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야구는 계속된다. - 낫아웃 [영화]

글 입력 2021.06.25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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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한 영화 <낫아웃>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야구 유망주 '광호(정재광)'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10대의 성장통과 대학 입시 비리를 적절하게 섞어낸 영화 <낫아웃>은 단순히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고 환경 역시 따라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모든 청춘들에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민다.

 

 

 

"나 야구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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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도 떨어지고, 신고 선수 입단 기회마저 날아간 광호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대학에 입학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 입학하는 것마저도 삐그덕거린다. 왜인지 모르게 선생님도, 같이 운동을 하는 친구도 대입 준비를 말린다.

 

문제는 돈이었다. 하지만,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지원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냥 열심히 야구를 했고, 잘해왔는데 이상하게도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광호는 "야구를 잘했다"라고 외치며 하염없이 오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어떻게든 야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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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호는 인생을 다 걸었던 자신의 야구 인생을 영영 '아웃'시킬 수는 없었다. 부끄러운 일을 하고, 친구를 다치게 하며 꼬인 인생이 풀리기는커녕 더 꼬인듯했지만, 광호에게 일단 당장 급한 건 야구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야구를 향한 광호의 절박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안쓰러웠고, 나름대로 '잘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버둥 치는 내 안의 광호와 내 주변의 수많은 광호가 겹쳐 보여 씁쓸하기도 했다.

 

 

 

낫 아웃 (Not out)

: 야구에서,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받지 못했을 때 아웃으로 인정하지 않고 타자가 공을 친 것으로 간주하는 규칙. (출처 : 네이버 사전)


 

야구에서 낫 아웃 판정을 받았을 때, 공보다 타자가 더 빨리 1루로 간다면 아웃을 면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아웃을 면하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드래프트 아웃, 신고 선수 입단 아웃, 대학입시마저 아웃될 위기에 처했던 광호였다.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둠 속으로 계속 들어갔던 만큼 광호의 상황은 삼진 아웃이 되기 직전인 '낫 아웃' 이었다.

 

하지만, 광호의 아버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만큼, 광호는 아주 작은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베이스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아내와의 이별, 잘되지 않는 장사, 그리고 아들이 야구에서 미끄러진 상황까지 광호 아버지 역시 행복한 인생보다는 삼진 아웃 인생에 더 가까운 '낫 아웃' 상태였다. 하지만, 끝끝내 아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희망을 좇아 나아갈 수 있었다.

 

불법 기름 판매를 하고 있는 광호의 친구 '민철'(이규성)은 야구 인생 아웃,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살아가니 평범한 인생도 아웃, 그리고 광호로 인해 목숨까지 아웃되기 직전이었다.

 

영화에서 민철의 상태가 명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민철의 인생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보여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즉, '낫 아웃'임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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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단순히 야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낫아웃>이라는 제목 역시 그저 야구 용어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인생을 표현하는 한 단어다.

 

광호처럼 살면서 한 우물만 팠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생을 내다 걸었는데 그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한 번 꼬여버린 상황은 이상하게도 계속 꼬인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처럼, 그 모든 삶의 순간들은 "낫 아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스를 향해 달려갈 기회는 얼마든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낫아웃>은 그 작은 희망을 믿고 달려가도 된다고 용기를 준다. 뜻대로 되지 않는 우리의 인생은 절대로 아웃이 아니다. 광호의 야구가 계속되듯, 다음 베이스를 향한 우리의 달리기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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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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