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짜(FAKE)전시? 오마주인가 복제품인가 - 아트 오브 뱅크시 [미술/전시]

글 입력 2021.09.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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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에서 대규모 전시 ‘아트 오브 뱅크시: 위다웃 리밋(Art of Banksy: Without Limits)’가 개막했다. 그러나 전시의 진위 여부에 관해서 끊임없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홍보에 사용한 '아시아 첫 투어 뱅크시전(展)', ‘오리지널 전시’라는 문구가 거짓이라는 보도 때문이다.

 

주최사는 '오리지널(원본) 포함 150여 점'을 내세웠으나 그 중 오리지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27점. 나머지 120여점은 레플리카(복제본)다. 심지어 ‘아시아 첫 투어’ 전시를 내걸었지만 홍콩에서는 지난해 12월 전시가 열렸고, 현재 일본 나고야에서도 전시 중이다. 티켓 예매 Q&A창에서는 뱅크시의 오리지널 전시를 기대했던 대중들의 환불과 티켓취소 요청, ‘이거 사기 아닌가요?’라는 제목의 항의 글도 확인할 수 있다.


항의 글에 대한 답변으로 주최 측은 ‘아시아 첫 투어’라는 홍보 문구에 대해서 '각자 다른 전시'라며 모두 뱅크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지만 전시 규모와 작품, 컨텐츠가 다르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뱅크시 전시를 기획하는 주관사는 총 3개로, 현재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 주관사에서의 아시아 첫 투어라는 의미였다.


한 매체의 이러한 보도 이후 뱅크시 전시회의 포스터 등에는 '아시아 첫 투어', '오리지널 전시' 등의 문구가 모두 빠졌고, '오마주 전시'라는 설명이 추가됐다. 주관사는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그의 예술 세계관을 '오마주한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회 주관사의 애매모호한 태도와 교묘한 말 바꿈으로 인해 아시아 최초의 뱅크시 원작 전시회로 알고 티켓을 예매한 관람객들은 분노했다. 티켓 판매처는 전시회가 '사기'라며 환불을 요구하는 예매자들에게는 전액 환불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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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전시가 모스크바에서 열리고 있다"는 팔로워의 말에 뱅크시는 "그것(전시)은 나와 아무 상관 없다"고 답하는 뱅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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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뱅크시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내 이름을 내건 전시회 중 나와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이름을 내건 모든 전시는 가짜(FAKE)"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뱅크시의 공식 작품 보증기관이자 작품 판매를 주관하는 페스트 컨트롤 역시 뱅크시 관련 모든 전시가 '가짜(FAKE)'라고 밝혔다.

 

 

 

과연 오마주인가



뱅크시는 영국을 기반으로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그래피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분쟁지역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며, 스텐실 기법을 활용해 건물 벽, 지하도, 담벼락, 물탱크 등에 거리 그래피티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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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사회 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의식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뱅크시는 <풍선과 소녀>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자신의 이 작품이 104만 파운드(한화 15억원) 로 경매에서 낙찰되자 프레임 밑에 설치해 둔 분쇄기를 가동시켜 그림의 절반을 분쇄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래피티 아트, 그의 작품 대부분은 거리 낙서이다 보니 저작권이 없으며, 거리예술 활동은 법적으로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래피티 그 자체가 예술로 보여지기를 원하는 뱅크시에게 그의 작품은 예술의 상업화와 제품화를 거부하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의 작품이 그가 비판하고자 했던 미술 작품과 같이 경매를 통해 값비싼 가격에 판매되자 이런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뱅크시는 예술계에서 명성만을 쫓는 행태, 금전 가치로만 환원되는 예술작품들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현대 상업미술 시스템을 풍자해온 작가에게, (그가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허락을 받지 않고 마치 그 작가의 오리지널 전시인 것처럼 홍보하며 상업적인 전시를 주최한 것은 작가의 예술 철학에도 반하는 것이다. 하물며 개인 콜렉터가 소장한 오리지널 작품도 아닌 레플리카나 리프로덕션은 확실한 저작권 침해이며, 그에 앞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존중하지 않은 태도, 윤리적인 문제로도 보인다.


주관사가 내세운 ‘오마주 전시’. 오마주란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 감독이나 작가가 만든 영화의 대사나 장면을 인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뱅크시의 의도와 가치관에 반하여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존경의 표시를 위한 예술적 차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자극적인 홍보문구나 화려하게 외관을 꾸미기 이전에 관람객들에게 리프로덕션의 출처와 에디션을 밝히고, 컨셉을 차용한 전시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뱅크시가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에는 제목 그대로 예술과 자본의 관계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품화 되어가는 미술계의 세태를 지켜보던 뱅크시의 제안으로, 거리미술의 본질을 보여줄 다큐멘터리 편집에 돌입하는 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영화 말미에는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진정한 예술은 무엇인가.” "정말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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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를 통해서까지 예술의 상업화를 거부한 작가의 가치관에 모순되게도 이번 서울에서 열리는 뱅크시의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을 사용하여 MD(제품, 굿즈 등)를 판매한다. 창작자가 비판과 풍자의 의미로 설정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제목에 정확히 부합하는 전시인 것이다.

 

또한, 전시를 위한 경비로 입장료를 책정했다고는 하나 이번 전시가 비영리 전시는 아니라고 한다. 전시 입장료는 일반 기준 20000원, 공수된 110여 점의 진품 작품의 평가액이 2조원에 달하는 피카소전과 동일하다. 27점의 P.O.W 인증 작품만을 가진 이 전시의 입장료 측정 기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긴 했다.

 

 


문화예술 소비자로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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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뱅크시 웹사이트


 

문화예술을 애호하지만 전문가도 아니고 일반 대중에 불과한 내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전시를 갔을 때, 뱅크시의 레플리카와 원본을 구분해낼 능력이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문화예술 소비자로서 우리가 지녀야할 태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창작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일, 창작물을 만든 이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일,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자의 존엄을 지키는 일, 화려한 외관과 자극적인 홍보문구에만 현혹되지 않고 본질과 의미를 들여다보는 일, 나아가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에는 작은 목소리일지언정 힘을 실어주는 일, 각자의 방식으로 사유를 풀어내는 일. 그로 인해 약간은 더 풍부해진 서로의 세계를 마주보며 웃는 일. 이것이 문화예술 소비자로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아직 나아가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태도만은 견지해나가며 평생을 ‘감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이 전시의 완성도 논란에 대해서 "전시장을 찾는 관객도 이제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 내용과 형식을 충실히 갖춘 전시에는 박수를 보내줘야 하지만 그것이 충분치 못한 전시에는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주체성을 가진 대중으로서, 감동을 느끼는 순간뿐만 아니라 정확한 평가를 해야 하는 순간이 존재하는 듯하다. 문화예술 소비자로서 내가, 우리가 선택의 순간순간에 창작자의 노고와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해 떠올리며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

매일경제, '오리지널' 내걸었던 뱅크시 전시회…슬그머니 '오마주'로 변경

중앙일보, 뱅크시는 '짝퉁(FAKE)' 전시라 하고, 관람객은 줄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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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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