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 누구세요? [드라마/예능]

LET'S BREAK UP...SPACE COWBOY
글 입력 2021.11.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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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부터 <오징어 게임>, <지옥>까지.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한국 콘텐츠, 드라마의 융합은 여러 차례 화자 될만한 걸출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못해서 안 한 게 아니라 여건이 안돼서 못 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세계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서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장르의 드라마들이 나오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국내 콘텐츠 시장에 좋은 소식이다. 스크린에서나 보던 배우들을 회차마다 볼 수 있다는 것도 국내 팬들에겐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하고.

 

덕분에 길어야 2달 정도 구독하려고 했던 넷플릭스도 반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만한 돈을 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D.P.를 보고 공개 예정 작품들 목록을 쓱쓱 내리다가 반가운 이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늘 얘기할 <카우보이 비밥>이 그 주인공이다. 몇 년 전부터 실사 드라마 시리즈 얘기가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는데 여건이 안 됐는지 매번 무산됐다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드디어 제작됐다.

 

<지옥>보다 더 기대했다. 아니지…. 기대했다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 원작을 어레인지(arrange)했을지 궁금했다.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늘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를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그런 우려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극적인 요소가 강했던 애니메이션이었으니 연출과 각본만 잘 살린다면 그나마 볼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나름의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런 괴이한 작품이 나올 줄이야.

   

 

 

재패니메이션의 실사화


 

생산국인 일본에선 꾸준히 실사 드라마나 영화, 연극이 나오고 있다. 해당 분기에 흥행한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은 어떤 식으로든지 실사화를 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고개가 갸우뚱할 정도의 비주얼과 연출이지만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일본 시장 내에서 수요가 있는지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재패니메이션과 서양 자본의 만남은 늘 결과가 좋지 않았다. 비주얼, 연출, 각본 모두 원작과 딴 판이거나 어중간하게 따라 해 수준 미달의 결과물이 나오곤 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할리우드 자본이 재패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 중 대중적으로 호평받은 작품은 없다, 마블 유니버스의 히로인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도 비주얼적으로는 훌륭했으나 원작의 분위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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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와 실사영화

 

 

실사화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기엔, 마블 유니버스의 성공이나 디즈니 실사영화가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실사화’ 자체에 의문부호를 던지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픽 노블의 실사 시리즈는 꽤 역사가 있는 분야다. 00년대 들어 나타난 히어로물 대부분이 그래픽 노블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미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디즈니 시리즈는 어떠한가.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보던 작품들이 뛰어난 비주얼과 연출로 성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걸출한 실사 작품으로 돌아왔다. 전자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캐릭터와 세계관을 대중들에게 어필해왔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작품의 수준이 올라갔다면 후자인 디즈니 시리즈는 문화의 장벽이 비교적 낮아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의 기준(흔히 싱크로율이라 부르는 것)만 맞춘다면 실사로 각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재패니메이션은 작품 하나하나 개성이 뚜렷하다. 비슷한 플롯이라 하더라도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차별화를 둔다. 현실에선 도저히 엄두도 못 낼 요란한 헤어스타일은 물론이고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 만화적인 연출로 다이나믹하게 만든 세계관과 비주얼은 아무래도 현실 세계와 괴리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애니메이션 하나만으로 완벽한 세계를 그려냈기 때문에 현실적인 상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원작자가 만든 애니메이션은 그 하나로 이미 완성된 세계다. 거기다가 애니메이션에 매력을 느끼는 요소, 예를 들자면 ‘그림체’와 ‘색감’ 같은 ‘아우라’는 영화적인 기법으로 구현하기 불가능한 영역이다. 그래픽 노블은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주입했고, 디즈니는 한 제작사가 애니메이션부터 영화까지 관장하기 때문에 그림체라든지, 색감 같은 요소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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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실사영화... 이건 내수용이였겠지?

 

 

앞서 예를 들었던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미국 내 대여 비디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IP다. 또한 당시 재패니메이션들이 00년대 들어 유행한 소년물이 아닌 성인물에 가까웠던 점에서 헐리우드가 본 작품을 선택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원작의 캐릭터는 연기력과 설정, 그리고 실사화의 한계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각색했다 하더라도 원작만이 내뿜던 ‘아우라’를 스크린으로 담는 데는 실패했다. ‘아우라’ 대신 작품에 자리 잡은 것은 이전의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본듯한 설정과 연출들이었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에서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보이는 기시감이 느껴진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재패니메이션을 실사 시리즈로 옮길 때 캐릭터의 비주얼은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원작 팬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은 원작의 주제 의식과 스토리를 영화적인 연출로 그럴듯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했다. 우려했던 캐스팅은 기대 이상으로 원작의 캐릭터의 분위기를 잘 살렸으나 각색하는 과정에서 뻔하디 뻔한 캐릭터들이 됐다. 그렇다고 주제 의식을 제대로 전달했느냐 하냐면, 플롯의 뼈대 자체를 이루는 캐릭터들이 무너지다 보니 주제 의식이 없다시피 했다.

