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에 행복한 울림을 주는 여행과 음악 사이, 비긴 어게인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7.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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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쉬는 날을 느긋하게 보내도 괜히 찌뿌둥하고 채워지지 못한 허한 감정들이 자꾸만 삐져나와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자유로이 밖을 돌아다니고 싶어도 점점 심해져만 가는 코로나 상황으로 제한이 생기니 활달한 나에겐 참 고역이다. 언젠간 이와 같은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여행을 꿈꿔오고 기다려왔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함만 커져갈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옛날에 즐겨보던 여행 관련 프로그램들을 많이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예전부터 즐겨왔던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시작으로 효리네 민박, 방탄소년단의 본보야지 시리즈, 배틀 트립,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걸어서 세계 속으로 등 시사/교양 다큐까지 닥치는 대로 찾아보며 대리만족하는 중이다.
 
그러다 예전에 보았던 ‘비긴 어게인’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헨리, 수현, 하림, 정현이 함께하는 팀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아마 내가 평소 좋아하고 흥미를 가졌던 나라 헝가리, 포르투갈의 풍경을 볼 수 있으면서도 그 나라의 분위기,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음악들을 함께 들을 수 있어서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합이 너무 좋았다.
 
비긴 어게인은 앞에서 말한 헨리, 수현, 하림, 정현 4명이서 한 팀을 이루며 곳곳의 도시들을 여행하고 버스킹을 하러 다니는 이야기인데,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음악과 여행’ 이 두 가지 요소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열심히 챙겨 보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악기들을 다룰 줄 알며 언제나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하림, 노래를 통해 짙은 호소력과 진심 어린 마음을 풍요롭게 전달해 주는 정현, 자유로움 속에서 여러 악기를 겸비하며 날아오르는 헨리,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수현. 이 네 사람이 모여 마치 진짜 가족처럼 각자의 자리에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합을 이루는 모습도 너무나 예뻐 보였지만, 자연스레 서서히 친해지면서 더욱 탄탄한 화음을 이뤄내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좋았던 만큼 인상 깊었던 장면들도 참 많다.
 
 

 

여행과 음악 여행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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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 번쯤 유럽으로 여행을 가봤다면 버스킹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겐 이탈리아에서의 잊을 수 없는 버스킹 경험들이 있는데, 행복하다는 듯 현악기를 연주하던 그들의 열정에 나 또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점점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림, 정현, 헨리, 수현은 자신들을 ‘더 패밀리 팀’이라 칭하며 리스본을 시작으로 버스킹을 시작하였는데, 하림 이외엔 전부 버스킹이 처음이기에 공간, 분위기, 준비 과정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과정과 사뭇 다름을 느끼며 어색해하고 서툰 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의도치 않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긴장하고, 당황해하는 헨리, 수현, 정현과 다르게 버스킹에서의 능숙함, 대범함을 보여주는 하림이 있어 다시금 중심이 잡히고 점차 안정된 연주를 보여주게 된다.
 
버스킹 스토리 인만큼 굉장히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분위기가 많이 나오지만, 때론 열심히 준비했음에도 원하는 만큼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침체되어 있기보단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 주며 자연스레 적응해가고 그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며, 조금은 자신이 해오지 않던 방향으로도 틀어보며 점점 빠져드는 모습들이 너무 좋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실력과 노력을 거의 100%로까지 끌어당기며 다양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금세 모이게끔 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그들을 달콤한 사탕처럼 매료시키곤 하는데, 제일 신기했던 장면은 굳이 서로 맞춰보지 않은 곡조차 즉흥으로 해낸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보여줄 수 있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해온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작은 분명 수줍고 조금은 경직된 모습이었지만 금세 자신의 노래, 연주에 빠져들며 마음 안쪽에서부터 밖으로까지 모든 에너지를 펼쳐놓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자신의 내면에 담긴 색깔과 모양, 선들로 악보를 만들어내 소리를 뿜어내기도 하고, 원곡을 그들의 스타일과 분위기로 재해석해 풀어내기도 하고, 그러면서 우리를 설레게끔 하는 주변의 유럽 풍경까지. 이 모든 것들이 꾸-욱 꾹 눌러놓았던 내 감성을 끝없이 자극했다.
 
 
 
편견 없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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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회차가 지날수록 버스킹에 익숙해지며 자신의 노래를 막힘없이 보여주는 가수들의 모습도 좋았지만 그 못지않게 있는 그대로 편히 음악을 즐기고,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어 너무나 따뜻했다.
 
때론 음악에 심취하는 모습을, 때론 좋은 음악으로 인해 하던 이야기를 멈추는 모습, 함께 사랑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 그렇게 음악을 향한 그들의 감정들을 거짓 없이 보여주는데, 그들의 표정을 보다 보면 나도 함께 그곳에서 한낮의 여유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음악이, 선율이, 음색이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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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 하는 공간에서만큼은 모두가 솔직하다. 헨리와 하림의 악기는 그 자체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그들의 음색에 ‘아름다움’이라는 깊이를 더해주었는데, 좋은 음악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열정적으로 손뼉을 치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하는 연주자들과 그저 노래에 이끌려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하나의 계기가 바로 음악이다. 그렇게 버스킹을 통해 즉흥적으로 모여 풍부하고 마음이 담겨있는 자신만의 음악을 한가득 전달하는데, 그렇게 표현에 거침없고 자유로이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준다.
 
