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는 고래상어 좋아합니다 [동물]

글 입력 2021.05.2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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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모임 중에 저에게 질문했습니다.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해요?"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에도 나올 법한 문장이었죠. 질문을 듣자마자 제가 아는 동물들이 머릿속에 가득 떠올랐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이 친구들은 단골로 등장하는 동물들이죠. 토끼, 기린... 낯설지 않은 동물이지만 왠지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애매했습니다. 호랑이, 사자... 멋지긴 한데 좋아함보다는 무서움이 먼저 생각나는 동물들이었습니다. 그 순간, 하나의 해양생물이 머릿속을 헤엄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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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이름만 들어도 왜인지 거대한 모습이 상상되는 해양생물. 저는 질문에 "고래상어를 좋아합니다"로 답했습니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공간은 조용해졌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듯 저를 보았습니다. '아 다들 고래상어를 모르는구나' 혼자 생각하던 차에 한 사람이 "그 온순하고 덩치 큰 동물?"이라는 말로 저의 대답에 반응해주었습니다. 당시 저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고래상어를 이미 알고 있고 정확하게 표현해 준 그 사람이 고마웠습니다.

 

 

 

'상어'를 좋아한다고?



특별하지 않은 질문에 별난 답변을 한 건 은근히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제 소심하지만 솔직한 속마음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정말 '고래상어'라는 해양 동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래상어' 이전에 먼저 '상어'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죠스>(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워낙 알려진 존재라)로 기억되던 사나운 이미지의 상어가 저에게 다른 의미의 존재가 된 건 드라마 <상어>의 대사를 들은 후입니다.


 

상어는 부레가 없어. 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된대. 멈추면 죽으니까. 자면서도 움직여야 상어는 살 수가 있어. 그래도 바다에선 상어가 제일 강해.

그래서 상어를 좋아하는 거야? 상어는 강하니까?

아니, 불쌍해서. 아무도 상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드라마 <상어>, 1화

 


드라마의 제목이 된 '상어'가 주인공 '한이수'에게 어떤 의미인지 드러나는 대사입니다. 저는 이날 '부레'라는 어류에게 공기주머니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상어'는 부레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대사에 나온 것처럼 뼈가 단단한 경골어류가 아닌, 질긴 피부와 가벼운 물렁뼈를 가진 연골어류에 속하는 상어는 부레가 없기 때문에 다른 구조로 물에 어느 정도는 뜨지만, 계속 물에 떠있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공포 영화 <죠스>의 영향으로 사람들에게 살벌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상어가, 사실 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남모를 아픔이 있다고 느낀 '한이수'의 말은 나에게 힘이 셌습니다. 이후 아쿠아리움이나 동물 인형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늘 상어가 눈에 들어왔고 실제로 구매하기도 했으니까요.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런 몸을 지니고 태어나서 세상을 사는 상어 입장에서는, '한이수'가 자신을 애처롭게 생각하는 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상어... 무섭지 않은가



'이수'의 말이 상어를 포악하고 인간을 만나면 공격하는 무서운 이미지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물에서 만난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 아닐까?' '죠스가 괜히 만들어졌겠어?'와 같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초두효과를 몸소 경험하는 건가... 생각하고 있을 때쯤 상어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읽고 있던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을 통해서요.


소설 속 주인공 '자크'(지금 보니 상어(Shark)와 발음이 비슷한 것 같네요)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거실에서 <죠스>를 함께 본 후, 상어에 대한 두려움과 더 나아가 물 가까이에 가는 것 자체에 무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극심한 공포감은 그를 수시로 악몽을 꾸게 했습니다. 하루는 겁에 질린 '자크'를 달래기 위해 아빠는 <죠스>처럼 사실에 일부 근거하지만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상어의 '실체'를 이야기해 줍니다. 아쉽게도 지나치게 진지한 내용이라 어린 자크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지만, 저에게는 유익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사실은 상어도 사람을 잡아먹지 않아. 사람을 물고기나 물개로 착각해서 실수로 공격하는 것뿐이야. 사람을 삼켰다가도 맛을 보고는 금방 뱉어 버려. (...) 상어는 나쁜 게 아니라 그냥 <근시>라 그런 거고.


상어가 5백 종이나 되는데 사람한테 위험한 건 딱 다섯 종뿐이야. 매년 1천만 마리의 상어가 사람 손에 죽는데, 사람이 상어한테 공격을 받아 죽는 사고는 열 건에 불과해. 해마다 상어의 공격으로 죽는 사람보다 떨어진 야자 열매에 맞아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아니?


도서 <잠>, 1부 6장

 


상어의 시력에 관해서는 워낙 종이 다양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일반화해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상어 눈의 망막에는 색상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시각세포인 원추세포가 없어서, 모든 색을 구별할 수 없고 온 세상을 오직 흑백으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물체의 색은 모양과 더불어서 사물을 알아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크 아빠의 표현처럼 형체만으로 사람을 다른 동물로 착각해서 발생하는 사고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매체를 통해 상어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로 인식되지만,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사람이 오히려 상어에게 위협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어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은 멸종과는 거리가 먼 개체 수를 보이지만, 다수의 상어 종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백상아리(White Shark)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2018년부터 취약 단계(VU)로 기록되어 있고, 오늘 제가 소개하고 싶은 고래상어는 한 단계 위인 위기 단계(EN)에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고래상어'에 관심을 두게 된 확실한 계기



지금까지 과거 '상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제 좁은 생각을 깨주고 오히려 호감을 느끼게 한 상황들을 전달해드렸는데요. 그렇다면 '고래상어'는 도대체 언제 알게 된 것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서두에 서술한 '좋아하는 동물' 질문에 제가 고래상어를 답했을 때, 솔직히 아는 분이 별로 없을 걸 예상했습니다. 사실 저도 고래상어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고래상어를 만난 건 세상 곳곳에 조용히 성탄절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던 작년 12월 마트에서였습니다.


