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늘에 태양의 잔불이 그을리는 찰나가 지난 여름밤은 충분히 낭만적이니까. [사람]

글 입력 2021.07.29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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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끝도 없이 올라가는 기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은 주르륵 몸을 타고 흐른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몸은 지칠 때로 지쳤다.

 

그러나 기묘하게도 여름밤은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다. 계속되는 더위로 축 처진 채 하루를 보내고, 밤 8시부터 늦은 새벽까지 한낮에 보낸 더위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시간을 잊게 한다.


 

여름낮 수정.jpg

 

 

밤 8시부터 늦은 새벽, 여름밤이다. 내가 느끼는 여름밤은 페일톤이다. 밤이 되면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모든 곳이 온통 어둠이라도 빈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이 있다. 바로 여름밤의 감각이다.

 

 

 

내가 즐기는 여름밤


 

밤 8시가 되면 푸르던 하늘을 어느새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산책하러 나가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분홍빛 하늘과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꽂고 사람이 드문 나만 아는 길을 걷는다. 시각적인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걸으면서 하루에 대한 일기를 읊으면서 걱정과 고민을 그곳에서 두고 올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결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들면 흘러가는 구름에 맞춰 흔들리는 풀들도 사랑스럽다.

 

 

노을 수정.jpg

출처 - @_parkiny (instagram)

 

 

하늘에 태양의 잔불이 그을리는 찰나가 지나가면 집으로 돌아온다. 진정한 여름밤을 즐기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샤워이다. 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온수로 샤워를 해도 여름에는 냉수로 샤워를 해야 한다. 촉각적으로 늘어져 있던 세포들이 냉수로 깨어난 기분이다. 몸에 닿는 냉수의 첫 줄기는 무섭지만, 금방 적응한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 책상에 앉는다. 뜨거운 낮과 달리 밤은 시원하다. 겨울의 서리처럼 흩날리듯 몸에 붙는 바람이 작은 소름을 만든다. 이 소름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를 한다. 읽고 있는 책을 마저 읽기도 하고, 보지 못했던 명작인 영화들을 연달아 보기도 하고, 기억의 남는 순간을 스케치북에 그리기도 한다. 최소한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듣기라도 한다. 즉, 해로운 것들을 모두 걸러낸 여름밤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행위를 하게 된다.

 

순수한 행위를 하다 보면 그제서야 귀에 들리는 소리가 있다. 멀리 어디선가 개구리의 울음, 귀뚜라미의 울음이 들린다. 이들의 울음은 각자의 강력한 소리였지만, 하나의 선율처럼 조화롭게 들기도 한다. 울음이 점점 커지지만 나의 여름밤에 스며들어 잔잔하게 들린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인간의 소음이 줄어들고, 자연의 소리가 슬며시 나타난다. 엄밀히 말하면 자연의 소리는 우리의 곁에서 꾸준히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인간의 소음에 뒤덮였기 때문에 소음이 사라지면서 등장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오롯이 자연만 들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여름밤



개굴 수정.jpg

 

 

여름은 드라마틱하다. 태양과 사투를 벌이는 낮을 지나 달빛과 인사 나누는 밤이 하루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낮과 밤의 뚜렷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계속되는 화창한 날씨로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풀벌레들은 열정적으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차이가 여름밤을 낭만적으로 만든다. 우리는 여름의 낭만을 이용해 여름의 하룻밤을 낭만적으로 보내는 것은 어떠하냐는 생각이 든다.

 

앞서 내가 여름밤을 보내는 방법을 적어두었지만, 여러분들이 여름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직접 찾았으면 한다.

 

낮의 더위로 지쳐있기엔 여름밤은 충분히 낭만적이니까.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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