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주의 국립현대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글 입력 2021.08.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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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전시관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다.

 

청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지는 약 3년이 되었고, 이는 서울대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과천관, 덕수궁에 위치한 덕수궁관, 경복궁 동편의 서울관에 이은 네 번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세 군데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청주관은 최초의 비수도권 분관에 해당한다.

 

특히 청주관은 미술 작품의 보관 및 보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이곳에서 소장된 작품들이 관리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발견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매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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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관에 들어가는 길. 드넓은 잔디밭이 인상적이다. 정면은 청주공예비엔날레 기념관. 우측이 국립현대미술관.

 

 

사실 나로서는 이번 청주관 방문이 가지는 의미가 굉장히 컸다. 학창시절을 과천에서 보낸 덕에 과천관에는 자주 드나들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 서울에서 생활하며 서울에 위치한 두 개의 분관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였다. 특히 덕수궁관의 경우 나의 자대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했는데, 집회와 시위로 얼룩진 나의 자대 생활에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항상 나에게 있어서 좋은 기운을 전해주었기에, 청주에 머무는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방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다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들과 마찬가지로 청주관 역시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가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청주관의 대략적인 구조, 그리고 상설 전시를 중심으로 미술관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전시는 대부분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서울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예술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술계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곳은 어쨌거나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국공립 및 사설 전시관들에서 가장 잦은 빈도로 새로운 전시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서울의 심각한 인구밀도와 빽빽한 대지의 활용으로 인해 전시관이나 전시장 주변의 환경 같은 것에서 서울이라는 장소의 한계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작품이 존재하는 곳은 전시관 내부의 작은 방이지만, 관람객인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숨막히는 대중교통과 빌딩숲을 경험하면서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전시관에 들어설 때 서울 시내에서 이미 일련의 과정들을 체험한 상태로 입장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지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서울의 미술관들과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청주라는 도시는 서울과 도시 경관이 사뭇 다르며, 청주관의 입지나 배치 역시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들과 사뭇 다르다. 미술관 인근의 건물들의 배치며 미술관 앞에 깔린 잔디밭이며 미술관 자체의 투박한 생김새 같은 것들에서 전시관에 입장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미 다를 것이고, 이런 탓에 청주관에서 열리는 전시들의 테마가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청주관의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관람객이 경험하는 그 하루의 모든 행동과 과정들에서 이 장소의 이 미술관이 가치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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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본래 청주 지역의 오래된 연초 공장을 재건축하여 지은 것으로, 본래 공장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근의 청주공예비엔날레 기념관과 함께 위치하고 있어 청주 내의 예술지구를 형성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문화 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 공장의 시설 규모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기 때문에 예술품 전시 및 보관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으며, 덕분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들 중에서는 작품 수장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장고로 활용된다는 점이 청주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품을 보관하는 공간인 수장고를 그대로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열린 수장고’ 전시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은행의 조각, 회화 소장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중 미술관 1층의 개방 수장고에서는 조각들이 보관된 선반들 사이를 직접 돌아다니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미술사에 있어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들을 직접 감상하고, 또 작품의 양식이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양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2층, 3층의 보이는 수장고에는 보존처리된 회화 작품들이 보관돼 있으며, 이들 작품을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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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수장고 속 미술관’이라는 컨셉으로 전시를 기획,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 전시를 통해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미술 작품의 보관과 보존이라는 전시 주제가 청주라는 장소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가지는 의미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최초의 비수도권 분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도권, 특히 서울이라는 장소는 경제, 사회, 문화의 교류가 고도로 집약된 공간이고, 기존의 시스템을 계속 개선하고 대체해 나가는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의 것들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기존의 가치들이 대체되어가는 과정의 뒤편에서, 청주관은 기존의 작품과 그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장소가 된다. 가장 현대적인 작품들에게 밀려 수장고로 이동하게 된 작품들을 보관하고 가치를 재탐색해서 이들을 또다시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넓은 미술관 부지와 거대한 건물 내부 공간을 토대로 수많은 작품들이 자신의 가치를 보전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문화예술에 있어서 소중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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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청주관에서 열린 수장고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총 5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의 각 층에서는 각각 다른 주제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권민호 : 회색 숨》, 《풍경을 그려내는 법》,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 등 흥미로운 기획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4층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드로잉 소장품》 특별 수장고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드로잉 작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소수로 제한하고 있었다. 미술사적으로 가 치있는 이들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조금 일찍 4층에 자리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3층에는 ‘보이는 보존과학실’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공간의 경우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만 개방한다. 시간을 맞추어 간다면 작품을 보존 처리하는 과정을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을 테니, 관심이 있다면 미리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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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시에 관람할 수 있는 미술재료 분석실. 나는 시간을 놓쳐 관람하지 못했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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