 

 

내 안에 숨은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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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을 보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껏 저들처럼 열정 넘치는 포부를 갖고 몰두한 적이 있었던가?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즐겨본 적이 있던가? 혹은 물불 안 가리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을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의무가 아니기에, 괜히 그런 경험이 없다고, 젊은 날에 뜨거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서 내가 그동안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 나름대로 저들처럼 치열하게 살아왔고, 내 위치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저 내 종착점이 어딘지 몰라 이리저리 헤매고 찾아다녔다.
 
하지만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보단 자신의 장점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하는 그런 뜨거운 열정이, 그러한 감정이 부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의 꿈과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아는 듯해 보여 그 점이 가장 부러웠다. 그들도 분명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노력하고, 이리저리 치이며 많은 눈물을 쏟아냈겠지만 뭔가 괜히 나와 달라 보이기도 하고, 프로페셔널 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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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중 “저는 평소 성격이 무조건 딱딱 맞아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에요. 뭔가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되게 불안하고.”라며 불안해하는 헨리에게 정현과 하림은 “실력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장르야. 버스킹은 다른 장르의 음악인 것이야. 그래서 편한 것, 하고 싶은 것만 해. 이건 경험이야.” 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많은 연습 없이 즉흥을 추구하는 것. 너무나 어렵다. 나도 항상 첫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는 플랜 a, b를 미리 준비해놓으며 이런 상황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도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고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끝없이 연습하곤 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즉흥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긴장감’이다. 사실 긴장을 주는 순간들의 70% 이상은 그다지 긴장할 필요 없는 순간들도 많기에 가끔은 마음을 정말 편히 먹고 싶다가도 마인드 컨트롤이란 게 참 잘 안된다. 뭐든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젠 좀 변하고 싶다. 괜히 쫄지 말고 내가 지금껏 잘해오던 일에 확신을 갖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싶다. 요즘 티비에 많이 나오는 ‘슈퍼밴드’란 프로그램을 봐도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나와 자신에게, 그리고 그 순간에 취해 연주를 하기도 하고, 있는 힘껏 재능과 노력 100프로를 더해 연주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가끔은 이들의 열정에 나도 울림과 자극을 받아 가고 싶어 일부러 찾아보기도 한다.
 
음악은 참 때론 따뜻하게 때론 다시금 정신 차릴 수 있게 때론 정열적으로 우리 마음속에 울림을 준다. 이 울림을 통해 마음속에 열정을 불어넣어 지금 내 위치에서 나를 믿고 즐겁게 그리고 자신 있게 해내보고 싶다. 이제 모든 이에게 똑 부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인정받으려 하는 욕심은 버려보려 한다.
 
 

 

그저 음악 앞에선 한없이 순수했던 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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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은 음악에 대한 갈망이 커다란 사람들이 모여 혼자 낯선 길에서 버스킹을 해보기도 하고, 즉흥 연주를 해보기도 하고, 조금은 엄숙한 공간에서 그 나라의 분위기에 맞춘 노래를 전달하기도 하고, 다 함께 모여 서로에게 의지해 맞춰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커다란 화음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모난 사람 하나 없이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가족이 모여 각자의 통통 튀는 매력들을 보여주며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멋진 무대를 보여주는 데 그게 너무나 멋있었다. 어찌 보면 제각각 가진 다른 매력들로 부딪힐 수도 있지만 정말 아빠, 엄마, 아들, 딸처럼 각각의 역할을 갖고 함께 힘을 합쳐 오히려 더 커다란 호흡을 보여주어 너무 좋았다.
 
그들은 음악을 왜 하고 싶은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차츰차츰 더 깊이 깨달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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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헨리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헨리는 정말 ‘즉흥’ 그 자체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오직 ‘feel’로 몸이 이끄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다. 정해진 틀이 없이 그 순간을 어려움 없이 즐기자!라는 마음으로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도전을 하는데, 그의 자신감과 도전해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부러웠다. 나이 상관없이 그들 전부가 오랜 시간 그들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준비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해왔기 때문에 그 덕분에 생겨난 노련함들이 그 순간마다의 좋은 음악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많은 장면들 속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헝가리에서의 첫 공연이었는데, 나에게 익숙한 곡들도 물론 많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버스킹에 익숙해지고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그리고 각자의 목소리에 맞는 노래들을 잘 선곡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You know me.’ ‘달아요.’, ‘내 사랑 내 곁에.’ ‘You mean everything to me.’와 같은 다양한 곡들이 이어졌는데, 특히 You mean everything to me 곡 같은 경우 현지인도 함께 즉석에서 함께 연주해 주는 모습이 새로웠다.
 
그런 자연스러움과 거리낌 없는 모습들을 만들어내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스쳐 지나가던 타인이 아닌 모두가 하나 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환호하는 관객, 흥이 많은 현지 연주자들, 이 모두가 행복하고 이 순간을 즐긴다.
 
이 모든 모습들을 2021년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겐 꿈같은 일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전혀 몰랐을 당연한 듯한,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열기를 모조리 뺏긴 기분이다. 가끔은 제한적인 상황이,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로 인해 생기는 많은 불행한, 불리한 상황들이 분하기도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우리 모두가 잘 버티고 이겨내 다시금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우리 모두 잘 버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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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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