   

 

 

<카우보이 비밥>, 원작은 이런데요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의 1998년작 <카우보이 비밥>은 작품만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이다.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범죄자들을 쫓아다니는 현상금 사냥꾼(카우보이)’이란 독특한 배경을 바탕으로 우주선 ‘비밥호’에 탄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 화당 30분 남짓 안되는 러닝타임 내에 독립된 이야기를 배치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세계관을 러프하게 그려 나가고 있다.

 

<카우보이 비밥>은 독특한 설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달의 폭발로 지구에 끊임없이 달의 파편이 쏟아져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했다는 설정은 이제 신선한 것도 없는 공상과학적 설정이지만 <카우보이 비밥>는 인류의 생활 군상을 근 미래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어느 행성은 멕시코를 떠올리게 하고, 다른 행성은 사막 한가운데 우람한 빌딩과 카지노는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킨다.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은 구소련을,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이 많은 골목길은 홍콩 누아르 영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SF와 아날로그 시대의 기묘한 공존은 <카우보이 비밥>의 세계관만이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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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부터 제트, 페이, 스파이크, 에드.

에드도 드라마에 나오긴 하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개별적인 장르적 재미를 준다. 단순한 버디 물이었다가 다음 화에서는 누아르 물이 된다. 무겁게 가라앉은 하드보일드가 되기도 하고, 사이버펑크 코믹극이 되기도 하다가 서부극에서나 나올 법한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감하게 장르를 넘나들고 홍콩 누아르, 할리우드 서부극, 스페이스 오페라 등의 기존 작품들의 오마주하면서 <카우보이 비밥>만의 오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카우보이 비밥>은 계관의 설정에 얽매여있지 않고 비밥호에 승선한 캐릭터들에 집중한다. 세계관은 러프하게, 대신 캐릭터의 이야기는 심도 있게 그리면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거기다가 애니메이션적인 연출 대신 영화적 연출을 차용해 주제를 유치하지 않게 이야기에 녹여낸다. 자칫 튈 수도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에서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영화적 연출과 명확한 캐릭터 성 때문이다. 거기다가 당시엔 디지털 방식이 아닌 장인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렸던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은 근래 애니메이션에 볼 수 없는 색감과 섬세함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카우보이 비밥>은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SF와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과감함과 참신함, 무겁게 끌고 나가는 주제 의식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았다. 그렇다면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 - 이건 이렇게 됐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완성도에 문제가 있다. 원작을 제쳐두고 작품 하나로 봤을 때 적정 수준으로 만들지 못했다. 검수 과정에서 걸러져 이것저것 뜯어고쳐야 할 것들이 많은 미완성품이다. 가장 먼저 우려했던 캐스팅은 기대 이상으로 적절했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원작의 캐릭터만큼은 아니더라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문제는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과는 아예 딴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카우보이 비밥>은 굳이 장르를 정의하자면 하드보일드 물이다. 에피소드마다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극을 관통하는 주제나 OST, ‘현상금 사냥꾼’이란 소재는 적절하게 섞여 하드보일드 누아르 물의 재미를 살린다.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가벼운 스페이스 오페라물이 됐다. 각본가가 이전에 참여했던 <토르 : 라그나로크>의 향이 짙게 난다. <토르 : 라그나로크>는 이전 토르 시리즈의 분위기를 뒤엎고 새로운 토르를 정의한다는 점에서 유쾌한 스페이스 오페라 물로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카우보이 비밥>은 그렇게 다뤄선 안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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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좋았지만, 작품이 별로였다.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철저히 스페이스 오페라에 치중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설정도 조금씩 바뀌었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원작 속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난 것은 좋은데 묘하게 설정이 뒤틀려 플롯이 무너져버렸다. 가장 변화가 많았던 캐릭터는 스파이크의 파트너 ‘제트 블랙’이다. 원작에선 옛 애인과의 스토리만 있었을 뿐 미혼이었는데 드라마에선 미국 드라마에 나올 법한 딸 바보 ‘이혼남’이 됐다. 원작에선 비밥호 인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어른스러운 캐릭터였다면 ‘이혼남’ 설정 하나 때문에 드라마에선 딸을 위해 돈을 쫓지만 마음은 착한 흔한 인물이 된 셈이다.

 

‘제트 블랙’의 캐릭터가 무너짐에 따라 원작 캐릭터들이 공유하던 미묘한 텐션도 와르르 무너졌다. 원작에선 각자의 사연에 간섭을 안 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비즈니스 파트너의 느낌이 강했다면 드라마는 이 셋을 하나의 가족처럼 엮는다. 그러면서 본래 현실감각이 둔하고 되는대로 사는 캐릭터였던 스파이크는 ‘제트 블랙’과 만담 콤비로 전락하고, 원작에선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페이 발렌타인은 그냥 어디로 날뛸지 모르는 나사 빠진 개그 캐릭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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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줄리아는 진취적이고 능동적이었다.

