, 직접 대하지 않고는 모른다. MBTI라는 그늘에 숨겨져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층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늘을 기점으로 MBTI를 넘어 사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을,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보다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물어보도록 노력해야겠다. 당신의 MBTI와 다른 당신의 진짜 모습이 궁금하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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