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구에 기대어 살기 [공간]

글 입력 2021.04.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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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책임이 없는 생명체들이 가장 지독한 고통을 받고 있다"

 

반다나 시바(1952 - )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당연한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들면 내가 오늘 손 닦는데 사용한 물의 가치나,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은 지구이고 매일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을 하는 행성이라는 것 등이다. 너무도 당연해서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해하지 않는 것들, 하지만 사실 내가 세상에 살 수 있게 하는 많은 요소를 인식하는 날은 쉽게 오지 않는다.


요즘 난 화학을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나와 친하지 않았던 화학식, 원소들과 가까이 지내는 중이다. 화학을 공부하며 지구에 사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선명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에너지에 집중해서 지구를 바라보면 그렇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포집하는 식물, 식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고밀도 에너지를 만드는 동물, 이들이 퇴적되어 에너지가 밀도 있게 응집된 석탄과 석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소비하는 것이 인간이다.


지구에서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시스템은 필요한 양에 맞춰서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인간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서 태양 에너지를 독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화학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한 인간의 이기심을 다시 깨닫게 했다. 공부하며 배운 가장 모순된 점은 인간이 에너지를 빼앗아 소비하고 있는 대상이 다름 아닌 자신들이 생활하고 있는 터전, 지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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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이런 생활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지구는 우리의 필요를 모두 채워줄 것처럼 크고 무한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인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사용하는 석유의 생산량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를 지칭하는 '피크 오일(Peak Oil)'이라는 표현이 있다. 석유가 아직 남아있음에도 수요보다 생산량이 감소하는 실질적인 연료 고갈 시점을 의미한다.


미국의 지질학자이며 물리학자인 킹 허버트가 1956년에 도입한 개념으로, 그는 세계 석유 생산이 종 모양으로 언젠가 '피크'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피크 오일 시기를 2015년으로 전망했다. 피크 오일이 언제일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가까이 왔거나 이미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석유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개념이다.


실제 일어나고 있는 천연자원 고갈의 상황에서 인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지구에 전혀 해를 주지 않으면서 화학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원자력, 바이오 연료, 태양열, 수력, 풍력, 지열, 천연가스 등 아마 각자 떠오르는 대체 에너지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들이 정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들일까. '대체'라는 측면에서 진정으로 화학 연료보다 무해하고 바람직한 에너지 생산 방식은 사실 태양력, 수력, 풍력, 지열, 조력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체 에너지를 통해서는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충족하지 못한다. 생각보다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를 얻는 일은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학에너지로 소비하던 인간이 편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찾은 대체에너지였지만, 결국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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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껏 알지 못했던 참혹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구체적인 자료였다. 대략적으로 알고 마주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직접 확인한 후,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한 생각은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지?'였다. 두려운 사실을 알았는데 지금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먼저 환경친화적인 삶에 대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을 생활화하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소비를 하는 것 등이 등장했다. 사실 역시나 이미 책이나 강의를 통해 들어봤고 알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방법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표현이 생각났다. '인간의 편리함을 버리는 행동들'.


지구와 에너지에 대해 배우자, 우리가 낭비하는 지구의 천연자원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정리됐다. 우리가 걷지 않고 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걸어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기 전까지만, 상품이 안전하게 보호되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한 이후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너무나 편리하기 때문에 환경에 해로운 일회용품을 일상에서 계속 사용한다.


잘못된 행동이 가져올 결과는 주로 우리에게 멀리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북극곰이 삶의 터전을 잃고, 지구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일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쉽게 그려지지 않아서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의 뇌를 수천 년 동안 위험을 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금자리와 짝과 음식을 찾는 것처럼 즉각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했다. (클라리사 시벡 몬테피오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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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겪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팬데믹 전염병의 등장을 예상한 사람들도 있다. 기후변화 웹사이트인 클라이매토그래퍼의 설립자인 마크 트렉슬러 박사의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나타날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을 체험하기 시작했다"라는 말도, 현재 상황이 전조 없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한순간 일상을 잃어버린 위기의 순간은 어쩌면 인간의 지난날을 반성하고, 거만하던 인간의 삶이 실은 얼마나 미약한지 알게 하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지구에서 살아온 짧은 시간 동안(지구가 생겨난 시간을 기준으로) 저지른 자신들의 잘못을 사실 잘 알고 있다. 당장 내일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현재와 같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 많은 고민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다음 단계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다.


화학을 배우고 인간의 이기심에(숨기고 싶던 나의 본모습에) 충격을 받아서 나는 내가 소비하는 상품, 먹는 음식, 전기 에너지에 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불을 켜기 전에 내가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들어오는 빛이 어디서부터 전해진 것인지, 이로써 내가 사용한 천연자원은 얼마만큼일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예민하다고 바라볼 수 있지만, 현재 지구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상하지 않은 생각 흐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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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어나는 나의 무의식적인 지구 착취 행위를 인식하는 것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사람들도 동참하도록 권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 학창 시절 배운 흔한 환경보호 활동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 혼자뿐이고, 주변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커다란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러운 소비를 멈추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은 무력감을 일으킨다.


환경을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리는데 힘쓰는 일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함께한다는 사실은 상황을 나은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모르지만 분명 생태계 붕괴에 힘을 싣는 것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매슈 비어드 도덕철학자·윤리학자)

 

우리 인간은 지구에 홀로 살아가는 생명이 아니다. 인간 이전에 지구가 있고, 우리는 그 공간에 잠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생명의 공간을 내어준 지구와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절대 잊으면 안 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높은 시간 효율성을 추구하며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지구의 존재를 잊고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일상이라고 여기던 것들을 모두 잃는 날이 오지 않을까.


처음부터 기후변화의 책임은 인간에게 있었다. 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는 우리도 그 고통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과거에 우리가 누리던 평범한 나날들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들에 의해 파괴될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 - 1955)


"인간은 말로만 싸우지만, 자연은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다" - 볼테르(1694 - 1778)


"사람들은 과학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계속 지금처럼 살아가는 방법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 그레타 툰베리(2003 - )




 

+ 참고자료 +

K-MOOC 화학으로 본 세상이야기

뉴필로소퍼 2020 11호 (지구가 1.5℃ 더 더워지기 전에)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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