스파이크가 왜 잊지 못하는지 납득이 갈만큼.

 

 

가장 설정에 문제가 많았던 캐릭터는 ‘비셔스’와 ‘줄리아’다. 원작을 배제하고 논해도 이 두 캐릭터는 드라마의 균형을 무너트린 가장 큰 문제점이다. ‘비셔스’는 진취적이지도 않고 악당으로서의 매력도 없다. ‘줄리아’가 과연 ‘스파이크’와 ‘비셔스’의 관계가 무너질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었을까? 극 내내 악역인 ‘비셔스’는 상황에 휘둘리기만 하고 ‘줄리아’는 수동적으로 굴다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진정한 흑막이 된다. 이 스토리와 전개에 충분히 이해가 될만한 관객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두 캐릭터는 아예 원작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카우보이 비밥>의 주제는 단순하고 심오하다. 에피소드 내내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스파이크, 제트 블랙, 페이 세 인물의 선택과 이야기를 통해 각자 다른 방식의 대답을 내놓는다. 기본적으로 세 인물 모두 과거의 큰 상처와 단절, 상실을 겪었다. 동시에 그 문제는 오롯이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지키며 서로의 이야기를 아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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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하고 카리스마 있던 비셔스는

컴플렉스 덩어리 싸이코패스가 됐다.

 

 

본작은 유쾌하기 짝이 없다. 세 인물이 겪은 과거의 사건은 원작과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 설정이 달라짐에 따라 과거의 사건을 다루거나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제트 블랙의 에피소드는 각색한 캐릭터 성과 별개로 원작에 충실한 나머지 이입이 안됐다. 페이는 그나마 기승전결이 확실하지만 뜬금없는 동성 간 배드신으로 어이없게 포문을 연 탓에 의미가 퇴색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줄기인 스파이크는 과거 동료 비셔스와 애인 줄리아의 캐릭터 붕괴로 ‘왜 그렇게 줄리아에게 집착했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스파이크란 인물의 근간은 과거 에피소드에 있는데 비셔스는 싸이코패스 살인마에 파파 콤플렉스가 있는 문제아였고 스파이크가 비셔스를 돌보다시피 했다는 설정으로 바뀌면서 두 인물의 관계 농도부터 옅어졌다.

 

 

 

LET'S BREAK UP...SPACE COWBOY


 

<카우보이 비밥>이란 원작을 때놓고 냉정하게 봤을 때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유쾌한 스페이스 오페라 물이라고 하기엔 재미도 없다. 액션신이나 연출은 <맨 인 블랙>을 보는 것 같은 데 같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면 훨씬 짧고 재밌는 <맨 인 블랙> 시리즈를 볼 것 같다. 당최 의도를 알 수 없는 덩치 앵글 샷이 거의 매번 에피소드에 등장해서 머리는 아프고 유기적이지도, 매끄럽지도 못한 전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B급 스페이스 오페라 물이라면 기대치를 낮추고 머리를 베우고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원작 에피소드를 오마주한 에피소드가 툭툭 나오면 역시 비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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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유머수준은 딱 이정도 일텐데.

시덥잖은 농담이 계속 나오니...

 

 

<카우보이 비밥>의 실사판을 기대한 팬들은 더티토크나 수다를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캐릭터의 싱크로율은 실사화에서 기대할 수 없는(그러나 충족되면 좋은)요소이고 원작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충분히 이해시킬 만큼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 <공각 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 원작의 분위기를 담지 못했다곤 하지만 영화 자체로는 일반 대중들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아예 원작과 괴리감이 있진 않았고, 일정한 수준으로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는 아예 다른 작품이 됐다. 원작의 아이덴티티인 오프닝과 OST, 엔딩만 그대로 가져다 쓴 드라마다. 차라리 감독과 각본가가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뜨거운 녀석들>처럼 원작의 패러디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결이 다르다. ‘애니메이션이니까 유치하다’라는 편견이 있다면 제대로 뒤틀어버린 작품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이 진중하고 성인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 실사 작품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스페이스 오페라 19금 펄프 픽션’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엔 조잡하고 허술하다.

   

남은 건 훌륭한 OST 뿐이다. 이 드라마가 증명한 건 원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와 실사 연출이 사람이 손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연출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원작 전부가 아니라 극장 개봉 작품인 <카우보이 비밥 : 천국의 문>만 보시길.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가 얼마나 졸작인지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 : 넷플릭스>를 보고 난 소감은 특별한 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맛집이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길래 방문했더니 형편없는 불량식품을 대접받은 기분이었다. 원작의 감동은 원작에서만. 시즌2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SEE YOU...SPACE COWBOY..라고 할 수 없겠다.

 

 

[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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