언제나처럼 식료품을 사기 위해 가족과 마트에 간 날이었는데 이날은 평소와는 다른 걸음을 해보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너무 커버려서 보통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던 '완구 코너'였습니다. 과거 완구의 트렌드와 많이 바뀐 것에 신기해하며 재미있게 구경하던 중에, 매장 한구석 철제 통에 쌓여있는 동물 인형들을 발견했습니다. 성탄절 선물을 대비하기 위함인지 족히 20개는 넘을 것 같은 많은 인형 중에 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이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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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한 눈과 살짝 각도를 틀어야 보이는 선홍빛 입이 무척 귀여운 고래상어 인형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형 선물을 받은 경험은 있어도 태어나서 한 번도 사고 싶은 인형을 발견한 적은 없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고래상어 인형을 보자 왜인지 갖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충동구매로 우리 집에 온 고래상어를 직접 깨끗이 빨고 아껴주다 보니, 자연스레 인형이 표현하고 있는 '고래상어'라는 생명체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성격이 유순한 '고래상어'



우리 집에 있는 귀여운 고래상어의 아담한 크기와는 달리 사실 실제 고래상어는 지구에 현존하는 어류(물고기) 중 가장 큰 존재입니다. 성인 고래상어 길이는 약 9.7m 무게는 9t 정도이고, 길이가 15m가 넘고 무게가 35t이 넘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고래상어의 특징적인 외관은 폭이 1.5m까지 늘어날 수 있는 입과 검푸른 등에 수놓아진 규칙적인 체크무늬와 하얀 점들입니다. 푸른 심해의 바닷물에서 한눈에 고래상어를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인 것 같습니다.


가로가 넓은 것에 비해 세로가 짧은 입을 지닌 고래상어는 300에서 350개의 작은 이빨을 가졌지만, 작은 해조류와 바다에 떠다니는 생물을 여과 섭식하기 때문에 거의 흔적 수준이며 섭취 과정에 이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큰 입에 비해서 아주 작은 눈이 입 끝에 붙어 있어서 눈 사이 거리가 매우 멀게 있습니다. 등이 색과 무늬로 화려한 것에 비해 배는 하얀색을 띱니다.


바다에서 만나면 웅장한 덩치로 인해 경이감과 위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유순한 성격을 지녔습니다. 순한 성격 덕분에 수중 사진작가들이 위험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만지는 일이 가능할 만큼 위협적이지 않지만, 고래상어를 만지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기 때문에 의도를 가진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고래상어는 전 세계 모든 열대 온수 지방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서식지 없이 넓은 영역을 움직이는데, 2012년부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때문인지 이따금 한국의 제주도 해안과 동해안에 출몰되고 있다고 합니다. 활동 영역이 넓고 가까이서 봐도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고래상어를 바다에서 마주하는 건 대단한 행운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고래상어'를 알아가는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류'라는 타이틀로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자주 등장하면서 꽤 꾸준히 존재를 드러낸 고래상어지만, 넓은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생활패턴 때문인지 생태에 관해서 밝혀진 바가 많지 않습니다. 자연환경에서 만나기 어려운 생명체라서 일부 나라는 고래상어를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까이 일본에 대형 수족관이 존재하고 한국 제주도에서도 고래상어가 사육된 적이 있습니다. 먼바다가 아닌 수족관에 머물기 때문에 그들의 번식생태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는 생명의 활동 영역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래상어를 가둘 권리는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세상을 알고자 하는 우리의 욕심으로 자연의 생명이 누리는 자유를 빼앗는 것이, 결국은 자연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함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용납할 수 있는 모습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고래상어는 살면서 전 세계 곳곳을 방문하지만, 1년 중에 따뜻한 수온이 유지되는 국가에서는 일정 기간 서식하는 야생 고래상어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필리핀이나 호주처럼 말이죠. 최근 서호주에서 10년간 연구를 진행한 호주 해양과학연구소의 마크 메칸(Mark Meekan)과 동료들은 2016년부터 멸종 위기인 고래상어의 성별에 따른 생존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장기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에서 앞으로 더 함께 살 수 있도록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아직 연구가 필요한 고래상어인데 왜 멸종 위기에 놓였을까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고래상어가 직면한 현대의 주요 위협은 어업 어획, 그물 포획, 선박 타격 등이라고 합니다. 몸집이 커서 발견하기 쉽고 평소 유영 속도가 느린 고래상어는 사람에 의해 상업적 목적으로 포획, 거래되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고래상어가 지구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호흡하는 것은 플랑크톤 개체 수 조절에 필수적입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해양 생태계 유지에 고래상어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겉모습과 유순한 성격뿐만 아니라 지구가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 귀중한 고래상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매년 8월 30일을 '국제 고래상어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고래상어와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오래 지속하도록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단순한 우연으로 알게 된 생명체의 속사정을 알고 나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고래상어의 존재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운이 좋게 따뜻한 바다에서 고래상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날까지, 가까운 주변부터 먼 나라 친구까지 오늘부터 고래상어의 소중함을 알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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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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